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9. 알림장에 쓰는 칭찬

20260313/ 파란 칭찬과 노란 밑줄

by 화원

나는 어릴 때 학교에 다니는 게 좋았다. 선생님은 친절하시고, 공부하는 것도 친구들과 노는 것도 너무 재밌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비슷할까?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는데, 무언가 대회가 많아서 상장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상장은

공책에 찍어주시는 '참 잘했어요.' 도장이 엄청 커진 것, 그리고 일단 집에 가져가면 엄마도 좋아하시는 그런 거였다. 경필대회, 수학경시대회, 각종 글짓기대회, 각종 그림 그리기 대회, 과학대회, 표창장... 나는 그때 글짓기를 곧잘 했던지 상장을 가끔 받았다. 학교 문집에도 내 4학년 때 쓴 시가 실렸던 기억이 난다. 제목은 '구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학교에서 상이 거의 없다. 상이 갖는 효율성보다 부작용이 크기 때문인지, 대입시 수상기록을 반영하는데 고등학교 상장의 공정성을 의심해서인지, 혁신교육의 평준화로 인해 사라진 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상을 받으려면 교육청 단위에서 실시하는 대회에 나가거나, 교내 대외상 기준에 의해 추천될 경우에만 겨우 받을 수 있다. 다른 기관, 학원이나 사설 기관들의 대회는 여전히 많지만~ 학교에서 멋지게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외부의 상장이 혹시 학교로 오더라도 담임인 나는 그저 그 아이에게 조용히 전해주는 것이다. "**, 상 받았구나? 축하해."라고 나지막이 전할 뿐이다.


그래서 아이가 잘한 것과 못한 것에 대해 별다른 상과 벌이 없기 때문에 생활지도가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나는 작년부터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바로 알림장을 이용하는 거다.


오늘 국어시간에 독서를 하며 4가지 질문과 답을 적는 활동을 했다.

-책 내용에서 바로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

-책 내용에서 답을 짐작할 수 있는 질문

-책을 읽고 떠오른 생각이나 느낌에 대한 질문

-자신의 삶과 관련짓는 질문


아이들은 아침독서 시 읽은 책 내용 중 위의 4가지 질문을 만들고 답을 적는 것을 하고는 개별로 앞으로 나와서 내게 검사를 받았다. 다들 첫 번째와 두 번째 문제는 잘 만들었지만 생각이나 느낌, 나의 삶과 연결 짓는 세 번째, 네 번째 질문 만들기를 어려워했다. 그래서 눈에 띄게 질문을 잘 만든 아이 4명의 교과서를 칠판 아래 펼쳐두었다. 그리고 질문 만들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그걸 보게 했다.


-안중근이 없었어도 우리나라는 독립을 했을까?

-안중근과 나의 닮은 점은 뭘까?

-나도 폐기처럼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꿀 수 있을까?

-인간이 아닌 도깨비는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칠 때 잘한 친구의 것을 보여주는 것만큼 간단하고도 빠른 전달법은 없다. 잘 한 아이에겐 어깨 으쓱한 칭찬이기도 하고 다른 아이들은 애매하지 않고 분명한 샘플을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이렇게 무언가에 특출 난 아이들에겐 알림장에 내가 직접 칭찬을 적어준다. 파란 볼펜으로.


'국어시간에 네 가지 질문 만들고 답하기를 잘했어요.( )'라고 적어준다. 옆에 빈 괄호는 부모님께 사인받아오는 자리다.


바쁜데 이렇게 손글씨로 무언가를 해주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서 3~4명 정도일 때만 쓰긴 한다. 그러니 하루에 0~2건까지만 가능하다. 이 문장은 후에 생활기록부에 누가기록 근거가 되고, 아이들의 알림장을 걷어서 이걸 보며 누가기록을 입력한다. 꼭 공부시간 내용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친구를 도와주거나, 책임감 있게 무언가를 했을 때 등 분야는 상관없이 칭찬할 일에 대해서는 이렇게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만약 복도에서 뛴 아이는 자기 알림장에 자기 글씨로 적어 온다.

'복도에서 뛰지 않아요.( )'


이렇게 적어오면 나는 형광펜으로 노란 밑줄을 그어서 보낸다. 그러면 역시 부모님께 사인을 받아온다.

먼저는 칭찬 알림장을 1달 이상 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칭찬을 받아볼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교실 질서가 잘 유지되면 굳이 일종의 벌?과 같은 이걸 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질서가 잘 안지켜진다면 이 방법은 시작될 것이다.


이렇게 아이가 잘하면 내 손이 고생하고, 아이가 잘못하면 그 아이 손이 고생해서 가정과 협업을 한다. 1년 내내 할 필요는 없다. 1학기만 하고 나면 가정에서도 아이의 현황?을 알게 되고 지도하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1학기까지만 조금 번거로워도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아이에 대한 아무런 피드백을 하지 않다가 무슨 일이라도 나면 가정에서도 당황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림장을 굳이 안 쓰는 학급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생활지도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지 않기에 어떻게 할까 늘 궁리하다가 최근에 얻은 방법은 이렇다. 간단히라도 피드백을 할 것! 아이가 옳은 일과 그른 일을 분별하게 해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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