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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플러스 -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리뷰

Only Murders in the Building 시즌1과 2 완결

by 민윤정

디즈니 플러스 -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Only Murders in the Building 시즌1과 2 완결 (스포일러 한 방울)


디즈니 플러스에서 본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 (Only Murders in the Building) 시즌 1과 2 완결.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본 것은 벌써 몇 년 전이다. 당시로는 시즌 3을 엄청 기다리다가 잊고 있었는데 갑자기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벌써 시즌 4까지 나왔다. 요즘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볼만한 티비 프로그램이 없다 싶어서 보고 싶어지긴 했는데 디즈니 플러스는 구독을 하고 있지 않아 고민이 된다. 사실 이 프로그램 말고는 딱히 볼만한 것이 없는 디즈니 플러스라서 말이다. 이 글 포스팅하면서 좀 더 고민해봐야지~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라는 한국어 제목의 미국 드라마의 원제는 "Only Murders in the Building"이다.

영문 제목은 처음에는 'only'라는 수식어와 'murders'라는 복수 명사가 함께 쓰여서 약간 헷갈리는 제목이다. 굳이 해석해보자면 "그 건물에서 일어난 살인사건들"에서 "only"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래봤자 살인사건에 불과하다"라는 의미가 포함된 게 아닐까 싶다. "그 건물에서 일어난 기껏해야 살인사건들" 정도일까? 한국어로 옮기기 어려우니까 아예 제목을 "아파트 이웃들이 수상해"로 바꿔버린 것 같은데, 제목을 잘 지은 것같다.


https://youtu.be/CIklAh6pRa8


이 드라마는 미국의 미스터리 코미디 장르의 드라마로 낯익은 미국 배우 스티브 마틴 (Steve Martin)과 존 호프만이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다. 어릴 때부터 봐오던 유명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스티브 마틴이 제작한 드라마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다.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명불허전, 역시 역량있는 배우는 제작을 해도 남다른 작품을 만들어내는구나 싶었다.


나는 이제서야 봤지만, 2021년 8월부터 Hulu에서 시즌 1이 상영되었던 드라마다. 상영 후 crime fiction 영역에 코메디적 접근을 한점, 그리고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들간의 탁월한 케미로 많은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출연진으로는 스티브 마틴, 마틴 숏 (Martin Short), 그리고 셀레나 고메즈 (Selena Gomez).

스티브 마틴은 핑크 팬더 시리즈로 가장 유명하지만 그 밖에 이름은 딱히 기억못해도 수없는 영화에 출연한 인물이고, 마틴 숏 역시 딱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수많은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배우다. 두 영화 배우 모두 칠순을 넘긴 배우들로 이번 드라마에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요즘은 저스틴 비버의 오랜 여친으로 유명해진 셀레나 고메즈는 예전에는 가족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아역 배우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연기력 탄탄한 숙녀 배우가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역시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드라마는 비평가와 시청자 모두에게서 사랑받았고, 그 호평과 인기에 힘입어 2022년 에미상 최우수 코미디 시리즈 부문과 코미디 시리즈 남우주연상 (스티브 마틴, 마틴 쇼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루었다고 한다. 난 뒤늦게 우연히 발견해서 이런 사전 지식이 없이도 첫번째 에피소드를 보다가 낚여서 시즌 1과 2를 며칠에 걸쳐 다 봐버린 상태고 시즌 3을 기다리는 입장이었다. 디즈니 플러스 홈피를 들락날락 하면서 오매불망 기다렸는데 계속 안올라와서 중간에 포기해버렸다.




드라마는 부유층이 사는 업퍼 웨스트 사이드의 아파트 빌딩 아르코니아 (Arconia)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그 곳의 주민들 3명 스티브 마틴 (찰스 헤이든 새비지 역), 마틴 숏 (올리버 퍼트넘 역), 셀레나 고메즈 (메이블 모라 역)이 엉겁결에 뭉쳐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고, 이러한 과정을 극중에서 팟캐스트로 상영해간다는 줄거리다. 시즌 1에서는 세 명이 의기투합해서 팀 코노라는 아파트 주민의 살해 사건을 해결하고, 시즌 2에서는 메이블 (셀레나 고메즈)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살인 사건을 해결해나간다는 이야기. 각 시즌은 10회로 구성되어 있고, 1회는 대략 30분~40분 사이로 짧은 편.



시즌 1 - '아르코니아'라는 뉴욕 업퍼 웨스트의 아파트 빌딩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3명의 주민이 의기투합해서 해결해나가면서 그 과정을 팟캐스트로 제작한다


아래의 예고편의 엘리베이터 장면이 세 명의 주민이 처음 만나는 순간이다. 서로 모르는 이들에게는 무례할 정도로 냉정하고 무관심한 뉴요커들의 특징, 그리고 한 때 다소 유명했지만 지금은 뒷 무대로 물러나서 과거의 영광 속에 사는 쇼 비지니스에서 활동했던 인물들의 특징들을 잘 포착했다.


시즌 1은 아르코니아 아파트의 9층에 사는 팀 코노 (Tim Konno)라는 인물이 사망하면서 시작한다. 경찰은 자살로 단정지었지만, 이에 의문을 품은 3명의 주민이 힘을 합해 의혹을 풀어나간다. 과정에서 가수 스팅을 의심하기도 하고,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면서 결국은 범인을 밝혀낸다는 이야기.


