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근상이 받고 싶어

개근상을 받기 위한 1년간의 고군분투

by Lucia

딸내미는 어떤 상보다 개근상을 받고 싶어했다.


요즘은 개근하는 아이들이 별로 없어서 1년에 한번씩 준다고 한다.

나 때는 졸업할 때 주는 상이었는데, 지금은 1년마다 준다고 하고 그나마도 받는 학생이 별로 없다고 하니 학교 생활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건가 싶기도 하다.

나 때는 (안하고 싶지만 자꾸 비교가 되는 걸 보면 꼰대가 되었나보다.) 아파도 학교가서 아프라 하니

언감생심 결석은 꿈도 꿀 수 없었고 누구에게나 너무 당연한 얘기였고 삶의 태도였다.

졸업식땐 많은 아이들이 개근상을 받았고, 개근상 받는게 그닥 자랑거리도 아닌 시절이었다.

학교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당연한 시대였으므로.

지금은 그게 아닌가보다. 생활 양식이 바뀌어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암튼 개근상 타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고 하니 격세지감이다.


이런 상황에 고2가 된 아이는 개근상을 받고 싶다 고 한다.

작년엔 학교가는길에 넘어져 요추골절 진단받고도 결석을 안했는데 수업을 받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 러워 한다며 담임선생님이 애좀 데려가라고 연락이 왔었다.

개근상 때문에 지각,조퇴,결석은 절대로 안 한다던 아이는 통증을 못이겨 조퇴하는 바람에 1학년때 개근상을 못타게 되었다. 얼마나 아쉬워 하던지.


올해는 겨울 방학전에 인대가 끊어지는 바람에 걷기도 힘든데 단 한번도 지각,조퇴,결석을 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선생님이 걷기 힘드니 20분을 더 주겠다 고 등교시간을 늘려주기까지 하셨다.

아이의 집념이 그러하니, 다치고 나서 꼬박 방학때 까지 데리고 다닐수 밖에.

우여곡절끝에 개근상을 향한 불타는 집념으로 드디어 영광의 개근상을 타왔다.

그동안도 여러차례 모범상을 받아왔는데, 그것 보다 개근상을 더 좋아한다.

요즘 아이들에 비하면 조금 특별한 집착이기도 하지만, 본인이 마음 먹은 걸 해냈다는 것에 크게 칭찬을 해주었다.


한번은 <개근거지>에 대해 얘길했다.

여행 한번 못가서 어쩔수없이(?) 개근하는 가난한 아이를 일컫는 말이란다.

다행이도 딸래미는 개근거지란 말을 모른다했다.

뜻을 설명해줬더니, <이런 못된것들 같으니라고~> 이렇게 한마디 한다.

성실하게 생활하는것이 엄마의 기본 철학인데 잔소리 안해도 잘 따라주니 감사한 일이다.

성실한 태도면 어딜가서 뭘해도 중간은 갈테니.


고3이 되는 아이는 학창시절이 1년 남았다고 서운해한다.

고교시절이 나름 재밌었나보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고교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는건 큰 축복이다.

앞으로 아이의 삶에 있어서 추억의 힘이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리라.

고교 3년 개근상을 받았던 10대의 내가 오버랩 된다.

그 경험으로 직장생활에서 단 한번의 지각이 없었다는 건 나만의 자부심이다.

다른것보다 그게 중요했던 나의 DNA를 물려받은건 확실하다.

역시 내 딸!

고3시절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찬란하게 지내보자.

지나고 나면 얼마나 빛나는 시기였는지 알게 될거 야^^ 지난 1년도 애썼다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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