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참 겉보기와 같지 않으나 속단할 필요도 없다
지금 들어간 프로젝트에 사람이 투입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렸다. 그 사이, 프로젝트를 하는지 마는지 헷갈리도록 시간이 흘러가기도 했고, 이래저래 사람도 업체도 투입되는 것이 불투명해지기도 했었다. 그러다가 결국은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상하게 초기와 비교해보니 나와의 관계가 많이 바뀐 듯 하다. 내 인식의 변화인지, 일이 굴러가는 상황 때문인지, 그냥 내가 헷갈린 건지, 원래 그런건데 몰랐던 건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제일 못 미더웠던 사람이 지금은 제일 의지하는 사람이 되었다. 회의마다 말을 한 번도 하지 않고, 듣기만 하고, 회의 후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이라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사람이 지금 무늬만 PM덕분에 졸지에 역할을 대행하게 되니 나와 서로 의지하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좋든 싫든, 잘하든 못하든. 서로 살기 위해 붙잡아야 하는 끈이 되었다.
반대로 처음에는 제일 믿음직했던 사람이 지금은 제일 답답한 사람이 되었다. 일에 제대로 투입되기 전에는 아주 빠르게 연락도 되던 분이, 연락이 되어도 뭔가의 자료를 한 번 받으려도 약속된 시간 없이 시일을 버리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 혹시 다른 프로젝트도 덜 끝난 게 있는지, 자료 작성이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등등 파악하여 눈치보는 것도 오로지 내 몫이 되었다. 중간에 끼어있는 사람만 속이 타들어간다. 시간은 가고, 약속한 분석 문서는 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으니 더욱 그렇다. 며칠의 시간을 버렸다고 생각하고 나는 그 때부터 주변에 은근하게 이 사실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 공기의 흐름을 읽은 눈치빠른 클라이언트는, 상세한 업무 현황 체크를 요청해 왔다. 나도 바라던 바! 응당 그렇게 해 드리리 약속했다. 그러나 이 분은 첫날부터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메일에 대강 적어 보낸 업무 내용은 요청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처음 미팅을 했던 날, 나보다는 한참 월등히 경력이 많은심은 외모로도 느껴졌지만. 본인의 능력치를 겸손하게나마 표현했을 때, 나는 그분에게 조금 신뢰감을 갖게 되었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은, 그런 것들과는 무관한 상황들이라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어떤 것이 문제일까? 이 분을 너무 믿고 기대한 나 자신이 문제일까.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렇게 맘에 들지 않더라도 조금조금씩 이야기를 잘 해서 무조건 끌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정해진 목표일을 향해서. 마음은 단호하게 먹고, 말은 부드럽게 하면서, 상황은 유연하게 풀어나갈 것. 다시 한 번 나에게 요구되는 점이다. 무더운 여름, 해 내야 하는 일이 어깨를 조금씩 누르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