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 딸기 먹는 법

20260311/ 일단 초록을 잡아~

by 화원

학교 식당에서 아이들과 줄을 서서 점심 식사를 한다. 점심식사, 말만 들으면 좋지만 학교에서의 점심식사는 전쟁과도 같다.


-일단 식당에 들어가는 시간을 지켜 가야 한다. 그래야 식탁이 모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식당까지는 번호순으로 2줄로 서서 이동한다.

"뒤돌아보지 말고 말하지 않고 갑니다."

이렇게 말해도 아직은 습관이 되지 않아 속삭이는 아이들이다.

복도에서는 모든 소리가 울린다. 우리는 식당으로 내려가지만 식사시간이 우리와 다른 1, 2학년은 수업 중이기 때문에 우리는 조용히 하고 내려가야 한다.

-식당에 들어가면 배식구가 두 곳에 마련되어 있어서 어느 쪽으로 줄을 설 것인지 순식간에 판단해야 한다. 출입구 쪽보다는 안쪽이 좋다. 3월 첫 주에 출입구 쪽 찬바람이 드는 곳에 앉아 먹었더니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비슷하면 식당 저 안쪽의 배식구로 아이들을 인솔한다.

-아이들이 식판에 음식을 받고 나오면 나는 아이들이 앉을자리를 찾아서 안내한다. 백화점 주차장 입구에 서 있는 안내원처럼 한 팔은 높이 들어 나를 보게 하고, 한 팔은 아이들이 가야 할 방향을 가리킨다. 그렇게 마지막 아이까지 받으면 나도 줄을 서서 식판에 음식을 받는다.

이때 배식하는 분들이 "선생님이예요~."라며 갑자기 애들 2배를 주시느라 바쁘시다. 야채를 손으로 꼬옥~ 쥐어 그 한 칸에 가득 쌓아주시려는 게 보여서 너무 감사하다.

-자리에 앉으면, 일단 내 양 옆과 맞은편에 앉은 아이에게 인사를 하고 잘 먹도록 지도를 한다.

"식탁을 닦아주시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이 먹었던 자리니까, 수저는 바닥에 내려놓지 말고 식판 위에 얹어요."

"더 먹고 싶으면 가서 더 받아도 돼요."

"**는 밥을 정말 잘 먹는구나. 그래서 키가 컸나 보네."

이런저런 인사와 격려를 하며 식사를 한다. 아직 3월, 3월 한 달은 식사에 대해 구체적인 간섭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자동차 예열'이라고 설명한 이 3월이 지나면,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야만 한다.

다 먹고 나서 아이들이 앉아 식사하는 사이를 뛰어가는 아이들, 식판을 기울여서 음식을 흘리는 아이들로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아예 식사를 안 하시는 두 분 선생님의 선택이 맞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학기별로만 교사 급식을 할지 말지 변경할 수 있다니 1학기는 먹는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식당에서의 식사, 13:10에 교실에서 식당으로 출발, 내가 마지막으로 받고 마지막으로 먹고 올라오면 13:33이니 총 23분 만에 모든 것이 끝난다.


앞에 앉았던 아이가 있었다.

"이거 어떻게 먹지?"

딸기를 보고 한 말이었다. 아이가 딸기를 안 먹어봤을 리는 없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그동안 딸기 꼭지를 따서, 나도 그렇듯 반을 갈라 딸기의 속살이 핑크빛으로 이쁘게 보이도록 놓아주셨겠지. 그래서 꼭지가 달린 딸기를 먹을 줄 모르는 거다.


옆에 있던 아이가 말했다.

"일단 초록을 잡아. 그리고 먹으면 돼. 거기 초록까지는 먹지 말고."


부모의 사랑은 어디까지가 적당할까? 나도 늘 그 실랑이를 하고, 또 안타깝게 교실의 아이들에게서 그 실랑이를 보기도 한다. 해마다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얘들아, 대학을 가고 나서 공부를 더 하려면 대학원에 가는데, 어떤 대학원생이 말했다지. "교수님, 짜장면 좀 비벼주세요.""


아이들이 무언가를 하길 바란다면, 부모는 해주지 말아야 한다.

20여 년 전의 아이들은 사랑에 허기졌다면, 지금의 아이들은 사랑이 지나쳐 무기력에 빠져있기도 하다.


모든 게 적당하고, 모든 게 알맞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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