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단상 -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태도

by 민윤정

방향을 세우고, 꺾이지 않으며, 나를 용서하고, 경이를 잃지 않는 것에 대하여

살다 보면 문득 멈추게 되는 순간이 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 순간. 그 자리에 서서 이런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됐다.


나는 왜 이걸 하고 있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 거지?


그 질문들을 붙들고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네 가지를 정리해봤다.


1. 목적 없는 목표는 오래가지 못한다. 삶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가끔 유튜브를 보면 경제 주제의 채널에서 "30억을 모으겠다"는 목표를 세우라고 말한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중요하다. 그게 얼마든 내가 얼마를 벌겠다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나쁘지 않다.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고, 동기도 된다. 그런데 거기서 한 발짝 더 들어가야 한다.


왜 30억인가. 그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돈은 도구다. 그 도구를 손에 쥐었을 때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가 없으면, 목표를 이루는 과정이 공허해진다. 아니, 이루고 나서도 공허하다. 수단이 목적이 되는 순간, 삶의 방향은 흐릿해진다.


인생의 목적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두려움 없이 선택하는 자유를 위해서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이유가 나의 것이어야 한다는 거다. 남이 정해준 방향이 아니라, 내가 진심으로 걷고 싶은 길.


방향이 생기면 걸음이 달라진다.


2. 중간에 꺾여도, 마음만은 꺾이지 않는 것

방향을 정했다고 해서 길이 평탄한 건 아니다. 오히려 목표가 생기면 좌절도 선명해진다.


'중꺾마'. 중간에 꺾여도 마음만은 꺾이지 말자는 말.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너무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다 보니 이게 단순한 게 아니라 핵심이었다.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강한 게 아니다. 꺾이고도 다시 일어서는 사람이 강한 거다. 누구나 흔들린다. 계획대로 안 풀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지치는 날이 온다. 그게 실패가 아니다. 거기서 멈추는 게 실패다.

꾸준함은 재능을 이긴다는 말을 믿는다. 매일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조금 느려도 된다. 방향만 잃지 않으면 된다. 결국 멈추지 않은 사람이 닿는다.


3. 지난 나를 용서하는 일

돌아보면 부끄러운 장면들이 있다. 잘못 판단한 것들,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지 못한 것들, 상처를 준 것들. 그 장면들이 밤에 떠오르면 오래 마음이 무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나는 그때의 나였다.

그때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는 걸 몰랐다. 지금의 지식과 경험과 시선으로 과거를 재단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 누구도 매 순간 완벽한 판단을 하고, 이상적인 행동만 하며 살 수는 없다. 그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두의 이야기다.


자책은 반성이 아니다. 자책은 소모다. 진짜 반성은 인정하고, 이해하고, 다음엔 다르게 하겠다는 태도다. 지난 날의 나를 용서하기로 했다. 잘못 살아온 게 아니라, 그렇게 살아오며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를 용서하는 것, 그게 앞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었다.


4. 경이를 잃지 않는 것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처음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거라고 느끼면 시간이 더 빠르게 흐른다고. 반복되는 일상, 새로울 것 없는 하루. 그 속에서 삶의 경이를 잃어가는 것. 그게 시간을 빨리 흐르게 만드는 진짜 이유라는 거다.

반대로 생각하면 답이 있다. 오늘 하루에서 작은 것이라도 새롭게 바라보는 것. 오늘 마신 커피 한 잔, 창밖의 빛, 오래된 친구의 문자. 익숙한 것들 속에서 귀한 것들을 발견하는 눈을 유지하는 것.


수명은 내가 정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살지는 내가 정한다. 그 하루하루에 경이가 있다면, 시간은 더 천천히, 더 풍부하게 흐를 거라고 믿는다.


방향을 세우고, 꺾여도 다시 일어서고, 과거의 나를 용서하고, 오늘의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는 것.

거창한 철학이 아니다.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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