집을 더럽게 하는 것과 깨끗하게 하는 것

오브제와 장식품, 대상과 잡동사니

by 일일오

오브제 ([프랑스어] objet)

[명사] [미술 ] 초현실주의 미술에서, 작품에 쓴 일상생활 용품이나 자연물 또는 예술과 무관한 물건을 본래의 용도


장식품 (裝飾品)

[명사] 장식에 쓰는 물품.


잡동사니 (雜동사니)

[명사] 잡다한 것이 한데 뒤섞인 것. 또는 그런 물건.


물건 (物件)

[명사] 일정한 형체를 갖춘 모든 물질적 대상.


1.

장소 안에서 계속해서 숨기는 것들과 밖으로 꺼내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잡동사니인 상태에서 물건이 되기도 했다가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이 대상들은 대상들 스스로가 변화해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대상을 정의 내린다.

꽃을 담아두는 투명한 화병. 파란색과 주황색 동그라미로 이루어져 두루미만 물을 먹을 수 있는 형태의 얇고 긴 화병은 꽃을 담아둘 때 활용한다. 꽃이 마르고 나면 꽃을 정리하고 화병은 팬트리에 넣어지거나, 혹은 그대로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동그란 무늬로 이뤄진 이 화병은 물건이거나, 물건의 목적성을 다해 그대로 그 장소에 있는 잡동사니가 되거나, 혹은 그 장소에 그대로 있는 선반 위 장식품이 되기도 한다. 꽃을 담아두는 목적성을 다 한 순간 꽃병은 잡동사니 인가 장식품(오브제)인가. 선반 위에 올려진 꽃병은 소유자의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2.

몇 년 동안 그렸던 수납 마트료시카 그림들은 일일오 집 안에서 보관되고 있다. 집에 작업을 모아두니 방에 다시 쌓이기 시작하고 가족들은 방을 들여다보며 한숨을 쉰다. 정신없음. 항상 방을 보고 따라오는 단어였다. 하지만 일일오는 하루하루 그리는 그림들은 정신없는 것들이 아니라 작업물이었고. 언젠간 전시 공간 안에 펼쳐놔 설치해야 하는 것들이었다. 가족들 눈에는 그림들은 잡동사니 일 수 있지만 일일오에게는 잡동사니가 아닌 물건이었다. 얇은 종이들이 하루에 여러 개씩 쌓이니 그림들은 많아졌고 지금 당장 전시를 하고 있지 않으니 집안에서 수납을 해 정리해야 했다. 결국 클리어 파일에 넣어 그림을 보관했다. 일일 오는 지금은 수납되어 있는 물건들이지만 전시를 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잡동사니가 아닌 작업(물건)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물건은 변화시키지 않고 장소를 바꿔보자. 작은 갤러리에서 일일오가 전시를 한다고 생각할 때, 갤러리에서는 작업들을 벽에 걸 수도 있고 바닥에 설치할 수도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물건들을 펼쳐놓을 수 있다. 수납을 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정신없다고 생각하지 않고 전시장에 펼쳐진 물건(작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장소만 달라졌을 뿐인데 보는 사람들의 태도에서 대상은 잡동사니가 아닌 물건(작업)이 된다.


물건은 물질적으로 변화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는 태도에 따라 이것을 어딘가에 넣어 수납해야 하는지 혹은 꺼내놓아야 하는지 정한다. 집을 깨끗하게 하는 것과 더럽히는것의 차이는 태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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