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더 할 수 없지만
사회생활 구력이 올라갈수록 경험치가 쌓인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계속해서 실망했고 충분히 기대치를 제로로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또 나도 모르게 기대도 하고 또 그것이 훅 떨어졌나보다. 이해가 안 되고 부당한 요구에 대해 직접 해 줘야하는 역할에 대해서 상기시키는 차원의 문의를 했으나, 돌아오는 것이 남의 집 강아지 들여다보는 수준의 헛소리 뿐이라니. 너무 한숨나고 화가 나는데, 나는 담배도 피지 않고 업무 시간엔 술도 마시지 않으니. 그저 멀찌감치 언덕길에 있는 핸드드립 카페에 가서 드립 커피를 받아 오며, 맛난 커피로 마음 달래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종종 이런 날들이, 자주 찾아오고 꽤 오래 머문다. 그런 날들마다 맛깔진 안주에 술도 한 잔 하고, 지인들 틈에서 푸념하던 날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이제는 그러지 않고, 그러지 못하지만.. 어떻게든 풀고 또 내일을 맞아야겠지. 어찌보면 이 글이 조금은 그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엇도 완전히 해소는 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에. 조용히 오늘 밤의 기분을 덮는다.
모든 문제는 내려다보면 작게 보인다. 작게 내려다보는 연습을 하고, 별 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잠들어보자. 내일은 또 그 문제가 더 작아질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