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7/ 준비하는 마음이 선물
딸은 고2다. 기숙사를 다니는 탓에 금요일 저녁에야 겨우 만나 2박 3일 후에는 4박 5일 지내는 학교로 보내야 한다. 그래서 딸더러 말했다.
"여기가 별장이고 학교가 집이네."
딸의 생일은 월요일이다. 나는 그래서 일요일에 생일을 위한 식사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메뉴는 딸이 좋아하는 까르보나라, 잔치국수, 닭곰탕 정도다. 외식할래, 뭘 해줄까 물으니 피곤하다고 그냥 집에서 먹겠다고 한다. 집에서 먹는다니 난 고민이 더 많아진다.
"엄마, 저 일요일은 학원 가야 해서 토요일 저녁에 케이크 먹어요. 케이크는 제가 골라서 사 올게요."
우리 집 식탁 옆 베란다로 나가는 문에는 'HAPPY BIRTHDAY' 레터링 풍선이 3년째 붙어있다. 원래는 로즈골드 색이었는데 이젠 아주 연한 핑크만 그 흔적을 남긴 채 색이 바랬다. 딸이 전에 한번 물어본 적이 있다.
"엄마, 저거 언제까지 붙일 거예요?"
"그래, 좀 오래되긴 했네?"
토요일 딸은 9~12시, 그리고 2~6시에 학원을 간다. 그러니 6시에 딸이 오기 전까지 생일파티 준비를 마쳐야 한다. 교회 개강예배 다녀오니 4시, 집에 들르지 않고 바로 다이소에 갔다. 딸이 말한 그 레터링 풍선을 대신할 장식을 샀다. 일단 골드색 파티커튼 1장, 이쁜 콘페티 풍선(풍선 안에 동그란 종이들이 많은 거) 5개, 그리고 'HAPPY BIRTHDAY' 쓰여있는 이만~한 선물상자 그림 풍선, 그리고 살까 말까 망설였던 'HAPPY BIRTHDAY' 머리띠 이렇게 5가지를 샀다. 사고 나오면서 남편에게 전화했다.
"여보 식탁 옆에 풍선 할 건데, 손펌프 있나 찾아주세요. 곧 갈 거예요."
"어 어딘가 있을 건데, 알았어요."
그리고 정육점에 가서 12호 닭고기를 사서 4토막 내달라고 했다. 황기도 같이 산다. 닭고기는 정육점을 세 곳이나 가서야 살 수 있었다. 한 곳에서 설명하기를 닭고기는 유통기한이 짧아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는 있겠지만 불편하네. 어쨌든 사 와서 황기랑 양파반 개랑 넣고 1시간 끓이면 온 가족이 좋아하는 닭곰탕이 된다. 요리솜씨 없는 내게는 이렇게 넣고 끓이는 음식이 최고다.
나는 닭곰탕을 끓이고, 남편은 풍선을 불었다. 같이 식탁 옆 문에 파티 장식을 한다. 콘페티 풍선 2개는 딸 침대에 놀라고 던져두었다. 그리고 'HAPPY BIRTHDAY' 머리띠는 딸 식탁 자리 위에 놓아두었다. 저걸 딸이 할 건가 말건가 기대하면서.
그렇게 6시가 넘어서 딸이 왔다. 목소리로만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는 딸.
"어, 이게 뭐예요?"
침대 위 풍선에 대한 반응이다. 잠옷으로 갈아입고는 식탁 쪽으로 온다.
"쨘, 생일 축하해."
파티장식을 한 한쪽 문, 식탁 위엔 케이크와 딸기를 두었다.
딸 표정이 밝아진다. 그리고 식탁 위 그 'HAPPY BIRTHDAY' 요란한 머리띠를 기분 좋게 쓴다. 케이크 초에 불을 켜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는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이의 생일축하합니다."
우리가 다 그렇지만 고등학생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그렇게 고생하는 딸을 위해 생일파티를 대충 할 수가 없다. 준비한 게 유치하다고 놀릴까 봐 조마조마하면서도 딸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준비한 생일파티. 다행히 딸이 좋아해 주어 너무 기뻤다.
공부를 하고는 있지만, 갑자기 꺼낸 정치 관련 이야기에 당황스럽긴 하다. 공부를 하면서 듣는 뉴스에 마음이 복잡한가 보다.
'딸, 생일 축하해. 그리고 사랑해. 커간다는 건 복잡한 세상을 알아간다는 거긴 해. 그리고 그 복잡함 속에서 내 기준을 찾아가고 살아가는 것. 그게 참 고단하긴 해. 그래도 넌 잘할 거야. 엄마가 늘 기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