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3. 신발주머니 정리

20260327/ 작은 것부터 교육은 시작된다!

by 화원

교실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보이는 건 아이들의 신발주머니다.


이 학교에 온 지 어쩌다 보니 7년째인데, 그 사이에 실내화가방을 두고 다니기로 결정이 되어서 그 변화를 경험했다. 아이들이 특히나 비 오는 날이면 가방에, 우산에, 신발주머니에 준비물을 들고 오는 걸 보면 짠하다 싶을 만큼 힘들어 보인다. 부모 마음은 더할 것이다. 그래서 전교학생회에서부터 학부모회까지 실내화 두고 다니기를 여러 차례 학교에 건의해 왔었지만 오래도록 결정되지 못하고 있었다. 학교 측 입장은 아이들이 그러면 교실 앞까지 신발을 신고 오가야 하는 건데 그 흙이며 모래, 비 오는 날은 특히나 그 젖은 흙이 걱정되는 것이다. 학교나 청소하는 분들 측에서 계속 받아들이지 않다가 결국엔 받아들였다. 아이들은 당연히 신발주머니를 따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니 편하고, '선생님 실내화 주머니를 놓고 왔어요.'라고 하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한편 모두의 예상대로 학교의 복도는 이전보다 더럽고,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무슨 일이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다.


신발주머니를 정리하는 법이 딱히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다. 지도를 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지도를 한다.


일단 신발주머니 정리를 지도하는 이유는 꼭 미관 때문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실제 일어나는 안전상의 이유가 있다.

정리 규칙은 간단하다. 손잡이가 안쪽으로 들어가게 정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깨에 메는 용도의 긴 끈은 빼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그 신발주머니가 가득한 벽을 따라가기만 해도 손잡이와 함께 신발주머니가 끌려가다가 떨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떨어진 실내화 가방에선 실내화가 한 짝, 두 짝 떨어진다. 그리고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그걸 재미 삼아 차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어디 갔는지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그러면 학부모는 이거 따돌림 아니냐고 민원을 걸어온다. 실내화 한 짝이 없어지는 건 따돌림을 의심받는다. 그래서 정리가 필요한 거다.


"여러분 신발주머니를 가끔은 집에 가져가죠?"

"아니요. 전 안 가져가요. 여름방학 때 가져가요."

"여름방학 때만 가져가면, 5달 만에 가져가는 건데 그러면 실내화 냄새납니다. 한 달에 한 번은 가져가서 빨아요."


리고 일단 아이들에게 신발주머니 정리하는 법을 알려준다.

"자 여기 이것처럼 신발주머니의 손잡이는 벽 쪽으로, 안쪽으로 넣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이들이 지나가다가 손잡이를 건드려서 떨어지고 신발이나 실내화를 잃어버릴 수 있어서 그래요."


아이들은 이유를 설명하면 곧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이 교육은 고작 10분이면 끝난다.

"네 잘했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정리하세요."


깨진 유리창의 법칙, 초등학교 교실에서도 관리가 되지 않는 작은 부분을 보이면 그 작은 틈을 통해서도 정리정돈이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작은 것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우산꽂이도 그렇다. 아이들이 하나 둘 놓고 가다 보면 30개 자리 중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 그러면 비가 오는 날 아이들이 가져온 우산을 다 꽂을 자리가 없어서 바닥에 놓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우산도 가능한 하나도 남김없이 집으로 보낸다.


신발주머니 하나가 뭐라고..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칠 건 이렇게 무수히 많다. 교과서 없이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다. 선생님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정도도 다르고 분야도 다르니 이런 건 가르칠 수도 있고, 안 가르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런 게 넘어가지질 않으니 참 피곤한 사람이다.


그래도 내가 쌓는 이 작은 가르침들이 언젠가는 커다란 탑을 이룰 거란 생각을 해본다. 작지만 단단한 초석이 될 거라 생각하고 의미를 주며 오늘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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