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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K 사건 - 사기가 된 예술

by 민윤정


이번 학기 수업에는 새롭게 아트 컬렉팅과 아트 페어, 그리고 방문할만한 갤러리 소개 등 생활밀착형 내용도 포함해서 미술사 강의를 구성했다. 나로서도 배워가는 영역이라 수업 준비할 것이 많긴 했지만 재미있게 수업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아트 컬렉팅에 대해서 조사를 하다가 갤러리 K 사태 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끔 그런 식으로 비지니스 한다는 곳이 있다는 소문은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내심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그런 사기인줄은 몰랐다. 나는 유튜브를 통해서 시청했는데, 얼마전 추적 60분에서 이 사건에 대해서 다뤘다. (아래 링크 참조 요망) 방송과 기사를 참고한 갤러리 K의 사기 사건의 전모는 아래와 같다.

이건 소장품으로 가득찬 거실을 그려달라고 했더니 달리가 그려준 그림

갤러리K는 2017년 설립된 미술품 투자 업체로, 투자자들에게 연 7~9%의 수익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미술 작품을 판매하여 자금을 모집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모객을 통해 판매한 이 작품들을 갤러리K에서 다시 맡아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랜트를 해서 그 이익금을 작품의 주인들에게 돌려준다는 약속을 한다. 게다가 3년 후에 작품의 소유주가 이 작품을 되팔기를 원한다면 그 작업도 수행해주고, 만약 시장에서 팔리지 않는다면 갤러리K가 작품을 되사겠다는 약속까지 한다. 한마디로 원금보장이 되는 투자라는 이야기다. 처음엔 긴가민가 했던 투자자/작품 구매자들은 최초 몇 회 렌트비가 입금되는 것을 보고는 회사운용에 대한 신뢰감을 쌓게 되고 투자금을 늘려가는 수순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이러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폰지 사기 의혹이 제기되었다. (말을 부드럽게 해서 '의혹'이지 어디서 어떻게 봐도 폰지 사기인 것같다.) 피해 규모는 약 1,000억 원에서 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피해자 수는 1,0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갤러리K의 김정필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갤러리K 관련자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였으며, 현재 김 대표의 신병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금 생각해보면 몇 년전부터 '아트테크'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어쩌면 이 단어를 만들어 유행시킨 것도 이들이 아닐까 싶기까지 하다.


나로서는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미술 작품은 언제나 감상의 대상 아니면 연구의 대상이어왔다. 한국에 돌아온 후로 아트페어나 미술 갤러리에 다니면서 미술 작품이 거래의 대상이 되는 현장을 접하면서 새로운 관심도 생겼고 그 과정이 흥미롭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흐름 없이 예술 작품이 창조될 수 없으므로 건전한 자본이 미술 시장에 유입된다면 예술의 활성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따라서 이 일이 터지기 전까지 사건의 내막을 모를 때엔 사람들이 예술 시장에 관심을 많이 갖게 시작하는 것이 긍정적일 수도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갤러리K 사건을 보고 내 생각이 너무 나이브했었음을 통감했다. 추적60분 방송을 보아하니, 우리나라 같이 성숙하지 못한 미술시장이라는 것이 얼마나 기반이 부실한지 알 수 있었다. 갤러리K는 미대를 나온 연예인이나 화가로도 활동하는 유명 배우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고, 대기업과의 협업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이러한 마케팅 전략은 투자자들에게 더 큰 피해를 야기한 것은 물론이다. (추적60분에서는 언급이 없었지만, 내 기억에는 언론에서도 '아트테크'를 떠들면서 힙하고 새로운 투자방법이라고 앞다투어 소개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며, 미술계 역시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식으로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이 사기 사건의 간접적이지만 더 치명적 타격을 입은 쪽은 이곳에서 작품을 거래한 작가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쪼록 슬기롭게 문제 타결을 해서 창작활동을 잘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술품 투자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함께, 관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느꼈다. 갤러리K 사기 사전으로 인해서 미술품 투자 시장의 신뢰성에 엄청나게 큰 타격을 주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관련 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함께 미술 투자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되어야한다. 호당 가격 제도나 미술협회에서 가격을 정해주는 식의 제도도 부적절해보였다.


화가 나는 것은 이번에 갤러리K 사기를 주도한 김정필 대표라는 사람이 실은 6년전에 유사한 사기를 일으킨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부책임자였고, 당시 총책임자가 도피해버려서 수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김정필이라는 사람이 체포가 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FMI 글로벌이라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유령회사를 운영했는데, 이 FMI 글로벌은 2018년 외환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집했다고 한다. 당시 대표 배 모 씨는 투자금 약 400억 원을 모은 후 2018년 3월 잠적하였고, 확인된 피해자만 1,0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아래는 유튜브에 나온 사기 사건에 대한 정보. 추적 60분과 뉴스

* 사기가 된 예술, 갤러리K 아트테크

추적60분 1397회 KBS 250124 방송을 참고하시길.

https://youtu.be/8sYM62rV8OY?si=9y_0n1ae0o4qMRNk



* FMI 글로벌 사건 - 갤러리 K 대표의 이전 사기

https://youtu.be/-m5H_qtRK3c?si=ZhBo6-03uEAjla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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