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6. 수학 익힘 책 검사

20260320/ 교대 수학심화 선생님의 꼼꼼함

by 화원

나는 학생시절 수학을 좋아했다. 그리고 지금도 수학을 좋아한다. 수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답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 답이 틀리다면, 풀었던 과정을 다시 점검해서 고치다 보면 다시 정답을 찾을 수 있었다. 국어시간의 은유와 상징은, 분명히 독자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시험에는 정답이 있었고 내가 느끼지 않은 것도 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난 화가 났던 것도 같다.


학생시절에는 수학 선생님과 수학시간과 시험을 좋아했다. 물론 시험 100점을 항상 바라고 노력했다. 하지만 요즘은 물건 살 때 10g당 가격을 얼른 계산한다거나, 80km 운전을 해서 간다면 '음, 시속 60km로 가면 대략 80분이니까 1시간 20분 걸리겠군?' 이런 생각을 하기 좋아한다. 운전하다가 50km 속도제한이 있다면 '10%는 허용되니까 55km~' 이렇게 머릿속으로 쉬지 않고 계산을 하곤 한다. 요즘은 아이스크림 '티코'를 좋아하는데 아이스크림을 먹고는 싶은데 조금 먹기에 딱 좋기 때문이다. 엑설런트도 작고 좋지만 그건 먹으려면 손에 크림이 묻는데 티코는 초콜릿 코팅이 되어있어서 손에 바로 잡고 먹어도 좋다. 또, 낱개 포장된 봉투마다 '고마워요, 좋은 하루, 축하해' 등 행복한 문구가 쓰여있어서 보는 자체가 기분이 좋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15개 들었는데 7200원이니까, 음, 한 개당 480원이네.' 이러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교육대학교에 입학해서도 수학교육을 심화했고, 학교에서도 내가 심화한 수학에 대해서는 조금 더 애정과 철저함을 가지고 가르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주 반복해서 지도하는 것 리스트를 아래처럼 만들었고, 나는 몇 년 전부터, 아이들의 수학책과 수학 익힘 책 맨 앞표지에 이 종이를 붙이도록 했다.

일단, 나는 수학시간에 수학 익힘까지 모두 가르치고 채점하려고 하지 않는다. 첫 시간에 말한다.

"수학 익힘 책은 여러분 혼자 숙제로 해오는 책이에요. 그래서 답지도 뒤쪽에 있죠. 그러니까 앞으로 선생님은 수학책만 가르칠 거고, 수학 익힘은 여러분이 직접 풀고, 채점까지 해서 내도록 합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숙제를 내주는 것도 싫고, 안 해왔다고 실랑이하는 것도 싫어서 수학시간에 스피디~하게 모두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1정 자격 연수에서 강사님이 '수학 익힘은 혼자 공부하도록 계획되었다.'는 걸 들었고 나도 그 취지에 동감했다. 수학 익힘까지 40분 내에 다 하려면 수학책의 개념 지도는 수박 겉핥기 식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깊이 있게 하지 않고 훑듯이만 가르친다면 할 수 있지만, 교대 때 수학 심화한 선생님으로서의 나는 그걸 용납할 수가 없다. 그리고 아이가 모든 숙제를 학교에서 다 하면 집에서는 하지 않는 이상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공부는 결국 혼자서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면 그 습관들이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수학 익힘을 숙제로 내준다고 해서 내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나는 숙제로 해온 아이들의 수학 익힘 책을 검사한다.

철! 저! 하! 게!

위 사진 속 9가지 기준으로 말이다.


수학익힘책 검사는 보통 아이들이 전담선생님 교실에 갈 때, 그러니까 올해는 체육이나 영어시간에 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이 냈던 수학 익힘 책을 내 책상으로 옮겨온다. 그리고 준비물을 가져온다. 통과된 책에만 찍히는 도장, 빨간펜과 파란 볼펜, 그리고 사무용 골무. 이 중 사무용 골무는 강력 추천한다. 아이들 책을 몇 장씩 넘겨볼 때 편하다. 파란 볼펜은 명렬표에 숙제여부, 그리고 통과여부를 기록하는 데 쓰인다.

검사하며 이상이 있는 부분은 빨간 색연필로 V표시를 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간단히 쓴다.

'글씨', '글자 탈출', '숫자 사이 띄어 쓰지 않기' 등..

첫 번째 검사 시에는 25명 중 단 2명만 통과되었다. 통과가 되면 커다란 검사도장을 찍어준다. 하지만 통과되지 않은 아이들은 책장 모서리를 접어준다. 틀린 게 있으면 그쪽의 위를 접어준다. 그러면 아이들은 그 표시를 보고 고쳐서 다시 낸다. 이렇게 3번까지도 검사받는 아이가 있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분명 힘들 수 있다. 인성적인 부분으로는 아이들을 한없이 사랑하고, 격려하지만 학업적인 부분에서는 또 무척 정확하고 철저하게 가르치는 편이다. 그냥 친절하기만 한 선생님을 지향하지는 않는다. '친절하지만 엄하기도 한'이 두 가지가 함께 쓰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런 선생님을 지향한다. 잘 되어가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수학 익힘 책 기록을 보통은 3, 4월에 이렇게 훈련하면 이후에는 아이들도 습관이 되어 반복되게 틀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작은 실수로 인해서 중요한 시험에서 낭패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깊은 목적이다. 아이들에겐 아직 큰 시험은 없으니 이 목표가 보일리 없겠지만 말이다.


내가 친절했던 모습도, 그리고 꼼꼼했던 모습도 아이들에게 어느 순간엔가 기억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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