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르는 사람들은 폴댄스가 폴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폴댄스 초초초보자는 일단 매달리는 것부터 시작한다. 양손을 높이 올려 폴을 잡고 발을 뗀다. 그러면 매달리는 모양이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팔힘이 별로 없기 때문에 매달리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그러나 강사는 매달리지 말고 어깨를 끌어당기라고 말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간다. 2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그렇지만 신체의 어떤 행위를 지시하는 언어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보는 게 훨씬 빠르다.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의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바로 폴댄스의 동작을 설명할 때이다.
봉을 양쪽 팔로 잡고 어깨를 끌어당기면 몸이 살짝 위로 올라간다. 매달릴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된다. 팔의 힘이라기보다는 어깨 광배근의 힘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그 다음에 배우는 동작이 구스넥인데 팔을 거위목처럼 만들어서 밀어낸다. 왼손은 구스넥으로 밀어내고 오른손은 뻗어서 폴을 높이 잡고 당긴다. 한손은 당기고 다른 한 손은 밀어내는 동작이 기본이다. 폴댄스는 밀고 당김, 신체의 균형으로 동작을 유지하는 운동이다.
폴을 내 앞으로 밀어당기는 힘이 쉽게 들어간다고 느껴진다면 실력이 향상된 것이다. 처음에는 각 신체 부위가 천근만근이다. 내 다리가, 내 팔이 이렇게나 무거웠나 처음 느낀다. 처음에는 동작을 유지하기가 너무나 힘들다. 떨어질 것 같아서 무서워하는 게 일반적인 초보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자신이 폴을 지배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한다. 무언가가 자신의 힘에 의해 통제되는 느낌만큼 자신감과 성취감을 주는 일은 없다. 그런 통제력을 사람에게 발휘할 때 부정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그 만큼 통제력이 주는 쾌감은 크다.
숙련자들은 폴을 그야말로 가지고 노는 느낌이 든다. 마치 침대에서 뒹굴듯이 폴 위를 편하게 오간다. 겉으로는 편해보이지만 그렇다고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힘을 균형감있게 통제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다.
폴댄스는 밀당과 균형이 거의 전부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의 몸을 통제할만한 근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신기하게도 하면 할 수록 는다. 불가능해보였던 동작은 어느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물처럼 다가온다. 그런 맛에 폴댄스에 중독되지 않을 수가 없다.
폴댄스 수업 때 수강생들은 대개 통거울 앞에 자리를 잡는다. 거울이 안 보이는 자리가 몇 개 있다. 내 고정 자리는 거울이 안 보인다. 답답하지 않냐고 묻는 수강생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나는 한번도 거울을 보면서 폴댄스 동작을 한 적이 없다. 어차피 나중에 동영상으로 확인이 될 테고 일단 폴위에 올라가면 아무 생각도 안 나서 거울로 여유있게 내 모습을 볼 여유가 없다. 강사들은 거울을 보면서 다리 각도나 자세를 교정하라고 하는데 나는 한번도 그런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순서 기억하기에도 바쁘고 힘이 딸릴까봐 걱정하기에도 바쁘다.
사진은 내가 잘 하는 동작 중 하나인 버터플라이 익스텐션. 사람들이 많이 무서워하는 동작이다. 아킬레스 끝만 걸고 팔힘으로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