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23/ 손드는 사람은 두 명
올해 우리 반은 25명이다. 남학생 11명, 여학생 14명. 교실이 꽉 차게 느껴진다. 3월 처음 시작할 때 학생수가 많으면 일단 힘든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학생수가 많으면 중간에 전학생이 오지 않는 게 그나마 편하달까? 전학생이 오면 학생수가 적은 반부터 배정되고 채워지기 때문이다.
해마다 반 아이들의 특성이 있다. 작년 아이들은 생기발랄 + 에너제틱 + 고성이 함께 있었다. 재밌기도 하지만 교사로서 상당한 체력을 소진하는 한 해였다. 올해 아이들은 이제 한 달 정도 지나가는데 일단 작년 아이들보다 조용하다. 그런데 수업 집중력은 떨어진다.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 구별이 모호하여 수시로 짝과 소곤소곤 쉴 새가 없다. 소곤소곤 많이 한다고 해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하느냐면 그건 또 아니다. 단지 속닥이는 것만 발달했을 뿐이다.
그래서 올해 아이들에게 유난히 많은 걸 가르친다.
"수업시간에는 선생님에게 집중해야 해요."
"수업과 관련된 영상을 볼 때 자꾸 이러쿵저러쿵 친구들과 얘기하는데, 집에서 가족들과 보듯이 보는 거 아니에요. 수업 중 보는 영상은 집중해서 잘 보고, 다 본 후 선생님과 수업 시에 주제에 맞게 발표하거나 하는 거예요."
"생각난다고 아무 때나 다 말하는 건 아니에요."
이런 말을 거의 매일 하고 있다.
속닥이는 능력과 발표능력은 전혀 다르다. 그리고 평소에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발표 시 목소리가 우렁찬 것도 아니다. 완전 별개다.
"자 이거 발표해 볼 사람?"
이러면 작년엔 6명 이상 손을 들었다면, 올해 아이들은 보통 남녀 고정 1명씩이 있다. 가끔 많이 들 때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그렇다. 그나마 앉아서 작은 소리로 말하는 아이들이다.
그래서 교실 앞판에 원래 있던 걸 떼어내고 발표에 관련된 안내를 붙였다. 교실 환경은 고정적이지 않다. 아이들에게 강조해야 할 것을 수시로 변경해 가며 바꾸는 게 좋다.
일단 한 번은 앞판에 이걸 게시하면서, 각각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실제 손드는 방법, 목소리, 시선처리 등 여러 가지를 가르쳤다.
"일단 발표할 때는 일어나서 말합니다."
"일단 친구가 발표를 하고 있으면 손 드는 거 아니에요. 친구 발표가 끝난 후에 손을 들어요."
"말하는 친구를 바라봅니다."
"맨 앞에 앉은 사람은 뒤로 돌아서 친구들을 보면서 발표해요."
"발표할 때 시선을 세 번에 나누어 골고루 바라보면서 발표해요."
"목소리는 우물우물하지 않고 또박또박, 제일 멀리 앉은 친구도 잘 들을 수 있게 말해요." 등등이다.
그렇게 하고 지속적으로 일주일쯤 가르쳤다. 아직은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기차발표'를 시작했다. 기차발표란, 원래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모~두의 의견을 듣는 방법이다. 앉은자리를 기준으로 기차가 주~욱 이어지듯 한 명씩 계속해서 모두 발표하는 것이다. 나는 이걸 조금 변형한다. 날마다 도우미가 변경되는데, 모든 시작은 도우미다. 발표나 책 읽기, 앞에 나와서 문제 풀기 등 모든 걸 도우미부터 시작해서 계속해서 다음 사람이 한다. 도우미부터 국어 책을 3명이 나누어 읽고, 다음 시간엔 그다음 사람부터 수학 문제 푼 답을 발표하고 이런 식이다. 이렇게 하면 보통 하루에 누구나 1번 이상은 의견이든 답이든 대표독이든 1번 이상은 발표를 하고 집에 가게 된다. 지금 우리 반에겐 이것이 그나마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모두가 발표의 경험을 충분히 하도록 하는 것. 이렇게 조금 훈련되면 모든 게 좀 나아질 것이다. 교사가 무언가 하나를 가르친다는 건, 다각도로 계획하고 오래도록 꾸준히 가르치면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변화를 보기까지는 1년이라는 시간이 다소 짧게 느껴진다. 조금 변할 즈음 아이들은 떠나기 때문이다.
일주일이 지나도록 강조해도 아직도 아이들은 발표 시 일어나지 않고, 아주 작은 소리로 발표하곤 한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것이 필요한 과정임을 알기에 조급하지 않다. 모든 게, 특히 좋은 습관을 들인다는 건 참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얘들아, 기차발표도 좋긴 하지만 우리 다음엔 자유발표만으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