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 예쁜 글씨 쓰기 시작~!

20260325/ 모두 한석봉이 되어랏!

by 화원

4학년 1학기 국어책에 마침 한석봉과 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4쪽에 걸쳐서 나온다. 글씨 쓰기 지도하는 데 아주 적절한 교육과정이다. 지금 아이들의 글자는 25명 중 6명을 제외하면 글씨 쓰기 지도가 꼭 필요한 수준이다. '1학년도 아닌데 4학년에서 꼭 글씨 쓰기를 가르쳐야 하나? 배정된 수업 시간도 따로 없는 건데.'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글씨 쓰기를 지금 4학년에서라도 잘 지도하지 않으면 앞으로 누가 가르쳐줄까 하는 마음에서 작년에도 가르쳤었다.


그래서 이미 지난주에 안내를 했다.

"집에서 안 쓰는 글씨 쓰기 공책 있으면 보내주세요. 없으면 사지는 말고 그냥 옵니다. 없는 사람은 인쇄해서 줄게요." 아이들에게 말하고 알림장에도 적는다. 그러자 25명 중 15명 정도는 공책을 가져오고, 나머지는 글씨 쓰기 공책모양의 종이를 인쇄해서 칠판 아래에 둔다. 그리고 글씨 쓰기에 대한 교육과 글씨 쓰기가 연일 계속된다.


이미 인디스쿨에서 좋은 글씨 쓰기 자료를 찾아서 인쇄했다. 모두 7쪽 분량이다. 연필 잡는 법, 모음 쓰기, 자음 쓰기, 자형 3가지 파악하기(<, ⋀, ◇), 글씨 쓰는 바른 자세가 담겨 있다. 이 인쇄물을 보면서, 그리고 내가 지도하면서 터득한 몇 가지를 같이 지도한다.

- 자음은 작게 쓰고, 모음은 길게 쓴다.

- o을 동그랗게만 신경 써서 써도 전체가 예쁘게 보인다.

- 글자의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 네모칸에 쓸 때는 글자를 중앙에 쓰고, 줄 위에 쓸 때는 아래줄에 맞추어 쓴다.

- ㄹ 위와 아래 간격을 같게 한다.

- 받침은 그 위 세로획에 맞추어 오른쪽으로 붙여서 쓴다.

- ㅎ, ㅊ의 윗부분은 수직이 아니라 수평처럼 쓴다. 등이다.

- 줄에 쓸 때는 줄 높이의 2/3크기로 쓴다.

- ㅔ나 ㅐ를 쓸 때는 안쪽은 짧게, 바깥쪽은 길게 쓴다.

- 조금 틀렸다면 덧쓰지 말고 지우고 새로 쓴다.

- 빨리 쓰려고 하면 가는 선들이 생기니 천천히 쓴다.


글씨 쓰기를 지도하기에는 아침 자습시간이 가장 좋다. 우리 반은 원래 독서만 25분씩은 하는 아침시간이지만, 지금은 글씨 쓰기에 일부를 내주어야만 한다. 난 집에 가기 전에 칠판에 미리 적어둔다.

일단 처음에는 연한 회색으로 인쇄한 글자를 따라쓰기를 한다. 그 이후에도 다양한 걸 하는데, 단어 수준이 아니고 문장 수준으로 쓴다. 그래서 글씨 쓰기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쓸 것인지 그 내용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나는 자존감에 대해 아직도 중요하다고 여겨서 자성예언 16가지를 먼저 쓰게 한다.

그러고 나서 자기 이름을 강조할 것이다. 적어도 자기 이름은 정말 잘 써야 하지 않나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미덕에 관한 설명이 담긴 글씨 쓰기 자료가 있어서 네모칸 아닌 줄 위에 쓰기를 할 예정이다. 감사란~ 이런 내용이다.


