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 선생님들의 연구실

20260324/ 탕비실이자 자료실이자 회의실

by 화원

, 이곳은 과연 어떤 곳일까... 싶은 이곳이 바로 선생님들의 연구실이다.


선생님들은 보통은 각자의 교실에서 연구한다. 위 사진은 학년연구실의 모습이다. 초등학교는 선생님 그룹을 학년별로 묶는다. 올해도 6명의 담임선생님과 3명의 전담선생님, 그리고 상담선생님까지 총 10명이 4학년 한 팀이다. 그리고 위 사진은 그 10명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가끔은 간식도 먹는 그런 공간이다.


학년 연구실엔 무엇 무엇이 있나?

1. 회의테이블과 의자 10개. 테이블 위에 같은 크기의 유리판이 있었는데 작년에 일부가 깨지면서 그냥 다 빼 버렸다.

2. 정수기. 몇 년의 건의 끝에 작년에야 겨우 들어온 귀한 정수기다. 얼음정수기까지 건의했지만 그건 안되고, 냉수, 정수, 온수 기능 세 가지만 가능한 정수기다.

3. 싱크대. 각자 쓰는 머그컵이나 텀블러 세척하는 정도로 쓰는 싱크대, 다만 냉온수가 잘 조절되지 않아서 "앗 뜨거." 하고 손을 데이는 날도 있다.

4. 전자레인지. 아주 간혹 뭔가 데워먹을 때 쓸 수 있다.

5. 교구와 학습준비물들... 자료실이 따로 있긴 하지만 그곳은 문이 잠겨있어서 수시로 꺼내 쓸 수 있는 이곳에 정말 많은 자료들을 두고 사용한다. 위 사진은 1년에 네 번에 걸쳐 사는 학습준비물 중 1분기 짐이 마침 온 날이라 연구실 모습 중 가장 좁고 엉망인 때다. 올해 학년부장님이 깔끔하셔서 자주 청소하고 있으셔서 그나마 이 정도지, 관리 안 되는 연구실은 정말 참담하다. 소고, 실로폰, 수채화 물통과 붓, 도화지, 핸드벨, 가위, 테이프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6. 벽시계. 내가 작년에 왔을 때 무슨 학원인가에서 받은 장난감 같은 벽시계가 걸려있었다. 그 학원 이름까지 떡하니 박혀서 말이다. 그래서 '이건 아니지.'싶어서 행정실에 요청해서 구입했다.

7. 거울. 이것도 내가 작년에 요청해서 시설기사님이 학교에 남는 걸 찾아서 달아주셨다.

8. 핸들카. 택배나 짐들을 옮길 때 필요해서 3개나 있다. 대형이거나 무거운 택배 옮길 때 사용하고, 2월 선생님들의 교실 이사시에도 사용한다.

9. 컴퓨터 1대, 프린터 2대. 컴퓨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각 교실에서 다량의 인쇄가 필요할 때는 이 연구실 프린터로 인쇄를 걸어 사용한다. 흑백프린터 1대, 칼라프린터 1대인데 모두 월 임대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10. A4박스 10 상자 이상. 인쇄를 하다 보면 종이가 모자라곤 한다. 그러면 1층 서고에서 필요한 A4상자를 가져와야만 한다. 올해는 옆반 선생님이 말도 없이 혼자 핸드카트를 가지고 가서 10 상자도 넘게 가져다 놓으셨다. 허리 무척 아팠을텐데.. 그 덕분에 한 학기는 충분히 쓸 것 같다.

11. 냉장고. 아주 기본적인 2 도어 냉장고다. 아직 봄이라 냉장고 안에는 별 게 없다. 점심 식사를 안 드시는 두 분 선생님의 건강 식사정도만 있는 것 같다. 가끔 서로 채워두는 사랑의 음료가 자리를 차지한다.

12. 차와 간식. 이건 교사들이 회비를 모아 내돈내산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 회사들의 탕비실이 언제나 부럽다. 특히 겨울에 구글본사에 연수를 다녀왔는데 커피머신이 있는~ 그런 환경이라니, 우리의 연구실과 너무 비교가 되었다. 학교에서 학기별 1인당 만원 가량을 지원해주긴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차 마시는 것 정도는 학교에서 다 지원해 주면 좋겠다.

13. 쓰레기통과 분리배출함. 뭐 어디나 있는 것이라 여기에도 있다. 요즘은 누가 하기로 특별히 나누지 않았는데도 자꾸 쓰레기통이 비워져 있다. 8시도 되기 전에 출근하시는 부장님이 쓰레기봉투를 묶고 버리고 하시는 것 같다.

학년연구실에선 뭘 하나?

1. 선생님들 회의.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회의를 한다. 교육과정 진도 확인도 하고, 수업에 대한 의견도 낸다. 전담선생님들은 4학년 아이들을 모두 만나시기에 반별 분위기나 학생들에 대해 조언을 주셔서 좋다. 각반에서 문제가 되는 학생이 있거나 불편한 학부모가 있으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2. 학생 상담. 교실에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있다 보니 개별 학생 상담이 필요할 경우엔 학년연구실에 데리고 와서 상담을 하기도 한다. 물론 상담하다가 불쑥 들어오는 선생님들이 있어서 멈칫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공간은 그렇게 자주 사용된다.

3. 간식타임. 올해는 식시시간이 늦어서 5교시 후 점심식사를 한다. 그래서 가끔 쉬는 시간이나 비는 시간에는 연구실에 가서 조그만 간식을 먹으며 허기를 채운다. 그리고 가끔 누군가 좋은 일 있다면서 차를 사실 때도 같이 만나서 마시는 공간이 된다. 누군가는 구운 달걀을, 누군가는 터키산 쫄깃 간식을, 누군가는 드립백 커피나 인절미 연구실에 놓아둔다.

학교마다 다 다르긴 하지만 지금 우리 학교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은 선생님들을 많이 배려하고 위해주셔서 감사하다. 밥도 더 사주려고 하시고, 교직원회의 때 의자가 모자라 맨날 의자를 옮겨야 했던 걸 보시고는 회의실도 이쁘게 새로 만들어 주셨다. 하지만 결국 선생님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로한다. 말 한마디로, 맛있는 간식이나 차로. 그리고 우리는 같은 처지인 선생님들의 그러한 따스함에서 공감과 힘을 얻는다.

그나마 깨끗한 모습의 연구실^^

연구실은 공용 공간이기에, 별도로 청소하거나 관리하는 사람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래서 모두가 방치하면 정말 들어가기도 싫은 공간이 되지만, 누군가 손보고 애쓰면 모이고 싶은 공간이 되기도 한다.


학교의 시설은 모든 게 좁고, 부족하고, 괜찮지 않다. 어딘가와 비교할수록 더 그렇게 느껴진다. 하지만 또 이런 속에서도 선생님들은 서로를 도우면서 힘을 낸다. 일보다 사람, 환경보다 사람이 더 힘이 된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