이야기와는 상관없지만 극 중의 셀레나 고메즈의 의상과 코디한 아이템들도 너무 예쁜 건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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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2 - 메이블 (셀레나 고메즈)가 아파트의 관리인 버니를 살인했다는 혐의를 받게 되면서 전개되는 드라마. 주인공 3인이 함께 그녀의 누명을 벗기고 진짜 범인을 찾아 사건을 해결한다


시즌 1에서는 팀 코노의 사망 사건이 자살이 아닌 살인 사건이라는 것을 밝히고 다소 충격적으로 의외의 범인이 드러나게 된다. 진범을 찾는데 큰 공을 세운 3명의 주인공들이 자축하는 가운데 또 다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번에는 명백한 살인 사건. 독설과 불친절로 악명높은 아파트 관리인이자 같은 아파트의 주민인 버니가 메이블의 품에 안겨 죽게 되는 것이다. 이에 메이블은 살인 누명을 쓰게 된다. 주인공 3인은 다시 이 사건을 위해 뭉치면서 한편으로는 메이블의 누명을 벗기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진짜 살인범을 밝히기 위해서 좌충우돌한다. 시즌 1에서도 그랬듯이 처음엔 엉뚱한 인물들을 차례로 의심하면서 사고를 일으키지만 결국엔 진범을 밝혀내게 된다.


드라마 속의 사건 자체들만 놓고 보면, CSI나 NCIS 같은 미국의 범죄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지만, 이를 풀어가는 방식은 전형적인 코미디다. 스티브 마틴이나 마틴 숏이 코미디언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고, 셀레나 고메즈 역시 시트콤에서 코믹 장르에는 익숙해서 가능했을 것 같다. 이들 주인공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드라마다.


중간에 이야기를 이해 못하겠다고 하면서 "자막없이 '오징어 게임'을 보는 것 같다"라는 표현도 나오는 장면이 있으니 놓치지 말고 보고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을 만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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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disneyplus.com/series/only-murders-in-the-building/2EfP45PYWY5s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점은 등장 인물들이 스스로를 적극적으로 희화화한다는 점.

찰즈 (스티브 마틴)나 올리버 (마틴 숏)의 경우, 각각 한때 잘나가던 헐리우드 스타였고 브로드웨이 연출자였지만, 지금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 인물들이다. 실제로 칠순을 넘긴 유명 배우들로 물론 실제로는 그렇게 잊혀진 존재들은 아니지만 그러한 과거의 영광 속에 사는 인물들이 망가지는 모습을 직접 연기하는데서 오는 유머가 넘친다.


두 번째로는 뉴요커들의 특징들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 감동을 더해주는 일면.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다. 지정학적으로 미국 동부에 위치한 뉴욕이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이기에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정서도 다른 지역과 사뭇 다르다. 남부 혹은 서부의 미국인들은 뉴요커들이 '무례'하고 '냉정'하며 '여유없다'는 비판을 한다. 반면, 뉴요커들은 자신들은 솔직할 뿐이라며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서 '가식적'이라거나 '느릿느릿'하다라고 반박한다. 이 드라마에서는 뉴요커들에 대한 비판을 고스란히 다 드러내는데 그 상황이나 이를 풀어나가는 상황이 재미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드라마가 특히나 재미있었던 것은 처음엔 타인에 무관심하고 냉정해 보이던 사람들이 서로를 알게 되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서로를 위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처음의 차갑고 냉정하며 무례했던 뉴요커들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들이 있고 친구들을 위해서는 여하한 희생도 감수한다는 면이 감동을 더해준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간은 그들이 유명 배우건 부자이건 간에 관계에서 완성된다는 점. 이 드라마는 코믹드라마 혹은 범죄스릴러라고 쓰고 휴먼 드라마로 읽히는 작품.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게 아닐까싶다.


세 번째로는 극중의 고급 아파트 아르코니아가 뉴욕에 실존하는 건물이라는 점.

우리말로는 '아파트'라고 하지만, 아파트와 같은 건물을 미국에서는 '콘도미니움' 혹은 '콘도'라고 부른다. 우리는 스키장이나 휴양지의 숙박시설을 그렇게 부르는데 말이다. 하여튼 극중의 그 콘도미니움 혹은 아파트 아르코니아 (Arconia)가 뉴욕에 실존하는 건물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 이름은 벨노르드 (The Belnord)라고 하는데 1908년 히스와 윅스 (Hiss and Weekes)라는 건축회사에 지어진 건물로 뉴욕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실제로 맨하탄의 업퍼 웨스트 사이드에 있는 13층 짜리 건물로 주소는 브로드웨이와 86가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두 개의 웅장한 아치된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 건물의 안쪽에 코트야드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건물이다. 원체 유서깊고 아름다운 벨노르드는 뉴욕의 랜드마크로서 유명세를 누려왔는데, 1980년에는 국가 사적지 (the National Register of Historic Places)로 등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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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같아서는 재미있는 부분과 결말에 대한 이야기도 마구마구 해보고 싶기도하지만, 시간 관계상 그리고 비교적 신작이라 안본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되어 약한 스포일러 (시즌 1과 2 모두 제10회에는 문제가 해결된다는 거)만 남기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추리 소설이나 경찰 드라마 좋아하시는 분들, 그리고 코미디 즐기는 분들 중에서 안보신 분들이라면 한번 보시길 권해드린다. 예전에 써놨던 글을 여기 옮기면서 다시 읽다보니 다시금 보고 싶어졌다. 안되겠다. 나는 바쁜 일 좀 후다닥 끝내고 디즈니 플러스 구독해서 시즌 3와 4를 달려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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