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 오늘도 고친다

20260319/ 책가방 걸이를 J자로 만들기

by 화원

"선생님 가방을 거는 고리가 이상해요."

"어, 선생님이 볼게."


아이의 말을 듣고 가보니, 책상 옆에 가방을 거는 쇠로 된 고리가 ㄴ자로 늘어져 있디. 이게 원래는 J자형이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책가방을 걸었는데 옆으로 스르르 빠지고 떨어지는 것이었다.


2022년이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책상을 새로 산다고 해서 전교학생회 임원들이 학생대표로, 학부모회가 학부모 대표로, 학년별 교사 1인이 교사대표로 모두 모였다. 책상 샘플이 4가지인가 있었고 나도 보러 가서 투표에 참여했다. 그래서 모두의 의견을 모아 샀던 이 연둣빛 책상. 그전까지는 나무라고 속았지만 나무로 보이는 합판? 과 필름으로 덮인 책상이었는데, 그것만 보다가 새 책상이 얼마나 반짝반짝 이뻤는지 모른다.


선생님들도 다들

"책상만 새로 들어왔는데 청소를 안 해도 교실이 깨끗해 보이네."라며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느새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책상은 새것이라는 타이틀을 많이도 벗고 있었다. 의자에서 긴 나사못이 툭 툭 떨어지고, 책가방 고리는 늘어지고, 의자 틀과 등받이를 조이던 검정 플라스틱 나사도 몇 개나 주웠다. 아이들은 그걸 보면 신기한 듯 내게 가져온다.


"선생님 이게 떨어졌어요."

"응 이거 등받이 고정하는 건데 고쳐줄게."


그래서 오늘도

"책가방 거는 고리가 ㄴ자로 늘어진 사람?"

"저요."

"저도요."

한 두 명이 아니다.

"**야, 손든 사람 이름 좀 칠판에 적어줘."


보니까 8명은 된다. 그래서 학교 시설 주무관님께 메시지를 드렸다.


"주무관님, 4학년 6반에 좀 와주세요. 책가방 거는 고리가 많이 늘어졌어요. 그거 뭐라고 하죠? 그거 꽉 잡는 도구? 바쁘시면 그것만 빌려주셔도 됩니다."


메시지 드리고 3분이 지났을까?

"왜, 뭐 이상해요?"라며 저 멀리 복도에서부터 반가운 주무관님 목소리가 들린다.


"아, 주무관님 총알이세요? 어쩜 메시지 드리자마자 이렇게 빨리 오셨어요?"

"아이 뭐 이거."라고 하시면서 빨간 칠이 된 장비차?를 끌고 오셨다.

"뭐 고치라고?"

"아 책상 옆에 이 고리가 이렇게 구부러져야 하는데 옆으로 늘어져서요."

이 주무관님은 한 20년쯤 전에 같은 학교에 계시던 분이시다. 내가 알기로 나이가 상당히 많으신데 그때나 지금이나 잘 도와주시고 친절하시다. 두 학교에서 만난 반가움이 있다.


하나 두 개 고쳐 주시는데, 이게 보다 보니 책상 양쪽 모두에 고리가 있는 것이라, 주무관님이 혼자 하시기엔 너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해볼까요?"

"해봐요. 잘 되나?"

내가 힘을 주어 구부린다.

"어, 잘하네."

"주무관님 이거 하나 더 있나요?"

그래서 주무관님과 나는 양쪽으로 나누어 절반씩을 그 고리 J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는 빨리 마쳤다.


"감사해요. 빨리 와주셔서 빨리 고쳤네요."

나는 나가시는 주무관님께 인사를 하고, 흐트러진 책상을 다시 바르게 줄 맞추어 정리한다.


누가 오늘 책상 옆 고리를 고친 이 변화를 가장 빨리 알아차릴까? 난 그런 게 참 궁금하다.

(하루 다음날, 아이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불편할 때만 알아차리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내게 다양한 걸 고쳐달라고 들고 온다.

미술시간 만들기, 장기판, 필통 지퍼, 책가방 지퍼..

대개는 고칠 수 있고, 고쳐줄 때 뿌듯하기도 하다.

가끔 시간이 부족할 뿐이다.

다음엔 또 뭘 고쳐달라고 하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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