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2. 복도의 아이들

20260326/ 아동학대처벌과 교권보호의 사이

by 화원

교실에는 담임교사가 있지만

복도에는 담임교사가 없다!


그러다 보니 요즘 복도는..

1, 2학년 아이들은 달리기를 하고, 3, 4학년 아이들은 계단에서 가위, 바위, 보를 하며 우측통행 전혀 모르는 아이들처럼 온 계단을 막고 올라간다. 5, 6학년 아이들은 교실이 있는 층을 피해서 다른 층에서 잡기 놀이를 하느라 달리기를 한다. 그 아이들이 도서실에서조차 잡기 놀이를 한다고 사서선생님도 내게 여러 번 하소연을 하셨다. 그래도 다른 층 가서 뛰는 걸 보면 담임선생님께는 걸리기 싫은가 보다.

그래서 예전에 그리 강조하던 우측통행도, 뛰지 않기도 지도가 되고 있는 건지 마는 건지 여기가 실내인지 실외인지조차 구별이 되지 않는다. 복도에서는 소리 지르는 것도 일상이고, 뛰는 것도 당연한 아이들이다.

방과 후에는 더 심하다. 방과 후 컴퓨터실 앞 바닥에 앉은 10여 명의 아이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가로로 놓고 게임을 한다.

"방과 후 시간 많이 남았으면 도서실 가서 책 읽으세요. 학교에서 게임하는 거 아니에요. 정문 나갈 때 전원 켜는 교칙이 있어요."라고 하고 지나가면 일부만 끈다. 그래서 가끔은 아이들이 폰을 모두 치울 때까지 서있기도 한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나 혼자 지도할 수 있겠나. 컴퓨터실이 내 교실과 같은 층이라 오가며 유난히 많이 보다 보니 남의 일 같지가 않은 마음에서 자꾸만 지도한다.


그래서 결국은 교무부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부장님이 부장단 회의 시 협의할 내용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먼저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교무부장님, 방과 후 아이들이 복도에서 드러 앉아? 폰으로 게임하고 영상을 봅니다. 제가 가끔 지도해도 고쳐지지 않아요. 그래서 전체 담임교사들과 방과 후 강사들에게 그 지도를 모두 다 같이 해달라고 제안합니다."라고 보냈다. 내일 부장단 회의를 하실 테니 그 결과는 알려주시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며칠 전엔 또 한 번 이런 일이 있었다.

복도를 지나가는데, 한 남학생이 역시 폰을 가로로 들고 게임을 하면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에서는 폰 보면서 내려오면 안 돼요. 위험해요."

아이는 3학년 정도 되어 보였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없다.

"계단에서 넘어지면 평평한 데서 보다 더 크게 다쳐요."

하지만 아무 대답이 없다.


그때 한 선생님이 내 옆을 지나 그 아이 어깨를 만지면서 데리고 내려가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자 저기 손잡이 잡으면서 안전히 내려가요."


나는 혼자 남겨져서 '이게 뭘까? 난 지도한 걸까? 뭘 잘못한 걸까?'

그 선생님은 내가 잘 아는 분이고,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는 선배님이셨다.

그래서 그다음 날 출근하며 그 선생님 교실에 노크를 했다.


"선생님, 오늘도 일찍 오셨네요?"

"네, 뭐. 일찍 오는 게 편해서요."

"어제 계단에서 있었던 일이요. 좀 궁금해서요."

"아, 그 아이 내가 1학년때 가르쳤던 아이예요. 그런데 교실에서 들으니 뭔가 위험해서 지도받고 있는 것 같길래 '안전하게' 내려가라고 했어요."

"아 아는 아이라서 그러셨군요?"

그리고 조금 더 얘기하다가 교실 문을 열어야 하니 교실로 갔다.


그리고도 며칠 뒤, 또 한 번 그 선생님을 찾아갔다. 내가 같이 동학년 했을 때, 온화하고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선생님이셔서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 분이었다.

