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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념테이프 May 13. 2024

줄넘기에 몰입하는 아이들


요즘 아이들이 줄넘기에 빠져있다.


큰딸아이 같은 경우, 유치원을 다니는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축구를 하기도 했지만, 졸업하면서 축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졸업할 때쯤 팬데믹이 발병했다. 외부활동을 거의 하지 못하고 집에서만 지내던 시기였지만, 아이들은 유일한 외부 활동으로 마스크를 쓰고 태권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집에 올 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재미있었다고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가 재미있게 운동을 즐기고 있다니 나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요즘 태권도장에서 30분 정도는 태권도를 배우고 나머지 20분 정도는 다양한 체육활동을 한다. 줄넘기를 하기도 하고, 피구를 하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은 이벤트로 에어바운서에서 실컷 뛰어놀고 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냥 아이가 즐겁게 운동도 배운다고 생각했다.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3살 차이 나는 남동생은 누나보다 조금 늦게 태권도를 시작했다. 6살이었다. 그러더니 분명 둘이 같이 태권도를 다녔는데, 둘째 녀석은 7살 여름, 국기원에 가서 품띠 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누나는? 분명 같이 다니고 배웠는데 왜 둘째만 심사를 보겠다는 건지 의아해서 관장님께 좀 자세히 상황을 여쭤봤다.


매달, 태권도 띠를 올리는 승급심사를 보는데, 첫째 딸은 그런 날만 되면 관장님께 배가 아프다던지, 심사를 안 보고 다음에 보겠다던지 하는 식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 동생보다 급이 낮다고. 태권도 학원은 즐겁게 다녔지만, 정작 놀이체육을 제외한 태권도 품새를 배우는 것에서는 흥미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그제야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이는 외우는 것,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구구단을 외우는 것도 힘들어서 엉엉 울면서 외웠고, 덧셈에서 뺄셈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도 많이 힘들어했다. 아이에게는 품새를 외워서 정확히 해야 하는 과정들이 즐겁지는 않았나 보다.


둘째의 가장 친한 친구는 태권도를 주 5회 매일 다니니 진도가 쭉쭉 나가서 품띠를 따러 심사를 볼 만큼의 실력이 갖추어진 상태였다. 친구를 보면서 자극을 받은 아들 녀석은 친구 따라 심사 보겠다며 그 친구와 진도를 맞추려고 밤낮없이, 시도 때도 없이 품새를 연습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밥을 먹으러 걸어가는 길에서도, 집에서도, 엘리베이터 앞에서도, 안에서도. 그냥 태권도에 미쳐있는 아이였다.


아이는 그렇게 한 달을 태권도만 생각하면서 지내더니, 결국 베프와 함께 나란히 품띠를 따고 돌아왔다. 그때는 아이의 7살 여름이었다. 아이는 심사를 보러 가는 날 아침, 입술까지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긴장을 했지만, 야무지게 잘 해냈다. 그리고 품띠를 따고 나니, 아이는 더 이상 태권도에 뜻을 담지 않겠다며 그만두고 줄넘기로 전향했다.


그렇게 아들과 딸의 줄넘기가 시작되었다. 아들의 운동은 주 1회 축구센터와 3회 줄넘기 센터, 그리고 놀이터 한편에서 수시로 친구들과 하는 축구다. 딸은 주 2회 줄넘기가 전부인데, 줄넘기조차도 뜻이 있는지, 아니면 그냥 엄마가 다니라고는 하고, 싫지 않아서 다니는 건지 나는 종종 궁금했지만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다. 첫째 딸은 단순하고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지만, 부모에게는 마음을 살피느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딸아이는 5학년이 되더니, 친구들 중 같은 줄넘기 센터에 다니는 친한 아이들이 많다면서 본인도 열심히 하고 싶어 졌다고 했다. 친구들은 이미 정규반이 아닌, 심사를 통해 올라간 시범단 소속이 되어서, 그들만의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중이었다.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함께 줄넘기 실력을 높이고 싶은 동기부여를 얻은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어느 날, 시범단 심사를 보고 싶다며 심사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들 역시 질 수 없었다. 누나가 하는 거라면 다 하고 싶은 동생. 누나가 아니더라도 운동에 있어서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큰 아이.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는 푹 빠져서 스스로 노력하는 아이가, 누나와 함께 심사를 보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집에서 대략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동네에 있는 다른 줄넘기 센터에서 열리는 심사에 참가했고, 합격했다. 그리고 시범단이 되어 유니폼을 입고 어깨가 올라갔다. 아이들의 요즘 줄넘기는 우리 때와는 다르게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그 실력이 화려하다. 줄넘기 대표선수가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아이들이 음악줄넘기를 하면서 다양한 기술을 선보였을 때, 나보다 훨씬 잘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기특했다.


아이들은 어제도 저녁에 집 앞 공터에 나가 줄넘기를 하고서는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왔다. 무언가에 저렇게 열심히 한다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기특한 일이다. 책을 보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흐뭇하겠지만, 운동은 길게 보면 아이들의 엉덩이 힘이나 공부할 체력을 기르기에도 필수적이다. 내가 체력이 너무 약했던 사람이라서 운동의 중요성을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아이들이 처음에 줄넘기 심사를 보고, 시범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할 때에는, 줄넘기를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가 있나 싶었다. 줄넘기 센터에서 진행되는 주말 행사나 추가적인 심사 같은 활동은 모두 비용이 수반되기에 아이 둘을 동시에 심사비를 지출하고, 유니폼이나 줄넘기를 또 구입하는 것이 처음에는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오늘 책을 읽다가 눈이 커지는 글을 발견했다.

줄넘기를 잘하는 아이는 공부도 잘한다는 것이다. 줄넘기를 잘하려면 일단 줄을 잘 넘어야 하고, 줄에 걸리면 (실패하면)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 협응력도 중요하고, 인내심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조절능력이 길러진다는 것인데, 자기 조절능력이 길러지면 공부 실력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공부에 큰 의욕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나중에 언젠가 스스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음먹고 시작하려고 하면, 그때에는 체력과 자기 조절능력이 형성되어 있어야 마음 안에 있는 열정을 실행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축구던, 줄넘기던, 운동에 있어서 몰입했던 경험을 체득하면, 공부를 할 때에도 그 경험을 살려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하다가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엄마에게서 잠깐 벗어나고 싶을 때에도 나가서 축구나 줄넘기하고 들어오면 스트레스 해소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인드 감정조절하는 법도 배우면, 결국에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에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든다.


공부를 잘하게 만들려고 줄넘기를 시작시킨 건 아니지만, 줄넘기를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들을 지켜보는 중에, 그런 글을 읽게 되니 머리에서 스위치가 켜져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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