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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재스민 Feb 03. 2018

12솔져스-영화보다 더 극적인 현실

남성 신화의 환기

  12솔져스에는 영웅 기질로 똘똘 뭉친 남성들이 대거 등장한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사지에 서로 가겠다고 나서는 건 기본이다. 

  12솔져스는 오래 전에 잊고 있었던 남성 환타지에 빠지게 만든 영화다. 악의 상징인 탈레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초인간적인 남성성이 그 중심에 있다. 상대편 역시 인간성을 악한 방식으로 초월한 탈레반이 있다. 탈레반은 죽음을 오히려 천국으로 가는 문쯤으로 생각하다. 탈레반의 극악무도한 악행 중 하나는 여성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탈레반 쪽 대장 라잔이 딸들에게 공부를 시켰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엄마를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은 이 작전의 불가피성과 정당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벌벌 떠는 여자 아이들과 엄마 앞에서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자신의 막강한 힘을 과시하는 남성의 모습은 죽음을 불사하는 12명의 용사들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놓인다. 전자의 모습은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또한 꼭 남성과 여성 간의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일도 아니다. 비열하기 그지 없는 강자와 약자 사이의 관계에서도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 작전에 꼭 성공하기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정의가 승리한다는 우리의 믿음이 지속되기를 우리는 강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서는 꼭 죽음을 피해야 하고 정의를 위해서는 죽음을 불사해야 하는 딜레마의 현실 속에서 그들은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한다. 믿기 힘들지만 두 가지 목적을 100% 달성하는 기적을 이룬 것으로 끝난다. 세상에는 참 믿기 힘든 기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기적적인 일들을 재현하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는 않을 것이다. 현세에서 증명하기 힘든 초월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기분은 현실에서 적체된 불만이 해소된 것처럼 개운하다.  자신과 정의를 믿는 그들의 신뢰감이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겪게 되는 현실의 세계는 정의롭지 못하고 배신과 비열함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정말로 비현실적인 실화다.  그리고 수퍼히어로 시리즈가 아닌 현실의 재현이라는 점에서 영화를 보는 동안, 그리고 보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 정신이 맑아지고 가슴이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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