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첫날을 위한 준비

20260226/ 되도록 서로가 편하게~

by 화원

이제 교실은 어느 정도 청결과 정돈을 갖추었다. 그러면 첫날을 준비해 볼까?


우선, 3월에는 각자 혼자씩 책상에 앉도록 한다. 새로 오자마자부터 누군가와 짝을 지어 앉히면 첫날부터 불편하고, 가끔은 그날부터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우리 반은 25명이니 가로 5줄, 세로 5줄로 맞추어 책상을 하나씩 띄어둔다. 한 달 정도면 좋다. 아이들은 짝과의 씨름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교사도 불필요한 다툼을 미연에 방지한다. 아이들이 새 학년,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에 적응할 수 있도록 3월 한 달은 혼자 앉기! 를 적극 추천한다. 4월부터는 짝을 지어 앉힐 계획이지만, 다른 반을 보면 1년 내내 각자의 책상에 앉히기도 한다. 그 선생님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보통은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 간의 지나친 다툼을 아예 차단하는 일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도 맞지만, 지금은 학폭 예방이 최우선인 셈이다.


그리고, 학년부장님이 작성한 학년교육과정을 다운로드하여서 우리 반(4학년) 1학기 연간 시간표를 작성한다. 교육과정을 작성하는 것이다. 일단 올해 수업일수는 190일, 그리고 국어 사회 도덕 수학 과학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창체 10과목을 교과부 기준대로 총 986시간 가르친다. 각 과목별 수업 시간과 총 수업시간은 정해져 있지만 각반의 시간표에 따라 배정은 달라진다. 여기부터가 학급담임의 역할이다. 선생님마다 생각이 다 다른데, 나는 기본적으로 하루의 첫 시작은 국어로 한다. 아침독서를 매일 하기 때문에 그와 이어져서 수업하기에 적당하기 때문이다. 또 주말을 보내고 온 아이들에게 월요일엔 도덕 시간을 통해 자신을 점검하고 새롭게 하는 마음을 주고 있다. 그리고 수업 집중력이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10~11시 주변의 2, 3교시에는 수학 등 집중력이 필요한 과목을 배치한다. 미술이나 과학은 2시간씩 이어서 하는 게 좋고, 음악은 몸도 목도 좀 풀리는 오후 시간에 배정한다. 미술은 가끔 2시간이 지나도 미완성이 있거나 뒷정리가 잘 안 될 경우가 있어서 식사시간 앞에는 잡지 않는다. 미술을 하다가 급식이 늦어지는 건 아이들이 정말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이른 1,2교시나 식사 후 시간에 배정하곤 한다. 영어와 체육은 전담선생님 시간이 이미 고정되어 있어서 그대로 배정한다. 그리고 교육과정 중 각 과목 진도는 식물 심기가 있다면 4월로 앞당겨 오기도 하고, 계절이나 시기에 적절하게 재배치한다.


오늘도 학년 선생님들과 점심을 맛있게 먹고 돌아와 연구실에 앉았다. 3월 3일 첫날 뭘 할까 의논한다. 가장 먼저 서로 이름을 잘 알 수 있도록 '명패 만들기'를 한다. A4종이에 각자의 이름을 쓰고 명패처럼 만들어서 책상 위에 붙여두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소개를 쓰고 꾸미고 만들어 붙이는 학습지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글을 쓰는 것도 하기로 했다. 첫날 5교시 수업에 대해 이렇게 공통적으로 하기로 하고 자료를 공유하고 인쇄해 두었다. 난 아이들이 첫날부터 앞에 나와 자신을 소개하는 건 누군가에겐 가혹할 수 있으니 다음날 하기로 예고하고 준비하라고 하려고 한다.


매일 1명씩 순서대로 도우미를 하기로 할 것이다. 도우미는 그날 선생님의 각종 심부름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고생했으니 식사 시 가장 먼저 줄을 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칠판 오른쪽 맨 위에 도우미를 붙여두었다. 그리고 옆에는 학생당 1장씩의 종이를 예쁘게 뽑아두었다. 하루마다 한 장씩 넘기면 다음날엔 다음의 도우미가 심부름을 하는 것이다.


칠판에는 '4학년 6반 환영합니다' 예쁜 환영 문구를 붙여두었다. 그리고 첫날 오면 자기 번호와 자리를 알 수 있도록 자리배치표를 교실에 총 3장 붙여두었다.


아이들은 3월이면 배 아프다는 소리를 많이 한다. 아마 집에서도 그럴 것이다. 어른으로 치면,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배정받는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아이들도 3월에는 새로운 학년, 새로운 교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는 그 긴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배가 아픈 것이다. 3월은 꼭 나쁜 긴장은 아닐지라도 긴장을 하니 가정에서 아이들을 많이 사랑해 주고 이완시켜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주간학습안내' 작성이 제일 오래 걸렸다. 일주일간 어떤 과목, 어떤 수업을 하는지가 표로 되어있고, 준비물도 적는다. 아래에는 학교에서 가정으로 당부하고 협조를 바라는 많은 것들을 기록한다. 담임선생님과 연락하는 방법, 체험학습신청 시 유의점, 올해부터 1~6학년이 모두 식당에서 식사하게 되어 점심시간이 변경되었다는 등 3월엔 유난히 안내가 많다. 이건 법정장부가 아니라 꼭 안 해도 된다고, 작성도 안 하고 인쇄도 안 하는 분들도 있다. 안 해도 되는 걸 해서 곤란한 경우를 겪기도 한다. 어느 학부모는 주간학습안내 종이를 보며 한 학기 내내 계산했는지, 과목당 시간을 세어서 교육부 기준에 맞지 않다며 민원을 넣었다고 들었다. 그 일을 들었을 때는 정말 괜히 주간학습안내를 만들어서 제공해서 곤욕을 겪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런 학부모를 생각하면 정말 주간학습안내는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데, 결국은 내 아이들이 스스로 수업을 잘 준비하고 계획할 줄 아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서 오늘도 주간학습안내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교사가 친절로 제공하는 주간학습안내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거나, 그런 분위기라도 느껴지면 멈추어야 한다. 올해가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언가를 할 때 학생이 아닌 다른 이유들로 주춤거릴 때가 있다. 하지만 또 학생을 생각하며 다시 결정하곤 한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설레면서 긴장하는 3월의 첫날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준비는 마쳐간다.

25명의 아이들아, 곧 만날 거야. 우리 잘 지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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