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심은 그게 아닌데

아픈 아이를 돌보며 나를 돌아본다.

by Lucia

아이가 아프고, 조카도 챙겨야 하고, 엄마도 힘드시고, 우리 몽실이도 봐줘야 하고,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연극이 막이 올라 그것도 도와줘야 하고.

그는 연극배우다. 오랜만에 자신에게 딱맞는 역할을 만나 무대에서 빛을 발한다.


2026년 시작하자마자 발등에 불 떨어지듯이 정신없는 하루하루가 어느새 3주 가까이 지났다.

늘 바쁘게 허덕거리며 사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놓치는 일이 많아 올해부턴 좀 여유 있게 살아보자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며칠간은 이게 뭔가 싶어서 속상한 마음도 있었는데, 일단은 지금 상황을 수용하자는 생각에 마음을 가벼이 하려고 한다.


싱글맘으로 살면서 항상 시간에 쫓기다 보니 운전도 난폭해지고 교통사고도 빈번하다.

바쁘다, 시간 없다를 입에 달고 살다 보니 이젠 주위사람들에게 바쁜 사람으로 인식되어 어지간 하면 만나자는 연락도 없다.

점점 더 바쁘다는 일상 속에 고립되어 안 바쁘면 안 될 거 같은 상황을 만들게 되고, 삶은 더 팍팍해짐 을 느낀다. 가뜩이나 급한 성격인 데다가 아이가 이 귀한 방학의 반을 아픈 바람에 그냥 흘려보내니 내 색은 못하고 속만 탄다.


다리가 아프니 전체적인 컨디션이 떨어지고, 기운 없고 무기력해지는 아이를 보니 여러 심경이 교차한다.

만약 다른 아이였다면 공부가 뭐가 중요하냐 아픈 게 빨리 나아야지, 이런 위로 아닌 위로를 했을 텐데 막상 내 아이가 그러고 있으니 솔직히 다른 아이들은 이 시간에 공부할 텐데 새 학기 시작되면 어쩌나 싶어 조바심이 난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미칠 지경이다.

겉으론 괜찮다 빨리 나아야 하니 푹 자라고 얘기 하면서도 속마음은 100% 진심이 아니니 아이도 아마 눈치챘으리라.


연초부터 부딪히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려고 이런 상황이 만들어 지는가.

내 안에 욕심과 욕망이 가득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작은 통찰들이 일어난다.

이런 엄마의 마음을 아이는 얼마나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한편 아픈 아이에게 많이 미안하다.

진심을 다해 아이의 상처를 위로하지 않는 엄마 라니, 부끄럽고 부끄럽다.


엊그제 저녁, 아이가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할 말이 있는 눈빛이다. 겁난다.

저런 눈빛이면 필시 친구와의 문제던지, 학업에 관한 문제일 테고 얘기하면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릴 기세다.


드디어 입을 연다.

딸 : 엄마!

... (잠시 침묵)

난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은 걸까?


나 :... (어이없어서 멍해짐)


잔뜩 긴장했던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별일 아니라 다행이기도 하다.

헛소리를 시작하는 거 보니 컨디션이 회복되고 있나 보다.

그래,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엄마도 다시 정신 차리고 너를 위해 마음 다해볼게.

아픈 다리로 나갔다가 엄마 생각이 났다며 사온 손톱만한 키링. 가슴에 빨간 하트가 아이의 마음인거 같아 괜시리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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