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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재스민 Oct 24. 2024

폴댄스 교실의 비명소리

여기는 병원인가, 폴댄스 교실인가

오늘도 오른쪽 팔에 멍이 든 채로 집에 왔다. 일주일 전쯤에 생긴 멍도 아직 조금 남아 있는데 또 새로 멍이 들었다. 내 몸이 말을 할 수가 있다면 '우리 주인은 요새 갑자기 왜 매조키스트가 됐나' 라고 말할 게 분명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여기저기 까지고 멍이 들고 통증이 없는 날이 별로 없으니 말이다. 페이스북에 폴댄스 후 통증에 대해 썼더니 누군가는 이렇게 질문을 했다. "아픈데 왜 하죠? 운동 중독인가요?"라고.


아픈 게 좋을 리가 있나. 하지만 중독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폴댄스는 멍과 함께 성장한다. 숙련이 되면서 멍이 드는 확률도 줄어든다. 몸은 차가운 쇠와 통증에 점점 더 익숙해진다.


첫 무료체험을 하러 갔을 때, 폴에 종아리를 거는 동작부터 했다. 쇠의 차가운 느낌이 너무 생소했다. 그런데 강사는 "종아리를 더 위로 올려야 해요."하면서 종아리를 확 위로 당겨올렸다. 강사에게는 그 정도 압력은 아무것도 아니었겠지만 처음 폴을 만져본 사람에게는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살 속에 있는 뼈가 쇠와 부딪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걸어가다가 잘못해서 쇠기둥 같은 물체에 걸려서 다리가 꺾이는 듯한 느낌이랄까. 속으로 폴댄스가 내 나이에 계속 해도는 되는 운동일까 잠시 의혹이 들었다.


2년이 다 된 지금은 조금 더 폴에 밀착해서 안정감을 얻으려고 애를 쓴다. 쇠의 차가운 느낌에는 이제 익숙해졌다. 폴댄스를 배우는 사람들은 폴이 쫀쫀하다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그말은 폴에 손이 찰싹 달라붙는 느낌을 말한다. 폴이 살짝 차갑게 느껴져야 미끄럽지 않고 손에 착 잡히는 느낌이 든다. 그 느낌은 매우 중요하다. 폴댄스 교실에는 열개가 넘는 폴이 있는데 상태가 다 똑같지 않다. 바깥 날씨에 따라 매일 그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폴을 손에 쥐어보는 것이다. 미끄러우면 안 되고 착 달라붙는 폴을 찾아야 한다. 미끄러우면 할 수 있는 동작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중간에 실패했을 때 안전하게 떨어지는 기술도 늘어나게 된다. 잘못 내려오다가 발가락이 골절되는 경우가 많아서 강사들은 늘 안전을 외친다.


유난히 비명을 지르는 수강생들이 있다. 본인은 아파 죽겠다는데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웃음이 터져나온다. 이것은 새디스트와 매조키스트들의 집단인가. 강사들의 멘트도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초보자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를 때, "네에~ 아픈 거 맞아요. "라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반응한다. 시간이 지날 수록 폴과 닿았을 때 통증은 줄어든다. 점점 피부가 적응해서 나중에는 꽤 오랫동안 버틸 수 있게 무감각해진다.

하지만 통증은 다른 곳으로 바뀐다. 수업마다 집중적으로 닿는 부위에 따라 통증 부위도 바뀐다. 그래서 강사들은 비슷한 부위가 압박되는 동작을 피해서 수업한다. 운이 나쁘면 이틀 연속 같은 부위가 압박되는 동작을 하게 되기도 한다. 종아리를 폴에 건 채로 발을 잡아당기고 몸을 젖히는 동작을 이틀 연속 한 바람에 일주일 동안 절뚝 거렸던 일도 있다. 그 뒤로 감을 잡았다. 몸을 더 앞으로 끌어당기면서 젖혀야 종아리 부분에 압박이 덜 온다는 것을. 그렇게 익혀간다.  신체 통증은 폴댄스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한 강사가 우리는 모두 변태성향이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아픈데도 계속 하기 때문이다. 아픔을 즐겨라!

아픔보다 성취감이 더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2023년 초반 사진, 간단한 동작에 성공했는데도 원장님이 금메달 딴 것처럼 축하해준다. 나는 지금 이때보다 살이 5킬로 정도 빠졌다. 검은 색 머리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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