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팔리는 일이 있었다.
무엇이 쪽팔리는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쪽팔려서 이 곳에 쓸 수 없다.
어우 쪽팔려!
일을 하다보면 쪽팔리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남들이 뭐라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쪽팔려서 나 자신을 용납할 수 없는 순간들이 온다.
이번 주말, 나는 쪽팔림 때문에 아무 것도 집중할 수 없는 이틀을 보냈다.
아, 이 쪽팔림은 정말 온전히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다.
보통 아무리 쪽팔리는 일이 있어도 몇 주, 몇 달 지나면 잊기 마련이니까.
망각은 정말로 신이 주신 축복임에 틀림 없다.
방 안, 침대에서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애써 쪽팔림을 외면하다가, 목이 말라 주방으로 갔다. 물 한 잔을 떠서 돌아오는데, 갑자기 전 회사 대표님의 말이 머리를 스친다.
"여러분 지금 쪽팔려야 해요. 본인 시간 잔뜩 쏟아넣어서 한참 후에 쪽팔리면 그땐 그냥 그대로 무너지는거에요. 지금 빨리 쪽팔린게 낫다니까? 쪽팔려요? 지금 쪽팔리다고 자존심 부리고, 에이씨 더러워서 못하겠네 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고. 지금 빨리 쪽팔려야된다니까"
정확한 워딩은 기억 안나지만 대충 비스무리 했다.
그때는 들으면서 우이씨 하기도 했지만, 그래 맞는 말이기도 하지 했었는데.
지금 매우 쪽팔린 이 순간에 저 말이 떠오르는 거 보면, 그래도 존경할만한 대표님이기는 했던가보다.
그래 지금 쪽팔린게 다행이다.
나중에 더 많이 시간이 흘러서 쪽팔리면 그때는 쪽팔리는 수준으로 안 끝날 걸?
스스로 용납이 안될 정도로 너무나 쪽팔리지만. 빨리 망각의 신이 나를 도와 이 시기를 무사히 지나가기를 미치도록 원하고 있지만.
잊지 말자. 이렇게 쪽팔리는 순간이 있었음을.
같은 일을 반복하는 쪽팔리는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