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18/ 예전보단 많이 편해졌지만 그래도 힘든 날
어김없이 올해도 3월 셋째 주 수요일 2시는 학부모총회다.
'아 올해도 우리 딸 고등학교 총회는 우리 학교 총회랑 겹쳐서 못 가는 군. 내년엔 딸이 고3이니 전담이라도 하고 꼭 가고 싶다.'
학부모님들이 우리 교실에 처음 와서 나와 대면하는 첫날~
3월 3일이 아이들과의 첫날이었다면, 학부모총회는 학부모님들과의 첫날이다.
일단 교실 정리부터 하고, 지저분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아래의 일을 상당히 급하게 준비했다.
- 미루었던 아이들 사진 폴라로이드로 몇 장 뽑아서 창문에 걸기
- 학급문고로 준비한 시공주니어 문고 레벨 2, 레벨 3을 상자에서 꺼내 벽장에 진열하기
- 아이들 클리어파일 옆제목을 붙여서 뒤쪽에 모아두기
- 상자랑 종이 등 분리배출 하기
- 살까 죽을까 하며 바라보던 화분 2개 잎이 부서지는 거 확인하고 버리기...
- 학부모총회를 위한 PPT 편집하기
- 총회 등록부 뽑아서 교실 입구 밖에 볼펜과 함께 책상 위에 두기(등록부에는 이미 참석한다고 알려오신 분들의 정보를 입력해서 뽑아둔다. 내가 어딘가 출장 갔을 때도 정말 딱 내 '사인' 하나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오신 학부모님들이 그렇게 하실 수 있도록 한다. 내가 받고 싶은 대로 주는 것, 난 그걸 늘 하려고 노력한다.)
특히 이 중에서 PPT에는 내가 운영하고자 하는 학급운영, 교육방침, 생활지도 등이 담겨 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이 오신 만큼 각 가정에 하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올해는 두 가지를 당부했다.
1. 아이들이 물건을 집에 두고 왔거나 학교에 두고 왔을 때 스스로 해결하도록 해달라는 것
: "아이가 없어졌다면 제가 꼭 도와드릴 겁니다. 하지만 물건을 잃어버렸다면 애써 도와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가 뭘 놓고 갔다고 해서 학교까지 직접 와서 갖다 주는 일은 이제 그만하시는 게 아이에게도 좋습니다. 아이가 커가도록 하셔야죠."
: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일로는 실내화 주머니를 안 가져왔다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는 다시 횡단보도를 건너고 그 급한 마음에 엄청난 위험에 노출된다. 그래서 안 가져오면 안 가져온 대로 하루를 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 가져왔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알아가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도 말한다.
"뭔가 안 가져왔으면 어떻게 해야 하죠?"
"엄마한테 가져다 달라고 해요."
"이제 여러분은 4학년이에요. 엄마 찾지 말고 친구나 선생님에게 물어보면서 학교 안에서 해결합시다."
2. 담임교사에게 연락 시 문자 내용은 되도록 간결하게 해 달라는 것
: "하이톡으로 담임에게 연락 시 10줄 미만으로 보내주세요. 긴 내용이 있다면 그건 통화로 해주세요."
: 사람마다 연락의 방법이 다 다르다. 하지만 학교상황은 언제나 바쁘고 시끄럽고 분주하다. 그걸 계속해서 가르치고 지도해야 하는 사람이 담임들이다. 그 와중에 학부모님에게 연락이 오는데 '이건 뭐지?'싶게 지나치게 긴 문자가 오면 읽기도 전에 지친다. 그래서 '요점이 뭐지?' 찾게 된다. 말할 때도 상대가 들을 수 있는 상황인가 보고 말하듯, 담임교사에게 연락할 때도 '선생님은 바쁘시다.'를 염두에 두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우리 반에는 학부모회 회장님도, 4학년 학년대표 어머니도 있다. 그리고 여러 보람교사(학습보람교사, 독서보람교사, 안전보람교사)도 위임장 제출 시 이미 모두 신청하셔서 총회 당일에 뽑아야 하는 어려움이 없었다. 어머니들도 바쁘실 텐데 학교 일에 적극 참여해 주시는 모습이 늘 감사하다.(나도 아이 초1 때 학급대표, 1학년대표, 초2 때 학운위 학부모위원을 했기에 참여하는 분들의 노고를 충분히 알고 있다.)
총회에는 우리 반 학생 25명 중 12 학생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셨다. 우리 반 운영에 관한, 그리고 학교 운영에 대한 여러 안내를 받으셨다.
그리고 총회 다음날 한 부모님이 연락을 주셨다.
"**가 4-6반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는 “최** 선생님 만나려고 이 학교 온 것 같다”라고 말한 적이 있을 정도로 평소에도 선생님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습니다."라며 연락을 주셨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때라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지만, 한 아이가 내게로 와서 배우는 이 인연을 난 소중히 여긴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아이의 말대로 나와의 만남이 이 아이에게 좋고 따뜻하고 배움이 남는 기억이 되길 바란다.
학부모님들과의 첫 만남은 반가웠지만, 수업을 다 하고(내 고2딸은 총회 한다고 3교시 후 하교했다는데..) 학부모 총회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 퇴근해서는 남편이 사 온 붕어빵 2개를 먹고, 궁금해서 산 '자판기맛 우유'스틱 하나를 따뜻한 물에 타서 먹고 잤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몸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학부모총회날은 피곤하다. 푹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