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written by 킴 스콧
해당 글은 ⌜기술보다 중요한건 사람이다 (1)⌟에 이은 두번째 글로, 이전 글을 읽고 오시면 본 글을 이해하시는데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돌이켜보면 입사 후 첫 1년이 제일 어려웠다. 학부를 갓 졸업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회초년생이, 체계가 없는 스타트업에 적응하기에는 여러모로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사수가 없는 것이 컸다. 회사 내에 AI를 하는 사람이 없었고 내 위의 관리자는 실무 경험없이 박사를 졸업하고 바로 온 경우였기에 그 또한 직장 생활이 처음이었다. 그마저도 AI를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다른 분야의 박사였다. 처음에는 곧이 곧대로 관리자가 시키는대로 하기 급급했고 그가 하는 말이면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냈다. 적어도 나보다 더 경험이 많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믿었고 업무를 시키는데 있어서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무조건적으로 말을 따르는 것은 팀원으로써 좋지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행동할수록 나만 손해라는 것을 체득했다. 아닌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야했지만 그 땐 그러지 못했다. 관리자의 말을 곧이 곧대로 따름으로써 첫 1년동안 스스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고 위축됐었다. 지나고보면 1년도 채 안된 시기에 여러 프로젝트를 맡고 결과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는데 어떻게든 결과를 냈었다. 이 과정에서 관리자는 주로 모호한 가이드라인과 부정적인 피드백만 이야기하였고 이런 이야기가 나를 더 위축되고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오히려 대표님과 다른 부서장분들이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경우가 많았고 그 때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집중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퇴사하기 직전, 우리 팀의 팀원들은 회사의 동의하에 모두 다른 부서로 이동하였고 마지막으로 남은 나는 퇴사를 결정하였다.
우리 팀이 분열된 이유는 많은 이유가 있었지만 제일 큰 이유는 관리자였다. 팀원 간에는 유대가 정말 잘 형성되어있었지만 관리자와 팀원 간에는 신뢰와 유대는 없었다. 관리자는 자유로 둔갑한 사실상의 방임을 하였다. 계획없이 그냥 흘러가게 내버려두었고 설령 일정을 계획해도 제대로 신경쓰지 않았다.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이 없었다.
이 책의 내용을 토대로 말하자면 "불쾌한 공격"의 영역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 관심이 부재한 상태로 직접적 대립을 하려고 하다보니 관리자와 팀원 간에 신뢰는 무너졌다. 조금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팀 분위기가 조성됐다면 상황은 변했을 것이다. 나 또한, 팀원으로써 관리자에게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점에서 솔직하지 못했다. 나라도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을 했어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이 공존하면, 팀은 "완전한 솔직함 (Radical Candor)" 영역으로 접어든다. 이 때부터 팀원과 관리자 간의 신뢰는 두터워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한다.
너무나 공감한다. 일례로, 다른 부서의 팀은 팀장이 직원들에게 불쾌하지 않게 사적인 이야기를 하며 개인적 관심을 보일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유대감을 형성한 것을 보았다. 또한 업무상 부족한 부분이 있거나 피드백이 필요하면 모호하지 않고 명확하게 개선할 점을 이야기해주는 것을 들었다. 실제로 이 팀은 내가 있는 2년 4개월동안 단 한명도 퇴사하지 않는 팀이었다.
관계는 모든 일의 핵심이다. 강력한 관계 없이도 이러한 책임을 완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39쪽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1) 모든 직원이 칭찬과 지적을 자유롭게 주고받고 2) 동기를 부여하고 3)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관계가 필요하다.
직원에게 업무에 필요한 도움을 제대로 주지 못할 때, 직원에게 적합하지 않거나 원치 않는 역할을 맡길 때, 비현실적인 목표를 제시할 때 신뢰 관계는 위축된다.
상사와 직원의 관계는 그 직원과 그들의 부하직원의 관계에, 팀 문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직원과 인간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역량은 이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결국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야한다. 비즈니스 관계를 넘어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직원에게 이러한 개인적 관심을 기울이고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형성해야한다. 그리고 성과가 좋을 때나 나쁠 때 직원에게 피드백을 전하려고 노력해야한다. 이야기하기 힘든 피드백을 주려고 노력해야하며 책에서는 이를 직접적 대립 (Challenge Directly)이라고 부른다.
이 두가지 요소가 잘 연결되면 완전한 솔직함 영역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가 잘 형성되어있다면 칭찬과 지적을 받아들이고 관리자를 믿고 문제점을 개선하려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잘하거나, 잘 못하고 있는 일에 대해 팀원과 관리자가 솔직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
나의 본 모습을 숨기며 직원과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정말 깊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는 직장에 가면 최대한 나를 숨기라고 한다. 자아를 숨기라고 한다. 그게 당연시된다. 나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직장 생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로 여겨진다. 나 또한 어느정도는 공감한다. 기업의 문화를 형성함에 있어 그 나라의 문화를 배제할 수 없으니까. 이미 이러한 분위기가 자리잡힌 기업이라면 조직 전체를 바꾸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팀장이 팀 분위기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회사 생활은 사수와 팀장을 잘만나야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잘 형성된 곳이라면, 그리고 개선해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라는 말을 실천할 수 있지 않을까.
