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앤드류 와이어스의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by 민윤정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의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Wind from the Sea)> (1947)


얼마 전에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의 창문 그림에 대해서 포스팅을 했는데, 오늘은 같은 미국 작가의 창문 그림을 하나 소개해보려 한다.


미국의 지역주의를 대표하는 작가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 1917-2009)가 그린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Wind from the Sea)>라는 작품이다.

앤드류 와이어스 (Andrew Wyeth)의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Wind from the Sea)> (1947)

Andrew Wyeth, Wind from the Sea (1947), tempera on hardboard ; 47 cm × 70 cm,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D.C. 출처: https://www.artsy.net/artwork/andrew-wyeth-wind-from-the-sea


미술관 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작가가 오랫동안 쓰지 않던 다락방의 창을 환기를 위해 열었을 때의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이겠지만, 낡고 삭아버린 레이스 커튼이, 제목대로라면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계산되지 않은듯 펄럭이는 거의 투명한 커튼이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별 주제 없이 그려진 이 작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도 볼 때마다 다시 보고 싶은 느낌이 든다. 바람이나 커튼의 움직임을 계산하고 그릴 수는 없으니 계산되지 않은 듯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저 작품은 스냅 사진이 아니라, 작정하고 시간을 들여 그린 회화 작품이고, 그 어떤 순간을 포착하여 선택한 것은 화가일테니, 그렇게 계산되지 않게 보이는 것도 작가의 실력이다.


그리고 일견 후다닥 그린듯한 이 소품은 정작 가까이서 작가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꼼꼼하게 작업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앤드류 와이어스,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 부분 확대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MoMA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Egg tempera on gessoed panel, 81.9 cm × 121.3 cm,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City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이 작품은 작가의 이웃인 크리스티나라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녀는 소아마비 혹은 퇴행성 근육 질환을 앓아서 다리가 부자유스러웠다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사용하기를 한사코 거부하면서 어딘가를 가야할 때엔 기어서 다녔다고 한다. 이 그림은 그녀가 근처 숲에서 딸기를 따러 가는 모습을 그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은 그림이 유명해지고 나서 후일담으로 알게 된 사실들로 우리가 처음 이 작품을 접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한 힘이 있다.


이 작품에는 설명되지 않은 서사와 고요한 풍경 속의 심리적 긴장감으로 보는 이의 상상을 자극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 작품이 그려진 것은 1947년. 이 즈음 전후 미국인의 정서와 맞물리는 한적한 시골 풍경과 인간 존재의 고독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와이어스의 작품 중 이 작품이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높다. 게다가 이 작품이 뉴욕 현대미술관의 소장되고 나서는 더 유명해져서 이후 대중문화 속에서도 널리 인용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앤드루 와이어스 특유의 사실성과 정적인 분위기를 잘 나타내는 작품이며 미국 현대회화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게 되었다.


따라서 앤드류 와이어스의 대표작으로는 <크리스티나의 세계>라는 작품을 꼽을 수 있고, 어쩌면 이 작품 덕에 그가 미국 국민 화가 반열에 들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도 이 작품을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는 작품이 왠지 훨씬더 감동적이라고 생각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문 풍경을 많이 그린 화가 - 에드워드 호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