1일 차: 단어 따라 쓰기

2일 차: 자성예언 1~5줄까지 쓰기

3일 차: 자성예언 6~10줄까지 쓰기

4일 차: 자성예언 11~16줄까지 쓰기

5일 차: 자기 이름 20번 쓰기(내가 아이들 이름을 각자의 공책이나 종이에 한번씩 쓰면서 보여준다)

6일 차~: 미덕 52가지 쓰기가 하루 한 가지씩 시작될 예정이다.


오늘 글씨 쓰기 첫날이었고,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알림장 쓰기다. 결국 알림장이 글씨 쓰기의 효용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래서 아주 까다로운 검사를 거쳐서~ 모두 집으로 간다.


"여러분이 글씨 너무 잘 써서 부모님이 놀라지 않으실까요?"

"글쎄요 놀라지는 않으실 것 같은데요?"

"아니에요, 선생님이 봐도 너무 잘 썼는데 놀라실 것 같아요."


이렇게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 학부모에게 보내는 알림장에 추가로 몇 줄 적는다.

"오늘 알림장부터 글씨 검사했습니다. 가정에서 많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많이 놀라시고 칭찬해 주세요^^)"


다음날 묻는다.

"어때, 부모님이 칭찬해 주셨나요? 알림장 보여드리고 칭찬받은 사람?"

"네~!" 아이들 절반 이상이 손을 들었다.

"뭐라고 칭찬하셨을까?"


엄마가 "이거 선생님이 쓰신 거니?"라고 하셨어요.

"처음 본 글씨네."라고 하셨어요.

이게 칭찬인지는 모르겠는데요 "우리 **는 항상 잘하니까."라고 하셨어요.

엄마가 "잘했어."라고 하셨는데 칭찬같지 않아요."

"왜 그럴까?영혼 없이 대답하셨어?"

"네 그래서인 것 같아요."

"정말 잘했다."라고 우리 형도 잘했다고 해줬어요. 등등 아이들은 신나서 말한다.


정말 잘 칭찬해 주신 분도 있지만 다소 칭찬 같지 않은 칭찬을 받은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은 말의 워딩만 듣는게 아니다. 말하는 엄마의 표정과 음성 톤, 진심인지 그저 그런 반응인지 기가 막히게 안다. 말로만 하는 칭찬은 오히려 아이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말했다.

"음, 부모님들이 많이 칭찬해 주셨는데 이왕이면 칭찬 잘하시는 법을 알려드려야겠다."

그리고 다음날 알림장에는 내가 아는 범위에서 칭찬 잘하는 법을 써드렸다.


* 어제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많은 아이들이 칭찬받았다며 싱글벙글합니다. 그런데 "부모님이 알림장 글씨 칭찬하셨나요?" 하니 이게 칭찬인지 모르겠다고 애매하다는 아이가 몇 명 있었습니다. 그래서 칭찬하는 방법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앞으로도 4-6 아이들 가정에서도 칭찬 먹고 쑥 쑥 자랄 수 있게 협조해 주세요~

* 자녀 칭찬하는 비법*

1.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글씨에 정성을 들여 썼구나, 가로 세로 선을 똑바르게 썼네

2. 애매하지 않고 분명히 칭찬한다-항상 잘하니까~ 보다는 '항상 잘 하지만 오늘은 더 잘했네'

3. 곧바로 칭찬한다- (어른이)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를 바라보며 바로 칭찬한다.

4. 기억에 남도록 칭찬한다-"이거 선생님이 쓰셨니?" "와 한석봉 글씨인데?"


초등학교 시절에는 특히, 학교에서 가르치는 게 다가 아니고 가정에서의 협조가 있을 때 교육이 매우 효과적이다. 그래서 가정에도 다양한 협조를 구한다. 똑같은 걸 가르쳐도 가정마다의 분위기나 호응이 달라서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글씨 쓰기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참 오래 걸리는 일이다. 많이 고쳐야 한다는 아이는 살짝 삐진 듯 속상함을 보이기도 한다. 무엇이든 처음엔 다소 힘들지만, 꾸준히 노력하면서 개선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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