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 꽃과 나무(휴일)

20260328/ 손도 가고 마음도 가야 해

by 화원

이제 막 분홍빛을 발하는 가로수 벚꽃을 보면, 연푸른 잎이 반짝이는 나무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내 복잡한 마음은 가라앉고, 바빴던 발걸음은 왈츠를 추듯 천천히 미끄러진다. 초록색만 보아도 눈도 좋아지고 마음도 편안해진다는 정보는 늘 맞다고 체감한다.


그래서 나는 봄에는 꽃을 사곤 한다. 집에도 교실에도 꽃을 두고 보고 싶어 한다. 10분만 차를 타고 가면 꽃을 파는 곳이 줄지어 있다. 부천 대장동 화훼단지다. 알던 꽃도 사고, 새로 나온 꽃도 산다. 해마다 가면 꼭 새로운 꽃이 있어서 눈길이 간다. 3월에는 봄을 기념 삼아 알록달록 꽃과 작은 화분을 여러 개 산다. 그리고 5월에는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카네이션이나 친정엄마가 좋아하시는 꽃을 산다.


화훼단지에서 처음 알게 된 건 '퀸로즈'였다. 난 새로 무언가를 아는 걸 참 좋아한다. 이름도 선명히 기억나지만 꽃도 손톱만큼 작은 장미가 아주 가득 피어있어서 이뻤다. 색도 빨강, 핑크, 노랑 참 이뻤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래도록 피고 지고 한다는 것이다. 정말 오래도록 피었다.


작년에는 '초설'을 알게 됐다. 이름도 이쁘지만 잎이 연한 핑크색이라 너무 이뻤다. 이걸 알고 나니 식물원에 갔을 때도 초설이 가로수처럼 줄지어 있는 게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 그래서 작년 5월에는 카네이션과 함께 초설도 사서 친정엄마도 드리고 나도 하나 키웠다. 하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핑크빛이었던 잎은 점점 초록색이 되어갔다. 지금도 베란다에 있지만 핑크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그냥 담쟁이처럼 늘어지는 초록 풀일 뿐이다. 그다음에 화훼단지에 갔을 때 여쭤보니, 해를 많이 받아야 핑크색이 나는데 일반 가정집에서는 그 색이 잘 안 날 거라고 하셨다. '그래, 그래서 가로수로 있을 때는 그렇게 핑크로 빛났던 거구나.' 파시는 분도 해를 많이 보게 해야 한다고는 하셨고 기억했다. 하지만 베란다에서 맞는 그런 해가 아니고, 강렬한 해를 봐야 하는 초설이었다.


난 꽃과 풀을 좋아하면서도 키우기는 어려워한다. 나에게는 다들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조차도 어렵다. 내가 식물 물 주기 어렵다고 하자 식물 잘 키우는 분이 그러셨다.


"흙이 말라있을 때 주면 돼요. 잎이 처지는 게 보일 거예요."


하지만 나에겐 잘 보이지 않았다. 그분의 카톡 프사를 보니 최근에는 거실에 키우시는 그 많은 화분 중 딸기가 열린 걸 찍은 사진이 있었다. '와, 이제 딸기까지...' 식물을 잘 키우시는 분을 그린핑거(green fingers)라고 한다고 들었다. green thumb이라고도 하고, 원예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내가 아는 그린핑거분들은 자녀교육도 잘하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간 것도 그 하나로 볼 수도 있지만, 사춘기에 특별한 일 없이 잘 크고 커서도 엄마아빠와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안기고, 그런 따스한 가정의 모습을 보게 된다.


식물 키우기와 자녀교육의 공통점은 뭘까?

필요한 것을 필요할 때 필요할 만큼 주는 것?


친정엄마가 고무나무랑 뱅갈 고무나무 화분 두 개를 주셨다. 고무나무는 몇 달째 변화가 없다가 갑자기 잎 하나가 쑥 나와서 깜짝 놀랐다. 뱅갈 고무나무는 처음에는 잎이 무성했다가 어느 순간 잎이 다 떨어졌다. 그렇게 굵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채 몇 달을 지났다. 그러다가 지난달 싹이 여러 개 보이더니 하나가 차츰 잎이 나고 있다. 며칠 새로 변화가 마구 보인다. 작은 식물보다 큰 나무들은 참 더디 크는 것 같다.


식물을 잘 키우시는 분들이 부러울 뿐이다. 엄마는 내게 늘 말씀하신다.


"네가 너무 바빠서 그렇지. 잘 키울 텐데."


'내가 너무 바쁘게 사나?' 연둣빛 이쁜 싹이 트는 걸 보며 잠시 나를 돌아보게 된다. 좀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보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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