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땜인 거야

무탈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감사한지

by Lucia

신년초가 되면 약간의 설렘과 함께 그래도 뭔가는 좀 달라질 삶을 기대한다.

해가 바뀌는 마지막 날엔 꼭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카운트 다운을 지켜보고 좀 더 나은 내가 될 것을 다짐하곤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운 지인이 모여 앉아 카운트 다운을 함께 하며 새해 시작과 함께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며 허그를

하는 것으로 2026년을 시작했다.

그런데,

인생은 마치 약 오르지롱~ 하는 것처럼 내 바람과 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전조현상은 12월 30일에 시작되었다.


중국에 사는 동생의 아이들이 우리나라 대학에 입학하면서 급한 일은 큰 이모인 나의 몫이 되었다.

큰 아이가 4년 전 군대에서 팔이 부러지는 바람에 (하필 코로나가 제일 극성이었던 때라 중국에 있는 동생이 올 수가 없었다.)

수술하고 병원에 있는 동안 돌보는 것은 내 차지였다. 하필 그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이번엔 작은 아이가 다리가 부러졌다고 연락이 왔다.

빙판에 미끄러져 골절이 되어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된단다.

31일에 입원을 시키고 다행히도 중국에서 동생이 바로 귀국하여 아이를 돌볼 수 있어 그나마 내가 할 일은 크게 없었다.

1월 2일에 수술을 하기로 해서, 그저 별 탈 없이 수술이 잘 되기만을 바랬다.

몇 주 전부터 딸내미가 이번에 고3이 되니 1월 1일 하루를 놀이동산에서 보내고 싶다고 한다.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상황이라 하루쯤 마음껏 논다길래 기꺼이 보내주었다.

아침에 일찌감치 나갔으니 저녁엔 좀 일찍 와서 쉬어라 했는데 연락이 없다.

전화도 안 받는다.

슬금슬금 걱정이 되어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아이 가 울면서 전화를 받는다.

순간 가슴이 철렁.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데 옆에 있던 친구가 대신 받았다.

지하철 계단을 내려오다가 삐끗하여 걷지를 못한다고.


오 마이갓.


지하철로 부랴부랴 데리러 나갔더니 부축을 받고 나온다.

아무래도 통증이 수상하여 바로 응급실로 갔더니 인대가 끊어졌다고 한다.

아!!!


결국 조카가 입원한 그 병원에서 딸내미도 같이 치료를 받게 되었다.

년 초부터 두 아이가 깁스 신세.

게다가 방학이 늦어져서 매일 등하교를 자차로 해야 되는 상황이니 하루하루가 분주하다.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붓기가 남아있다. 한 달은 간다고 하니 고3 초반부터 액땜을 크게 했다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 병원 가는 날이라 오후에 데리러 가기로 했는데, 친정엄마가 다니는 데이케어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육감적 느낌이 안. 좋. 다.

센터 담당자 왈, 엄마가 아침에 계단 내려오다가 넘어지셨단다.

여기저기 아프다고 하신다.


아!!!

하루하루 무탈하길 얼마나 바랐던가.

아무 일 없이 평범하게 조금은 지루하고 심심하게 사는 삶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동생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조카는 아직 병원에 입원한 상태이고 딸내미는 깁스 상태,

엄마는... (아직 상태를 정확히 모르겠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시는 엄마는 정확히 자신의 상태를 표현할 수 없으셔서 지켜봐야 한다)

생각하기 나름인데, 엄청 짜증 나는 상황이라 생각 하면 하루도 견디기 힘든 것이고, 그나마 이 정도로 다친 게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그럭저럭 또 견뎌지 는 것이고.


난 후자를 택했다.

올 한 해 벌어질 일들을 1월 안에 다 처리하고 그저 남은 한 해 모두가 별일 없기를...

지루한 일상을 감사하기로 했다. 아무 일 없음이 결 코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저리게 느껴본다.

이 글을 함께 읽는 분들, 올 한 해 모두들 무탈하기 를... 기도합니다.

할머니와 손녀 손자가 모두 비슷한 부위를 다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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