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가 너를 응원하고 있어

《너의 모든 걸음은 빛나는 순간이었다》 2025 Re:Write

by 자스민주


지나온 글을 다시 꺼내어, 지금의 마음으로 다시 씁니다.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슬프게도 그 시기는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삶은 조금씩 나아졌지만 밑바닥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은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다시 찾아왔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자 과거의 선택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때 왜 그랬을까' '조금만 달리 선택했다면 어땠을까' 미련과 후회는 점점 내 생각과 감정을 갉아먹었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 만든 지하 감옥에 나를 가두고 있었다.


탈출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34년을 살아온 대구를 떠나 서울로 향했다. 더 이상 익숙한 곳에서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지 않을 것 같았다. 짐은 최소한으로 줄였고, 방향은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어떤 변화라도 좋았다.


하지만 몸은 옮겼어도 마음은 여전히 내가 만들어 놓은 마음의 감옥 근처를 맴돌았다. 가슴 깊숙이 있던 내 꿈도 더 이상 예전처럼 신나게 떠들지 않았다. 나는 속삭였다. "잠시만 기다려 줘. 너를 잊은 건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다시 널 만나러 갈게." 한없이 인자하고 너그러운 내 꿈은 나의 의견을 존중해 주고 따라 주었다. 나는 꿈을 안전한 상자에 넣고, 현실이 요구하는 역할과 의무를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어느 날, 새로 일을 시작한 곳에서 첫 회식이 있었다. 여느 회식처럼 술이 빠지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술도 술자리도 버텼겠지만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져 있었다. 회식이 끝나고 사람들은 취한 나를 택시에 태워 집으로 먼저 돌려보냈다.


택시에 혼자 남자, 붙들고 있던 긴장감이 스르륵 풀렸다. 덩달아 정신도 풀렸다. 내가 말한 목적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택시에서 내린 곳은 내가 사는 곳에서 두 정거장이나 떨어진 곳이었다. 만취한 채 걷기에는 너무 먼 거리였다.


비틀비틀 서 있던 내게 낯선 두 명의 서울 시민이 다가왔다. 그중 한 분이 같이 택시를 타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또 한 번 택시에 올라 이번엔 비교적 가까운 곳에 도착했다. 하지만 거기서도 건너편으로 가기 위해선 사거리를 지나거나 지하철역을 통과해야 했다. 나는 눈앞에 있는 지하철역 계단을 선택했다. 하루 종일 불편한 구두를 신고 있었고, 그때의 나에겐 그 짧은 거리도 몹시 버거웠다.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보도블록 틈에 구두 굽이 걸려 입구에서 그대로 철퍼덕하고 넘어졌다. 그 순간 지나 온 내 인생의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넘어진 채로 그 자리에서 엉엉 소리 내어 울었다. 눈에서 홍수가 난 것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사람들의 시선도, 부끄러움도 그때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그 자리에 무너져 있었다.


그때 또 다른 두 분이 나에게 다가왔다. 조심스레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아요"라고 말해주었다. 한참을 토닥여 주고 건너는 길이 위험해 보인다며 함께 길을 건너주었다. 그들의 손길은 낯설지만, 지극히 따뜻했다.


그날, 우주가 내게 천사들을 보내주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사랑을 느꼈다. 살다 보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보호받고 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날이 그랬다. 논리도 이유도 없지만 마음은 분명하게 그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서 잇따른 불행을 겪는다. 그건 내 안의 어두운 감정들이 아직 다 빠져나가지 않아서다. 그 감정들은 쉽게 떠나려 하지 않고, 남으려고 저항한다. 그 어둠을 직면하고 해독하는 방법은 단 하나, 사랑과 용서다. 스스로를 향한 사랑, 그리고 이해하지 못했던 날들을 향한 용서.


어떤 상처는 잊히지 않는다. 그러나 치유와 변화가 일어나면 그 상처는 더 이상 아프지 않다. 그저, 내 삶의 일부로 아주 옅게 남을 뿐이다. 더 이상 자신의 연약함을 감추지 말자. 강한 사람만이 자신의 약함을 인정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강인함 속에 연약함을 지닌 존재다. 그러니 그 연약함까지 따뜻하게 안아주자.


자신 안에 잠든 과거의 불행한 기억을 굳이 꺼내 상처를 덧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독 어떤 것이 나를 깊이 자극한다면, 그건 치유와 변화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 과정을 온전히 지나고 나면 그것은 더 이상 상처가 아니다. 그저 내 삶의 한 조각으로, 옅게 남을 뿐이다. 이미 생긴 상처를 되돌릴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잘 치유하면 흉터로 남지 않거나 희미해질 수는 있다. 치유와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연약함을 숨기지 않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건 용기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연약함과 나약함을 품고 살아간다. 그러니 내 안의 그 연약함도, 나약함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 주자. 우주가 우리에게 던진 과제는 때론 몹시 어렵고 복잡하다. 하지만 통과하고 나면 우주는 우리에게 깊은 치유와 새로운 변화를 선물처럼 건넨 다. 어둠이 짙을수록 그 뒤에 오는 빛도 더욱 깊고 환하다.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불행이 나를 비껴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크고 작은 후회와 미련이 따른다. 선택의 결과는 실제로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고민하고 망설인다. 그 선택이 행복의 오아시스가 될지, 불행의 늪에 빠질지는 오직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두려움이 밀려오더라도 결국 우리는 무엇이든 선택해야 한다.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하나의 선택이다. 그러니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해야 한다. "나는 지금, 최선의 선택을 하고 있어."라고. 시간이 흘러 그 선택이 잘못이었다고 느껴질지라도, 그 순간의 나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 그것이면 된다. 다음번에는 더 나은 선택을 하면 된다.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삶은 계획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느 날, 네 잎클로버처럼 뜻밖의 선물을 받을 수도 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더라도, 자기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자. 운명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기쁜 일이 찾아오면 이렇게 말해보자. "고마워, 나의 삶. 사랑해, 지금의 나야."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다. 힘들 날이 있기에 좋은 날의 소중함을 알고, 뜨거운 눈물이 있기에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배운다.


잠시 인생의 밑바닥에 있더라도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지 말자. 그 바닥 위에 '자기 사랑, 자기 존중, 자존감'이 세 단어를 깊이 새겨 넣자.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을 때 가장 높은 마음을 지녀야 하며, 가장 높은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낮은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 어떤 순간에도 자신을 잃어선 안 된다. 이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험난한 세상에서도 스스로를 더 잘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세상이라는 배움의 장에서 살아간다. 예전과 달리, 혼란이 밀려오고 기쁨이 사라질 때면 우주에 온전히 나를 내맡긴다. 그러면 우주의 무한한 사랑과 지지가 조용히 내 안으로 스며든다. 나는 그렇게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고,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인도받는다.


온 우주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오늘, 조금 더 따뜻하게 살아갈 이유는 충분하다.




이 글은 《너의 모든 걸음은 빛나는 순간이었다 – 2025 Re:Write》의 여덟 번째 이야기입니다. 퇴고된 문장으로 다시 꺼내는 10개의 반짝임,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