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그럴 때가 있다. 수년 전에 잠깐 한 번 생각했던 일을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개처럼 내 머릿속에 꽂힐 때가 있다. 언제인가 페이스북에 스페인 계의 폴댄서가 야외에서 폴댄스 공연을 하는 영상이 떴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를 하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가녀리지만 단단해보이는 몸매의 폴댄서가 하늘을 새처럼 날고 있었다. 몸은 너무 가볍고 자유로워보였다. 그렇게 새처럼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하지만 그때 내 나이는 이미 5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폴댄스는 그냥 꿈처럼 생각됐다.
그런데 2년이 지난 그날, 내가 무슨 일로 폴댄스 학원을 찾았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딱히 폴댄스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폴댄스가 내 나이에도 가능한지 한번 물어나 보려고 갔다.
"제가 나이가 많은데 폴댄스가 가능할까요?"
강사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하면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었다. 배우려고 온 사람한테 안 된다고 말할 강사가 어디 있겠나.
첫날은 무료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길래 폴을 한번 잡아봤다. 폴의 느낌은 차가웠다. 그리고 여린 살결이 견딜 수 있을까 싶게 단단했다.
나는 내 나이를 생각해서 그냥 가벼운 동작만 살살 할 생각이었다. 물구나무서기에 대한 공포가 있었기 때문에 예전에 잠깐 요가를 배울 때도 절대로 물구나무는 못 한다고 딱 잘라 말했었다. 폴댄스도 중급이상에서는 반드시 몸을 거꾸로 뒤집는 인버트 동작이 필수라는 사실을 몰랐다. 나중에 알고서는 초급까지만 하고 중급부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9개월쯤이 지난 지금은 고급 기초까지 수강하고 있다. 그 동안에 심리적 두려움과 신체적인 통증이 수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더불어 일상적인 삶을 대하는 내 태도에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아는 사람들만 만나면 수없이 입으로 떠들어댔다. 처음에는 신기해하지만 곧 지겨워할 것이다. 그래서 글로 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나의 폴댄스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지난 1년간에 있었던 변화를... 그리고 60평생 몸쓰는 데 관심없었던 내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이 기분에 대해서...
사진은 최근에 찍은 동영상에서 캡처한 것이다. 하늘을 나는 느낌과 가장 비슷해서 골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