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3/11,744걸음
아 드디어 출근 시작이다! 작년처럼 4학년 그대로, 교실도 그대로 있게 되었다. 하지만 선생님들 구성이 바뀐다. 6개 반 중 한 반만 미정인데 누가 오실지 정말 궁금하다.
오전 9시에 교직원 모두 한 곳에 모여 부장 임명과 새로 오신 선생님들 인사를 한다. 우리 학년은 다들 8시 반에 정시 출근했지만, 모임 안내를 모른 채 있다가 방송이 나와서야 5층 회의실로 갔다. 이미 순서가 많이 지나가 버렸다.
"9시에 모인다고 안내 있었어요?"
"우린 학년에서 안내받았어요."
"아~ 우린 모르고 아래에 있었는데~"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지 뭐.
회의엔 자고로 간식^^ 오늘은 두유와 과자(농심 누룽지 POP 맛있다) 2개가 있었다. 지금은 먹지 않더라도 비상시를 위해 챙겨두는 나, 패딩조끼 주머니가 터질 것 같이 부~울룩 나와버렸다.
교실 배치도, 학사일정, 학년별 교사 배정, 교육과정 작성 시 유의점 등 다양한 안내가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그중 반갑다고 해야 하나 몇 해 전부터 이미 뜨거운 감자가 되어버린 현장체험학습에 대한 안내도 있었다.
"작년 체육대회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반응이 좋아서 올해 현장체험학습은 가지 않고 체육대회로 대체합니다." 교무부장님의 말씀으로 일단 이 감자는 옆으로 치워졌다.
이후엔 학년별로 모여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학생명단 봉투를 뽑고, 교실을 정하고, 학년 업무를 나누었다. 새로 온 선생님, 후배 선생님들이 정하고 난 후 난 마지막에 수합과 배부를 맡았다. 25년 경력이 넘으면 무슨 일을 맡겨도 그다지 어렵지 않기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옛날처럼 공개수업 같은 부담 가는 업무가 없어서 일 나누기는 수월히 마쳤다.
그런데 학생명단을 뽑을 때, 어려움이 예견되는 반이 있었는데 학년부장님이 성큼 그 봉투를 가져가셨다.
"제가 맡을게요."
'작년에 이어 같이 근무하는 저 부장님의 마음은 어찌 저리 넓고 용감한 거지?'
난 제비 뽑기를 하고 그 결과를 수용할 수는 있지만, 선뜻 어려움을 택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 순간 내 마음은 속으로 깜짝 놀라고 있었다. 하여간 그 덕분에 새로 온 선생님과 후배선생님은 한숨 놓으셨을 것 같다. 첫날은 이런저런 일들을 정하는 긴장으로 냉기가 가득한데 부장님의 용단으로 온기가 퍼지고 있었다.
선생님들은 끌차를 두세 번씩 사용해서 차에서 교실로, 교실에서 교실로 짐을 옮겼다. 여러 대의 끌차가 드르럭 드르럭 복도를 휘젓고 다니는 소리가 쉬지 않았다.
점심은 동네 추어탕 집에서 먹고, 메가커피에 가서 음료를 사고 다시 들어왔다. 학년부장님이 음료도 사주셨다. '오늘 받은 온기로 올해 열심히 협조해야겠다.'라고 응당 다짐한다. 조그맣고 아직은 서늘한 연구실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학교는 어떤가에 대해, 다른 학교는 어떤가에 대해, 어디 사는가에 대해, 갓 결혼한 선생님 집정리는 되었나에 대해~
나도 교실은 옮기지 않았지만, 작년 아이들의 수행평가지를 파쇄하느라고 한참 연구실에 있었다. 두 뼘보다 더 쌓인 평가지 종이를 5장 내외씩 나누어 파쇄기에 조심히 넣는다. 고장나면 안되니까. 윙 푸르타부타, 윙~ 종이가 마구마구 갈려져 내려간다. 클립이나 비닐포스트잇은 없나 살피면서 조심히 파쇄를 이어간다. 그러다가 아래에 파쇄된 종이가 가득 차면 기계는 멈춘다. 참 똑똑하다. 나는 아래 상자 속 종이를 모두 꺼내어 한아름만큼 큰 그 비닐봉지를 묶고 새로운 비닐로 바꾼다. 그렇게 파쇄를 마치고 두 덩이의 봉투를 끌차에 실어 1층 분리수거장에 갖다 버린다. 그리고 다시 교실로 올라가 이전에 다 못 버린 종이류를 또 끌차로 내려다가 버린다.
오며 가며 아는 선생님들과 인사를 한다. 몇 학년 몇 반인지, 방학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새로 온 선생님은 누구신지~ 오늘은 11,744걸음을 걸었다. 교실은 3층이지만 3층(연구실, 교실)->2층(2학년연구실)->5층(회의실)->1층(분리수거장)을 수도 없이 옮겨 다니다 보면 하루 만보는 기본이다. 오늘 저녁 운동은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