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쓸고 닦고 나르고

20260225/ 교실은 나의 집

by 화원

한 선생님이 아침에 연락이 되지 않는다. 부장님이 계속 전화를 걸어보시는데 그때 그분이 회의실에 오셨다.

"무슨 일 있으셨어요?"

"어제 너무 열심히 청소를 했나 봐요. 몸살이 났어요."

"아, 그러신 것 같더라."

"어제 정시에 퇴근하라고 하실 때 갈 걸 그랬나 봐요."

"청소하다가 3월에 아프시면 안 돼요. 쉬엄쉬엄 하세요."


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이(4학년 기준) 총 26시간 중 21시간 각자의 교실에서 수업을 한다. 그러니 각자의 교실은 그저 가끔 가는 회의실이 아니고 내가 1년 살 곳인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오기 전 2월에 선생님들은 정성을 다해 교실을 청소하고 정리하고 꾸민다. 나도 그렇고 모두들 교실을 제2의 집이라고까지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과 지내는 3월에 들어가면 교실의 청소상태를 보거나 생각할 겨를이 없다. 아이들을 주의 깊게 보면서 수업과 생활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2월에라도 청소와 정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긴 나도 2월엔 꼭 유리창 청소를 한다. 신문지를 구기고 거기에 유리세정제를 뿌려서 창을 닦을 때 지문이나 먼지가 사라져서 생기는 그 맑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딱 한 번만 한다. 그게 최선이다. 나중엔 물이 튀고, 애들 손가락 지문으로 얼룩이 지고, 테이프 자국이 남더라도 어쩔 수 없다. 그걸 들여다보면 중요한 걸 못하니까.


올해 나는 작년과 똑같은 교실을 이용하기에 좀 편하게 준비하고 있다. 컴퓨터도 그대로니 자료를 옮길 일도 없고, 내 짐을 싸지도 않았고 옮기지도 않았다. 지금 아이들이 당장 오더라도 적당한 교실 상태다. 그래서 지금 출근 중 청소보다는 3월의 첫날과 수업에 대해 좀 더 시간을 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출근하며 퇴근하며 다른 교실들 복도에 놓인 쓰레기봉투와 각종 잡동사니를 보니 신경이 쓰인다. 젊은 선생님의 교실 앞인데, 작년에 허리가 아파서 병가를 썼던 걸 알기 때문이다. 일어나질 못할 정도로 아팠었다고 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1층 서고에 있는 아주 커다란~, 일반 카트의 4배가 되는~ 엘리베이터 절반을 꽉 채우는 커다란 카트를 가지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 선생님 교실 앞에 있던 50L 쓰레기봉투 5 봉지를 카트 위로 올렸다.


"제가 갖다 버릴게요. 들어가서 애들 첫날 앉을 좌석표 만들어요."

"아 아니에요. 저 우산들이 얼마나 무거운데요."

내가 따라오지 말라니까 엉거주춤하다가 결국은 따라온다.

다른 선생님도 작은 카트로 분리배출을 하러 같이 엘리베이터에 탔다.

"아, **선생님 없을 때 우리 뒷담화 하려고 했는데~."

"그럴까 봐 따라왔어요~."

"우리 회의하다가 뒷담화 당할 까봐 아무도 안 나가잖아요, 하하."


그렇게 같이 쓰레기장에 다녀왔다. 서고에 다시 카트를 들여놓고 올라간다.

"선생님, 저거 치울 엄두가 안 났었는데 정말 감사해요."

"전 이번에 교실 안 옮기잖아요. 여유 있어요. 무리하지 말고 내일 봐요."


나도 내일은 청소를 좀 해볼까? 오늘 교실 창문을 모두 활짝 열고 환기를 하니 그 바람에 묵은 먼지가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하지만 꼭 기억하자. 이건 교실이라고, 집이 아니라고.


(이건 또 다른 일~ 교과서..

두 아이가 전학을 가는데 국어, 도덕 교과서가 없다고 받으러 왔다. 개학일 기준 6일 전인 오늘에야 국어, 도덕, 사회 교과서가 왔다는 걸 확인했다. 우리 교실은 모두 3층인데 왜 교과서 박스들이 2층에 배달이 되어있는 건지, 6명이 모두 힘겹게 카트에 교과서 상자를 담아 옮겼다. 교과서 상자를 나를 때 그 플라스틱 끈에 손이 베이고, 상자 무게로 허리가 휠 것 같다. 젊은 두 선생님이 허리디스크 시술을 받았다면서도 자꾸 들려고 해서 말리기도 했다. 아휴. 교과서 인쇄도 너무 늦지 않아야 하고, 배달도 적어도 같은 층에는 해주어야지 않나? 매년 반복되는 고충이 싫다. 교사는 무슨 일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 걸까? 교사가 사무직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몸살이 날 만큼 몸이 힘든 일도 많이 한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진짜 학교에서, 진짜 교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학교와 교사를 이해하는 행정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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