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제 신생아 아니야

[생후 68일] 50일의 기적을 믿어요

by 제이선

50일의 기적은 존재했다. 밤낮을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필 밤 = 자는 시간, 낮 = 엄마 괴롭히는 시간으로 각인됐다는 게 한 가지 흠이긴 하지만. 2~3시간마다 깨서 밤중 수유하느라 애를 먹었는데, 이제는 6~8시간까지 잠이 늘어 기존에 비해 한 두 번은 수고가 줄었다. 처음 아이의 잠이 늘었다는 걸 발견했을 때의 충격과 감격이란! 50일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지난밤 수유 현황표를 보니 8시간이 지나 있었다. 조금씩 길어지겠거니 했는데 잠의 기적은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아이는 한 뼘 한 뼘 자라는 게 아니라 성큼성큼 자라고 있구나 싶어 한 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22:50~05:27 무려 6시간 37분을 주무셨다

50일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있다. 등 센서. 손 타니까 자꾸 안아주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을 구시대의 유물처럼 여겼다. 때가 어느 때인데 본인이 힘들어서 눕혀 키운 걸 이제와 합리화하나 싶었다. 그러나 밤낮으로 아이를 안고 서성이는 아내를 보며 이제는 나도 뭐가 정답인지 헷갈린다. 한동안은 가슴을 대고 눕히면 신기하리만치 잘 잤었다. (영유아 돌연사의 위험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보호자 예고사(?)보다는 나을 성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목 힘이 생겨 고개를 들고 버티는 바람에 그마저도 어렵게 됐다. 정말 계속 안아줘 버릇하면 누워 자는 시기가 늦어지게 되는 걸까?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아이가 남들보다 늦다고 문제가 될까? 그렇지만 부모가 힘든 육아가 정말 옳을까? 언제나 그렇듯 육아의 정답은 없다. 정답 없는 시험지를 붙들고 빼곡하게 답이라도 쓰면 부분 점수라도 받을까 싶어 열심히 열심히 할 뿐이다.

아빠 젖살 잡는 거 아니야

100일의 기적까지 이제 한 달. 다음 선물은 무엇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등을 대고 잘 수 있을까? 나를 보고 웃어 줄까? 세월이 갈수록 나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늘어나는 반면 아이는 할 줄 아는 것들이 늘어가는 게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등만 대면 잠이 드는 아빠와 등만 대면 깨는 아들, 웃음을 잃어버린 아빠와 아직 웃을 줄 모르는 아들. 닮은 듯 다른 부자의 동거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힘들지만 행복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