(54p) 어떤 팀원에게 완전한 솔직함으로 인식된 것이 다른 팀원에게는 불쾌하게(또는 경계를 넘어선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한다. 완전한 솔직함은 기업에서 기업으로, 혹은 국가에서 국가로 넘어갈 때 상당한 변용이 필요하다. 어떤 문화에서 효과가 있었다고 해서 다른 문화에서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사람이다. 감정을 온전히 배제하고 나를 숨기며 살아갈 수 없다. 인생의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야할텐데 나를 숨기고 갉아먹어가면서까지 다녀야할 이유가 있을까. 깊은 관계를 팀장과 팀원이 솔직하게 형성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무너질 관계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책에서는 팀장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여러 시도를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 것을 권유한다. 나도 그랬다. 팀장이 개선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면 이런 내용을 계속 이야기해도 허공에 메아리만 울릴 뿐이다.
첫 회사에 입사하면서 나는 굳이 나를 숨기지 않았다. 사람들이 좋았을 뿐 아니라, 스타트업이어서 그런지 경직된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다가가고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솔직한 내 모습을 거짓없이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고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를 숨기지 않음으로써 직원들과 더 돈독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관리자와 이야기할 때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의 웃음은 사라지고 예민해져있었다. 밝은 나의 모습은 사라지고 나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더이상 관리자와 그런 관계는 형성할 수 없었다.
책에서 급격한 성장 궤도에 있고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직원을 "슈퍼스타"라고 부르며 반면에 점진적 성장 궤도에 있고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는 직원을 "록스타"라고 부른다. 얼핏 보기에 "슈퍼스타"가 "록스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나 또한, 팀을 운영함에 있어 "슈퍼스타"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곱씹어보니 모든 팀원이 "슈퍼스타"라면 오히려 팀원 간의 경쟁이 심해져 관리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을 것 같다. 빠르지 않더라도 뒤에서 안정적으로 받쳐주는 "록스타"가 꼭 필요한 이유이다. 실제로 저자는 팀을 구성할 때 시기에 따라 "슈퍼스타"와 "록스타"를 적절히 채용한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의도한건 아니었지만 우리 팀 또한 그런 팀원들로 구성됐었다. 새로운 것에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팀원, 힘들어도 군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팀원, 일을 찾아서 하지는 않지만 막상 시키면 빠르게 해내는 팀원 등 균형이 잘이뤄졌었다. 특히 "록스타"라는 개념을 알게 된 후, 묵묵히 일하는 그 팀원이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 그 팀원에게서 웬만해서는 싫은 소리를 하는걸 들은 적이 없었고 오래 갈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맡고있는 업무와 관리자의 스타일이 맞지 않아 다른 부서로 이동했지만 꼭 필요한 존재였음을 느낀다.
이 글의 초반부에서 "자유로 둔갑한 방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는 각자가 하고싶은걸 알아서 찾아오고 계획해오라고 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나에게는 이러한 방식이 어느정도 맞아 여러 가지를 시도하고 어떻게든 결과를 남겼지만 "록스타"에 해당하는 몇몇 팀원은 이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앞선 그 팀원 또한 그랬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팀원마다 맞는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 나았던 것 같은데 그게 부족했다.
신입사원에 대한 기대가 크다.
(144p) 신입사원을 채용해서 처음부터 새로 가르칠 경우, 초반에 빠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144p) 성장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기대는 충분히 구체적인가?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만약 신입사원에게 역할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자신의 기대가 다소 추상적이라면,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144p) 상사가 종종 저지르는 또 하나의 실수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업무를 맡기는 것이다. 이는 실패가 예정된 접근 방식이다. 상사는 때로 부하직원이 처리할 수 있는 업무량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곤 한다. 자신만큼 일을 처리할 것이라고 쉽게 생각해버린다. 혹은 경력이 짧은 직원도 자신만큼 알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
제일 와닿았던 부분이다. 전 직장의 관리자뿐 아니라, 몇몇 임원진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신입사원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우리 팀 또한 그랬다. 이제 막 학부를 졸업한 사회초년생들이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온지 여섯 달도 채 안된 신입 팀원에게 외부 업체와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맡기고 시간이 지나 관리가 안되면 마감할 때쯤 되서야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너무 큰 기대에 비해 관심은 없었고 자유를 빙자한 방임 뿐이었다. 본인의 업무가 많아 팀원들에게 도움 요청이라는 명목으로 떠넘기다시피한 프로젝트가 더러 있었다. 관리자로써 팀원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덕목 중 하나라는걸 배울 수 있는 경험이었다.
제 경험에 빗대어 적다보니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는 와닿지 않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네요.
자유롭게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