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0228/ 타샤 튜더 전시회(STILL, TASHA TUDOR)
지난번 우리 반 기사가 어린이신문(2026. 1. 14.)에 게재되면서 신문사 측에서 신문 25부와 함께 타샤 투더 전시 초대권도 25장 보내주셨다. 그래서 아이들 23명에게 나눠 줄 봉투에도 1장씩 넣고 남은 2장으로 남편과 전시회에 갔다. 전시회가 3월 15일에 끝나기 때문에 오늘 가는 게 일정상 제일 나았다.
토요일이고 연휴라, 전철을 타고 가기로 했다. 집에서 롯데월드타워까지만 1시간 24분이 걸리고, 6층 전시실까지 찾아가자면 최소 1시간 40분은 예상해야 한다. 느긋하게 11시에 출발했다. 그래도 막히는 길에서 운전이나 주차, 주차비 걱정 없이 맘 편히 다녀오려면 전철이 최고다. 전철도 한번 갈아타야 하지만, 운동화만 신으면 그 정도 거리 나들이는 아직 어렵지 않다.
롯데월드타워에는 좋은 식당이 많다. 가기 전에 검색했을 때는 장어덮밥이 좋을 것 같아서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6층에 가서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입구 쪽에서 바로 '세상의 모든 아침'이 보였기 때문이다. 여의도의 그 '세상의 모든 아침' 브런치 레스토랑, 마치 멋진 결혼식장을 연상케 하는 높은 화이트톤의 천장과 샹들리에, 한강뷰까지 그 이름에 걸맞아 정말 좋아했었다. 가족과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가졌던 곳이다. 그런데 작년 2025년 6월 29일에 영업을 종료해서 아쉬워하던 참이었는데 여기 와서 우연히 보다니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장어덮밥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여보, 여기 가자."
"둘러보지 않고?"
"응, 그냥 들어가자."
봉골레 파스타와 화덕피자, 블루멜로우(정말 보기만 해도 행복한 예쁜 음료)를 주문했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 많이 기다렸지만 역시, 좋았다. 여의도점에서는 물 잔도 음료 잔도 다 유리유리했는데, 여긴 모두 플라스틱이다. 여러 가지로 몹시 아쉽지만 그래도 그 흔적을 볼 수 있는 곳을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천장에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빼곡히 달린 샹들리에만 보면서도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다. 음식은 다 맛있었다.
"까르보나라 나왔습니다."
"봉골레 아닌가요?" 남편이 물었다.
"아 봉골레 파스타입니다."
직원이 메뉴 이름을 잘못 말한 걸 보니 정말 너무 바쁜 것 같았다. 하지만 시킨 대로 음식은 잘 나왔다. 좋아하는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니 이미 오늘 나들이는 성공적이었다.
롯데월드타워가 너~무 넓다 보니, 전시실도 식당과 같은 6층이지만 동이 나뉘어 있어서 찾아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물어 물어 갔다. 가다가 현대미술 전시도 있어서 보았다. 지금 전시실을 가고 있긴 하지만 건물 전체가 전시장 같았다. 건물의 다양한 곡선, 설치 작품 등 볼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드디어 타샤 튜더 전시실에 도착했다. 초대권을 입장권으로 바꾸었다. 직원분은 배낭을 멘 남편에게 가방을 사물함에 보관하라고 하셨다. 가방이 다른 사람을, 혹은 전시물을 건드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에 딸과 세화미술관 야요이 쿠사마의 빨간 조형물을 보러 갔을 때, 거기 직원분도 나에게 에코백을 사물함에 보관하라고 말했었다. 어깨에 멘 가방이 그 작품을 어떤 식으로든 훼손시킬 수 있으니까. 예전의 전시라고 하면 벽에, 액자에 꽁꽁 숨어있는 작품을 겨우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가방이 그리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의 전시는 관람객에게 가깝고, 개방된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가방도 주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가방을 사물함에 놓는 것이 전혀 번거롭지 않았다. 미술품이 나에게 가까이 있다는 증표니까.
나는 타샤 튜더를 잘 모른다. 그림책을 좋아하고 관련 서적도 4권이나 낸 남편은 몇 년 전부터 가끔 내 옆에서 좋다고 그 이름을 말하곤 했다. 그래서 이 티켓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남편이다. 얼마나 좋으면 "우리 토요일에 가는 거 맞나?"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정원과 코기들에 파묻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 타샤 튜더(1915~2008), 미국의 동화 삽화가이자 작가인 그녀의 그림에 그 삶이 묻어난다.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그녀의 그림책, 원화를 볼 수 있어서 감사했다. 가족들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편안하게 살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영상 속에서도 그대로였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게 살아요. 그래서 놓치는 게 많죠.'
이 문장을 볼 때 마치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전시를 보는 동안만큼이라도 바쁘지 않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민트색 벽에 달린 따뜻한 그림 액자와 전구색 벽부등, 아름다운 꽃과 정원(조화^^).
1시간 정도 충분히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사고 나왔다. 남편의 설명에 의하면 테두리를 잘 그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었다는 타샤 튜더, 그래서일까 나는 사람이나 동물이 전혀 없는 이 테두리 그림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여유가 있고, 마치 창문과도 같은 테두리 그림을 볼 때 너무 아름답고 마음이 편안했다. 그래서 이 그림이 담긴 엽서를 샀다.
오늘 이 전시를 본 나들이가 바쁜 3월 앞에 주어진 선물과도 같았다. 나는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거나, 이렇게 마음을 흠뻑 적셔주는 전시를 볼 때 너무 행복하다. 그리고 그 행복감은 상당히 오래 지속된다.
집에 돌아오니 거의 7시가 되었고, 다리는 무거웠지만 마음은 너무 행복했다. 힘든 일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대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통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