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초기증세로 인지지원등급을 받으신 울 엄마는 데이케어센터 신청을 하고 대기 상태였다.
혼자서 일상생활 하시는 데는 큰 불편이 없지만 하루종일 누구랑 얘기할 수가 없으니 기분이 매일
다운되기 일쑤였다. 안 그래도 걱정이었는데, 몽실이를 데려오라니 얼마나 반가운 말씀인지.
몽실이를 처음 엄마집에 데려간 날을 잊을 수가 없다.
매일 아버지가 누워계시던 안방에 들어가서는 방 가운데 자리 잡고 앉는 게 아닌가.
게다가 몽실이는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거처럼 엄마가 앉아계시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엄마 다리에 얼굴을 대고 엎드려 있다.
엄마가 누워계시면 팔 베개하고 누워있고...
마치 오랫동안 그랬던 것처럼.
생후 2개월 갓 지난 강아지가 본능적으로 엄마에게 하는 행동들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마치 아버지가 홀로 남은 엄마의 슬픔을 달래주기 위해 몽실이를 보낸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엄마와 몽실이는 틈만 나면 살을 맞대고 있다.
다른 강아지 들고 그러는지 주위에 물어보면 다 그런 건 아니라고 하니 신기하긴 하다. 그렇게 강아지를 싫어했던 엄마가 몽실이를 매일 껴안고 사시다니...
기운 없고 우울했던 엄마는 몽실이 훈련을 시키며 웃음이 늘어만 갔다.
손! 엎드려! 등 엄마가 시키는 대로 잘 따라 하는 몽실이는 어느새 엄마의 강아지가 되어버렸다.
한참 사춘기인 울 딸은 내 강아지를 할머니에게 빼앗겼다며... 의도치 않은 강아지 신경전이 발생하였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우리 동생들은 돈을 모아 줄 테니 강아지 한 마리 더 데려오라고 마음을 써주었다.
혼자 계신 엄마도 그렇고, 혼자 자라고 있는 우리 딸도 그렇고 강아지가 큰 위안이 된다고 하면 한 마리더 데려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왠지...
한 마리 더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아마도 우리 솜이와 인연이 시작되려고 그랬나 보다.
몽실이 데리고 오고 나서 한 달쯤 후, 우연히 지나다가 들른 애견샵.
강아지들 한번 보고 싶어서 들어갔는데, 마찬가지로 온통 흰 강아지들만 있었다.
원래는 몽실이처럼 털 잘 안 빠지고 관리 쉬운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강아지가 있다. 진짜 이상하다. 털 많이 빠지기로 유명한 포메라니안. 이 애기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가격을 물으니 후들후들...
순종에 이쁘고 영리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강아지라며 있는 대로 장점을늘어놓는다. 평상시 같으면 아무리 호객을 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나왔을 텐데,자꾸 마음이 간다.
다른 애들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게 인연이고 운명인가?
일단 딸내미 마음도 중요하니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저녁에 딸과 함께 다시 갔다.
낮에 봤던 그 포메는 내가 다가가면 왔다 갔다 신나게 움직인다. 마치 자기를 봐달라는 듯이.
샵 직원은 다른 사람들이 가면 잘 안 움직이는데 내가 오니 막 움직인다며 과장 섞어 호들갑이다.
그 말을 믿진 않았지만, 내 마음이 마구 움직이는 건 사실이니 털이 빠지건 말건 그건 이미 중요한
문제가 안되었다.
작아도 너무 작다. 600g이 채 안 되는 작은 아기. 큰 강아지는 부담스럽다 했더니 부모견이 작은 종이라크게 자리지 않을 거란다. 이젠 어떤 설명도 다 필요 없었다. 그냥 그 애기가 마음에 들었다. 도대체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다행히 딸도 마음에 든다고 하니 그날로 데리고 왔다.
암튼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릇 속에 들어갈 만큼 작은 생명체를 또 하나의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