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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arton 대표 박제연 Nov 19. 2024

솜이가 사랑한 남자

유난히 솜이를 사랑했던 그 남자 이야기

오늘도 지인과 솜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눈물이 줄줄 흐른다.

지인도 강아지를 잃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어 우리 솜이 얘길 들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내가 슬퍼하면 솜이도 슬퍼할 텐데... 알면서도 잘 안된다.


아마도 갱년기랑 겹쳐서 더 그런가 싶은데,

갱년기 아니라도 펫로스는 상상하기 힘든 슬픔이라 고들 한다. 막연히 우리 아기들이 나보다 먼저 갈 텐데...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갑자기, 이렇게 급하게 쌩~  가버릴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솜이가 다녔던 길목, 솜이랑 같이 타고 다닌 차, 솜이랑 같이 자던 침대... 온통 솜이 솜이 솜이.

 주변에 솜이가 없던 곳이 없어서 더 힘들고 슬프다.

이렇게 글을 쓰며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과 슬픔을 나누고 싶다.     


우리 솜이는 나와 나의 제자(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는 국장. 이하 김국장) 김국장을 제일 좋아했다.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마음을 추스리 지 못했을 때 나에게 온 우리 솜이.

솜이와 함께한 2년 반의 시간이 마치 꿈만 같다. 인형처럼 이쁘고 영리했던 우리 솜이.


솜이를 데려오고 6개월쯤 지나 김국장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지병도 없으시고 건강하셨는데, 정년퇴직하고 여행계획을 세우시다가 갑자기 허리 통증이 심해져 응급실을 찾았다가 일주일 만에 병명도 모른 채 돌아가셨다.     


유난히 엄마와 정이 깊었던 김국장의 슬픔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나와도 가족처럼 지내던 분이라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솜이와 몽실이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던 김국장이 언제부터인가 솜이에게 사랑을 주기 시작했다. 간식도 사다 주고, 자주 안아주고 얼굴 비비고 뽀뽀하고...

일하면서 틈틈히 솜이와 스킨쉽하며 마음을 달랜다

총각인 김국장에게 여자가 아닌 솜이가 맨날 뽀뽀하는 걸 보고 우린 자주 놀리곤 했다.

솜이는 마치 고양이처럼 김국장 책상 위에서 잠을 자곤 했다. 강아지가 높은 책상에서 불안해하지도 않고 편안히 자는 게 신기하다.

김국장 책상에 솜이 자리가 있었다

솜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나 이상으로 슬퍼하는 김국장.

워낙에 잘 울지도 않고 속마음 내색을 안 하는 성격인데도 솜이 화장터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차갑게 식은 솜이를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아까 밥을 먹으며 처음 자기 속마음을 얘기한다.

<매일 솜이 사진 찾아서 보고 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솜이는 아버지를 잃은 나와 어머니를 잃은 김국장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었다. 슬퍼하는 우리를 위해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였다. 

흰 옷을 입은 천사가 내려와 우리를 위로하고는 이제 됐다 싶어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나 보다.

 우리 솜이는 살아생전에도 포메답지 않게 털이 많이 빠지지도 않았고, 온순한 성격이라 힘들게 하지도 않았고, 떠날 때도 엄마 힘들까 봐 자는 듯이 이쁜 모습으로, 경제적으로 부담도 안 주고 그렇게 깍쟁이처럼 떠나버렸다.


떠나면서도 슬퍼하는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남겼다.

지금 봐도 우연이라기엔 너무도 신기한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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