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은 파리를 날리고 있고 한국영화 위기설이 나오고 있지만, 힘든 환경 속에서도 감독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잘 만든 한국영화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전주 영화제를 앞두고 언론관계자들에게 일부 영화들을 미리 볼 수 있게 해줬다. 홍대입구에 있는 전주 영화제 서울 사무국에서 5일간 진행됐고 나는 어제와 오늘 다녀왔다.
나는 한국영화들만 신청했다. 시간 관계상 4편의 장편 영화와 2편의 단편 영화를 어제와 오늘에 걸쳐 봤는데 그 중에 인상적인 영화를 소개하고 싶어졌다.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갔다.
가장 인상깊은 영화는 심혜정 감독의 <너를 줍다>라는 영화다. 심혜정 감독이 2020년에 발표한 영화, <욕창>도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서 꼭 보고 싶었다. <너를 줍다>는 더 좋았다.
심혜정 감독은 인간관계를 섬세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탐색한다. 주인공인 지수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이 가볍기 그지 없는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안 뒤 인간들에 대한 불신감이 커졌다.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신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게 된다.
좀 더 깊게 써보고 싶은 욕심이 나게 만드는 영화다.
한제이 감독의 영화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도 눈에 띄었다.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섹션에서는 퀴어 영화가 많이 출품됐는데, 이 영화 역시 퀴어 영화다. 처음보는 어린 배우들의 깜찍하면서 자연스런 연기도 볼만하고, 갈등 요소들도 적절하게 배치하고 있으며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문제점들도 분명하게 제시해주고 있다.
두 영화 모두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저예산 한국영화는 지루한 경우가 많다. 홍상수 영화처럼 마치 대본이 존재하지 않는 듯, 자질구레한 일상적인 대화를 끊임없이 한다고 해서 홍상수 영화처럼 되지는 않는다. 일상적인 것들을 새롭게 느끼게 만드는 효과도 있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늘어져야 하나라고 생각될 때가 많다.
단편 영화 <실금>은 돈을 벌어야하는 중장년 여성의 이야기다. 실금은 요실금을 뜻한다. 요실금, 치매 같은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짧은 시간 안에, 깊이 있으면서도 어둡지 않게 다루고 있다. 노화하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공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