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2. 천사 같은 아이들

20260306/ 이곳이 천국 아닐까?

by 화원

올해부터는 점심 식사를 전교생이 식당에서 하게 되었다. 그래서 1,2,6학년은 12:20부터 먹고, 3,4,5학년은 13:00부터 먹는다. 세 개 학년 안에서도 월별로 순서를 바꾸고 시간차를 두는데, 그래서 5학년이 13:00, 4학년이 13:10, 3학년이 13:20 시작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아이들 배고파하는 걸 표정만 봐도 아는 선생님들은 아주 조금씩, 1~2분씩 앞당겨서 식당으로 가곤 한다. 그렇게 4일 차가 되던 날 결국 6학년에서 연락이 왔다.


'6학년이 먹을 자리가 없습니다. 13:00부터 먹는 학년은 시간을 지켜서 와주세요.'

연락이 왔다.


그래서 교실 옆면에 걸린 커어다란 시계를 자꾸만 보며, 시간이 남았으면 이런저런 잔소리를 더 하며 꾸욱 기다렸다가 내려갔다. 오늘 메뉴는 기장밥, 냉이달래된장국, 돈육간장불고기, 계란말이, 김구이, 배추김치다. 난 선생님이라고 배식하는 분께서 도시락용 김을 2개, 계란말이는 3개나 주신다. 너무 많지만 내가 그걸 사양하면 배식 스피드가 떨어지니 일단 받아서 자리에 앉는다. 아이들마다 식사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나는 상당히 천천히 먹는데, 아이들이 다 받고 난 후 마지막에 받으니 내가 다 먹을 즈음엔 우리 반 아이들은 다 교실로 올라가 있는 편이다. 내 옆 남자아이는 엄청 맛있게 먹고, 더 받아와서 먹느라 오래도록 먹고 있다. 내가 김봉투를 하나 내밀며 "김 좋아하니?"라고 물으니 "네 좋아해요. 감사합니다."라며 얼른 받는다. 그리고 김을 꺼내 손으로 찢어서 밥그릇 쪽에 넣고 숟가락으로 마구 비빈다. 이미 밥과 비벼놓은 불고기와 마구 뒤섞인다. "비빔밥이구나." 그렇게 나와 옆에 남자아이가 마지막인가 보다 하고 일어났다.


그런데 한 여자 아이가 식판을 버리러 가려다 말고 머뭇거리고 서 있다. 그 아이 시선을 따라가 보니, 우리 반 여자 아이 한 명이 아직도 먹고 있었다. 다른 반에 뒤섞여서 혼자 마지막으로 먹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저 친구 혼자 남아 있는 게 마음에 걸리는구나?"

"네."

"그럼 선생님이 네 식판 정리 해줄 테니까 저 친구 옆에 같이 있다가 올래?"

그리고 그 아이의 식판을 같이 가져와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교실로 왔다.


퇴근하고 집에 왔다. 저녁을 먹으려던 순간 친한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어머, 선생님 고양으로 출근 잘하고 있어요?"

"네 출퇴근은 힘든데 동학년 선생님들이 너무 좋으셔서 좋아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작년에 선생님 반이었던 **가 우리 반이에요. 그런데 오늘 점심시간에 그 애가 마지막으로 남아 먹고 있던 아이를 기다리는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이 천사를 제게 보내주고 가셨네요."

"아 그 친구 작년에 전학 왔는데, 그랬어요? 너무 이쁘네요."


학교에서 친구를 기다려주는 아이, 난 그 마음이 천사라고 생각한다.

올해 유난히 천사가 많이 보이네. 잊지 않고 기록하고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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