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2/ 좋은 것만 가득 줄게~
요즘 4학년 사회시간에 지도에 대해서 배운다. 방위, 방위표, 기호와 범례 등 용어를 배운다. 그러면 나는 뒤쪽 구석에 돌돌 말아두었던 커다란 지도를 꺼낸다. 세계지도 한 장, 그리고 우리나라 지도 한 장. 우리나라 지도는 아이들이 수시로 볼 수 있도록 칠판에 떡하니 붙여둔다. 그리고 세계지도는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서 복도 방화문에 테이프로 붙여두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교실 창문이 아주 맑은 것을 좋아해서 창문 근처에 아무것도 쌓아두지 않는다. 그래서 등교하는 아이들의 얼굴이 복도부터 다 보인다. 그리고 오늘은 교실에서 보니 밖에 붙여 둔 세계지도에 기웃거리는 아이들을 두 번이나 보았다.
위는 우리 반 아이들이 오후에 집에 가면서 지도를 보는 장면이고, 아래는 오늘 아침 등교하는 5학년들 사진이다. 5학년은 우리 교실보다 한 층 위에 있는데 올라가다가 멈춰서 보는 게 너무 귀여웠다. 한참을 보면서 속닥거린다.
초등학교 교실에 기본적으로 게시할 수 있는 공간은 칠판 양쪽 앞판 2개, 미술작품을 거는 뒤판, 그리고 양쪽 교실 기둥 정도라고 볼 수 있다.
그중 아이들이 많이 보는 앞판 양쪽은 각 선생님의 교육방침이나 안내가 있는 편이다. 나는 '우리 모두 소중해요.'라고 적는다. 자아존중감을 강조한 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이제는 자아존중감을 검사하면 낮은 아이가 드물어서 내년부터는 바꿀 계획이다. 아마도 배려와 협동을 강조하는 쪽으로.
그리고 미술 게시판은 다양한 변천사가 있다. 첫 발령받았을 때는 학생수대로 8절 도화지 크기의 부직포 대지로 자리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각 학생의 이름도 붙여주었다. 초록색 커다란 판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작품 완성이 늦거나 안 내는 아이들은 항상 있었고 그러면 뻥 뚫린 구멍처럼 몇 자리는 이가 빠졌다. 그래서 이후에는 아이 이름은 적지 않고 자리를 만들었다. 하지만 매번 스테이플러로 찍었다 빼는 일이 힘들어서, 작품 바꾸기가 힘들고 미루게 되었다. 그래서 그다음에는 클리어파일 비닐 속지를 넣었다. 그래서 아이들 작품을 넣었다 빼기가 좀 쉽게 바꾸었다. 하지만 그것도 번거로웠다. 그래서 2020년 지금 이 학교에 왔을 때부터는 아래 사진처럼 아톰 메모홀더를 사용했다. 이 뒤편에는 양면테이프가 있는데 그걸 바로 판에 붙이면 다음 해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또 생각을 했다. 그래서 A4크기 OHP필름을 4 등분하고 메모홀더를 그 필름에 붙인 뒤, 타카로 그 OHP필름을 판에 붙였다. 이걸 생각해 냈을 때 그 쾌감이란~ 지금 생각해도 너무 큰 것이었다. 아이들이 자기 작품을 끼우고 빼기 쉬워서 나는 편하고,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리에 걸겠다고 좋아했다. 아래에서 위로 끼우면 되고 뺄 때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빼면 된다. 가끔 안 빠지면 메모홀더에 보이는 짧은 막대기를 손으로 톡톡 위로 밀면 잘 빠진다. 그래서 주변 선생님들에게도 추천했는데 그 뒤인지, 먼저인지 모르지만 판매되는 게 있었다^^ 하지만 그걸 산 선생님들은 작품을 걸 때 그 압정이 빠진다며 사용하지 않아서, 연구실에 누구 건지 알 수 없는 그 잔해가 아직도 쌓여있다. 돈 주고 산 것보다 내가 만든 것이 더 튼튼하다는 자부심에 두 배로 기쁘곤 했다.
그리고 양쪽 기둥에는 한쪽엔 한 주의 시간표, 그리고 다른 쪽에는 달력을 걸어두었다. 또 앞쪽 빈 벽에는 작년에 2절 하얀 액자를 사고 명화포스터를 걸어두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바꾼다. 지금은 빈센트 반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가 걸려있다.
마음 같아서는 더 많은 걸 걸고 싶지만, 항상 조화가 중요하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맞는 것도 중요하다. 교실 전체를 둘러보아 너무 번잡하면 빼고, 너무 허전하면 추가하는 게 좋다.
그리고 모든 게시하는 것들의 색상은 눈이 피곤하지 않도록, 그리고 기울어지지 않도록, 좋은 내용인지 보고 걸거나 붙이는 게 중요하다. 또 무언가 게시만 하고 설명하지 않으면 의미가 줄어든다. 게시한 건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창문 쪽엔 4~5개의 화분은 놓는다. 작아도 식물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있다. 특히 창문에 두면 보는 기분이 좋다. 이 화분들은 2020년 봄에 샀으니 꽉 차게 6년이 되어간다. 분갈이를 해주면 더 커질 텐데, 교실 안에서의 조화상 그대로 두니 화분이 거의 뿌리로만 가득 찼다. 제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건 셰프렐라홍콩야자다. 테이블야자는 5년이 지난 작년부터 시들시들해지는데 셰프렐라홍콩야자는 혼자 건강하다. 교실이 환기도 채광도 좋지 않은데 오래 살아주어 고마울 뿐이다.
나의 교실은 이렇게 필요한 정보와 조화,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아이들이 이 교실에서 다양한 정보와 아름다움을 기본값으로 배웠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