"선생님, 그런데요 그 계단 상황을 자꾸 생각하게 되거든요. 제가 복도에서 모르는 아이를 지도하는 걸 그만해야 될까요? 전에 제가 아는 어떤 선생님도 복도에서 지나가는 아이 지도했다가, 그 어머니가 아이가 무서워했다며 아동학대를 들먹였다고 들었거든요. 예전엔 당연히 지도하던 건데 아동학대처벌법(2014년 시행) 생기고부터는 아이가 무섭다고 하면 신고당할 테니 망설여져요. 선생님은 어떻게 하세요?"

"저도 어려운 일 겪은 적 있고, 그래서 크게 지도하고는 집에 가서 후회할 때도 있고 아직도 그래요. 선생님도 아이들 혼낼 때 정색하고 혼내시죠?"

"네 저 그런 편이에요. 아이들이 그렇게 무서워할까요? 이제 정색하고 혼내면 안 되는 시대인가 봐요. 선배님이 저보다 경험이 많으시니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좀 알려주세요."

"그냥 저도 이제는 부드럽게 말하기만 하려고 해요. 무슨 일 겪으면 어떡해요."

"그렇죠. 모르는 아이 지도하다가 무슨 법에 걸린다면 어떻게 지도하겠어요."


예전에는(내가 말하는 예전이란 2010년 이전을 뜻한다.) 복도에서 뛰는 아이가 있으면 꼭 우리 반 아이가 아니더라도 지도했다.


"복도에서 뛰지 말아요."


또, 어떤 분들은 불러 세워서

"몇 학년 몇 반이죠? 이름은 뭐죠?"

라고 하고는 그 반에 직접 데려가서 그 아이의 담임선생님에게 인수인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전혀 없다. 누가 자기 직업의 생명을 걸고 그렇게 하겠는가.

복도는 그래서 황야가 되었다. 황야에는 무법자가 살겠지.


나는 교육자로 자격증도 있는 전문가지만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가 전문가인 의사에게 이러쿵 하나, 변호사에게 저러쿵 하나. 나라가 인정한 전문가인데 교사에게는 왜 이리 인색하고 비전문가 취급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교육'을 할 수가 없다. 내가 맡은 학급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도 수만 가지 스스로 제한을 하면서 지도한다. 이법, 저법...


아동학대 개념(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하고 규정하여 적극적인 가해행위뿐만 아니라 소극적 의미의 단순 체벌 및 훈육까지 아동학대의 정의에 명확히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유형은 신체학대, 성학대, 방임, 정서학대가 있는데 이 중 정서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을 뜻한다.

정서학대의 내용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에게 행하는 언어적 모욕, 정서적 위협, 감금이나 억제, 기타 가학적인 행위를 말하며 언어적, 정신적, 심리적 학대라고도 한다.

구체적인 정서학대 행위 예는 다음과 같다.

원망적/거부적/적대적 또는 경멸적인 언어폭력 등

잠을 재우지 않는 것

벌거벗겨 내쫓는 행위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 차별, 편애하는 행위

가족 내에서 왕따 시키는 행위

아동이 가정폭력을 목격하도록 하는 행위

아동을 시설 등에 버리겠다고 위협하거나 짐을 싸서 쫓아내는 행위

미성년자 출입금지 업소에 아동을 데리고 다니는 행위

아동의 정서 발달 및 연령상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강요하는 행위(감금, 약취 및 유인, 아동 노동 착취)

다른 아동을 학대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출처: 아동권리보장원 홈페이지)


이 중 학부모가 교사에게 흔히 제기하는 항목은 언어폭력, 많은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이른바 혼내는 상황인 듯하다. 나는 이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작년에 한 아이를 복도로 불러서 지도하는데 며칠 뒤 그 아이 엄마가 연락하셨다. 아이가 혼자 불려 나와 이야기 듣는 게 무서웠다고 했다는 것이다. 전체 앞에서 지도하는 것도, 개별적으로 지도하는 것도 안되면 도대체 아이를 어떻게 가르치라는 거지?


이러면 아이들은 '교육적 방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해마다 아이들은 더 자유로워지는 걸 보게 된다. 더 많은 허용과 자유를 누리는 아이들. 하지만 그것이 책임과 질서를 기반으로 한 것은 아니다. 2010년 학생인권조례, 2014년 아동학대처벌법, 지금도 이 법들이 시행되기 시작할 때의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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