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 레이백
그날 왜 갑자기 폴댄스 학원을 찾았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쓰고 PT를 2년간 받았다. 근육은 약간 붙은 것 같았지만 PT수업은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여자 트레이너가 열심히 지도해주는 덕분에 솔직히 의리로 다녔다. 그런데 위례에 체육관을 차려 독립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다음부터 더 다니기가 싫어졌다. 몇달 놀다가 집 바로 옆에 폴댄스 학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생긴 지 꽤 된 것 같은데 전혀 몰랐다. 내 나이에 폴댄스는 무리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일단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보기로 했다.
"나이가 많은데 폴댄스 할 수 있을까요?"라고 했더니 "60대 분들도 잘 하는 분들 많아요."라고 해서 용기를 내고 하루 무료체험을 받았다. 학원에 다닌 뒤로 솔직히 60대는 못 본 것 같다. 거의 2,30대였고 40대 50대가 가끔 있었다. 느낌이 나쁘지 않아서 그날 바로 등록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열심히 다니는 걸 보더니 부원장이 내게 전문 2급 수업을 듣는 게 어떠냐고 권유했다. 난 속으로 "헐, 전문2급이라니 말이 되냐." 라고 외치며 머리를 저었다. 그런데 결국 부원장의 꼬임에 넘어갔다. 전문가 수업을 들으면 2년 걸릴 실력을 6개월로 단축시켜준다고 했다. 비용은 생각보다 비쌌다. 돈이 아까워서 더 열심히 다녔다. 하루에 세번까지도 들었더니 사람들이 다 놀랬다.
PT받을 때는 맨날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다녔는데, 폴댄스 수업을 받던 첫 해에는 늘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생애 처음으로 내게 맞는 운동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