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ves Klein with his signature International Klein Blue. Photograph: . Charles Wilp/BPK Berlin
파란색의 매력: 역사 속 이야기와 티파니 블루
구글 어스에서 마우스를 잘못 놀려 바다 쪽으로 커서가 움직여서 확대 화면이 되기라도 하면 컴퓨터 스크린에 검푸른 색만 가득할 때가 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난 그렇게 화면 전체가 검푸른 색이 될 때 왠지 모를 공포심이 느껴진다. 난 그렇게 느끼는 내가 좀 유별난가보다 라고만 느꼈는데, 우연히 나보다 더 예민하게 푸른 색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분 같은 경우, 푸른 색 벽지의 벽만 봐도 공포가 느껴지고, 심지어는 푸른색 원피스 같은 옷도 무서워서 못입겠다고 했다.
언젠가 본 설문 조사에서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상이 파란색이었다는 걸 기억하는데, 그게 결국 개인차가 있다는 얘기다. 나의 경우 극단적 파란색 공포증은 아니고, 심연을 연상시키는 검푸른 바다로 가득찬 화면에서 '죽음'과 '숨막힘'이 연상되어 무섭다고 느껴지는 것이지, 그런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푸른 색 계열은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 심연에 대한 연상은 정신분석학이나 종교적 측면에서 더 깊이 할 이야기도 많겠지만, 오늘은 일단 봐서 기분 좋은 파란색 이야기.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파란색을 좋아한 예술가는 바실리 칸딘스키, 프란츠 마르크, 루이 브루조아 등 셀 수 없이 많지만, 미술사에서 가장 유명한 파란색은 뭐니뭐니해도 이브 클라인 (Yves Klein: 1938-1962)의 IKB (International Klein Blue)일 것이다. 서양미술에서의 전통적 푸른색 울트라마린을 연상시키지만, 라피스 라즐리라는 자연석에서 추출한 것이 아닌 합성 안료로 제작법을 특허받은 색상이다.
아래는 자신이 개발한
단명한 이브 클라인이 보다 깊은 탐구를 미처 다 못한 그의 푸른색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철학적 해석이 가능하다. 적어도 그에게는 시공을 초월한 색상이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색상이었다. 그가 발명한 푸른색과 스펀지를 이용한 작품이 200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6,716,000에 거래된 것을 보면, 그의 파란색의 인기는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일설에 따르면 여러가지 기본색들 중 가장 늦게 '발견'된 색이 파란색이라고도 하고, 하늘을 파랑이라고 느끼는 것은 파랗다는 교육을 받고 나서라고 하는데, 적어도 고대에는 자연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색이 아니라는 얘기다. 파란색을 알고 사용했던 가장 오래된 자취는 고대 이집트의 예술에서이다. 기원전 2200년경 '이집트 파랑 (Egyptian blue)는 최초의 합성 안료로 그들이 만든 조각품이나 벽화등에 사용된 은은한 푸른 색이 그것이다.
여담이지만 이집트 사람들은 요즘 우리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이상 하마에게 물려 죽는 경우가 많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사실은 난폭한 동물이라고...
아래의 이미지는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 그려진 연못이 있는 정원의 그림이다. 무려 기원전 1350년의 작품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다양한 색조의 푸른색이 사용되어 있다. 안타깝게도 이집트인들이 사용했던 이 은은하고 아름다운 푸른색은 제작법이 소실되어 더이상 만들어낼 수 없다고 한다.
중세 때부터는 푸른색의 최고봉, 울트라캡숑 비싸고 귀중했던 "울트라마린 (Ultramarine)"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라피스 라즐리 (Lapis Lazuli), 청금석이라고 하는 귀중한 준보석으로 만든 안료라 성모 마리아의 망토에만 사용될 수 있는 아주 값비싼 안료였다. 천하의 라파엘과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 안료를 구하기 쉽지 않았기에 아주 쪼끔씩 아껴서 써야만 했고, 때로는 안료의 품귀현상으로 작품제작에도 차질을 빚을 정도였다고 한다. '진주 귀걸이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베르메르도 이 안료 구입하는데 돈을 많이 써서 엄청난 빚을 지기도 했다는데....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고 오늘은 파란색에만 집중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울트라 마린. 이토록 값비싼 푸른색 안료를 대체하기 위해 유럽 각지에서 각고의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그 결과 여러가지 대안안료가 개발되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18세기 만들어진 '프러시안 블루 (Prussian Blue).' 프러시아의 염료제작자가 우연히 만들어낸 이 화학염료는 장-앙토안 바토와 같은 유럽의 화가들 뿐 아니라 일본까지 퍼져서, 우키요에 화가들도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
그 밖에 파란색은 '청사진 (blue print)'라는 단어에도 드러나듯이 사진에도 활용되고,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 피카소의 '청색 시대 (Blue Period)'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대표적인 색상으로 자리잡아왔다. 2009년에는 새로운 파란색 안료가 개발 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색상인지 궁금해진다.
색조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많은 이들이 맘에 들어하는 푸른색은 아래의 푸른색이 아닐까 한다.
티파니가 언제부터 이 독특한 청록색을 독점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한다. 다만 만국박람회 출품 당시부터 이 청록색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푸른색과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초록색을 절묘히 섞은 '티파니 블루'. 물론 포장지 색에서보다 뚜껑 열었을 때 내용물에 더 사랑과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