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윅스는 처음이라

[생후3주] 꼭 그렇게 더 먹어야만...

by 제이선
"저 새X 저거 뭐 문제 있는 거 아이가?"


공교롭게도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어찌나 그런 말을 많이 들었던지 머리가 굵어지기 전까지는 나 스스로도 문제가 있다고 굳게 믿었다. 윗 형제들보다 발달이 다소 늦거나 어설픈 막내를 아버지는 나름의 방식으로 걱정하셨고, 기억에 따르면 어머니는 그 물음에 늘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공부를 잘하거나 운동을 잘하거나 하물며 싸움질이라도 잘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아들은 공부는커녕 오늘 숙제가 뭔지도 몰랐고, 체육 시간이 되면 공을 피해 도망 다니거나 운동장 스탠드에 앉아 열외 하기 일쑤였으며, 어디서 돈 뺏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다행히 지금은 누구보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가슴 한 켠에는 비정상이라는 콤플렉스가 채 아물지 않은 모양인지 가끔 엉뚱한 데서 터지곤 한다.


아이 몸무게가 4kg이 되었고, 우연의 일치인지 나는 4kg가 줄었다. 내 살을 깎아 아이를 살 찌운다는 말이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문제는 하루가 다르게 울음이 많아지고, 수유 텀이 짧아졌다. 우는 아이에게 분유를 먹여 눕혀 놓으면 금세 깨서는 또 목이 쉬어라 울어대는 통에 다시 수유하는 일이 반복됐다. 정량에 2~3시간 수유 텀을 지키랬는데 우리 아이는 왜 1시간도 못 견뎌할까? 다른 집 애들하고는 달리 참을성이 없는 걸까? 타고나길 식탐이 많은 걸까? 누가 보면 며칠 굶긴 것 같은데 실상은 몇 분 전에 먹였던 터라 열심히 먹이는 사람으로서 괜스레 억울하다. 젖병을 물리면 정말 거지처럼 달려든다. 덕분에 인간도 짐승의 한 종이라는 상식을 다시 한번 자각한다.

추노꾼 대길이처럼 먹는 내 아들


상황이 반복되자 슬슬 짜증이 솟구쳤다. 나도 모르게 아내에게 쏘아 물었다.

"쟤 뭐 문제 있는 거 아냐?"


말을 내뱉고는 아차 싶었다. 그렇게 듣기 싫던 말을 나 또한 하고 말았다. 고작 많이 먹고 많이 운다는 이유로. 걱정 반 미안함 반으로 유튜브를 찾아보니 원더윅스가 2~3주에도 한번 찾아온다고 한다. 원더윅스(Wonder weeks)는 아기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시기를 가리키는 말로, 육아의 입장에서는 더 많이 울고 보채는 과정에서 부모를 가장 힘들게 하는 때를 말한다. 평소보다 많이 먹고, 잠을 덜 자고, 많이 운다는데 아이의 증상과 정말 똑같았다. 급성장기에 보이는 보편적인 증상이고,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정말 잘 크고 있다는 방증이란다.

이제 막 단잠에 든 아이에게 자못 미안하다.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된다는데, 잘 자라고 있는 아이를 두고 아빠는 괜한 걱정을 했다. 솔직히 걱정도 아니었다. 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속셈이었다. 아이가 계속 우는 게 초보 아빠인 내 탓이 아니라 아기 자체의 문제라고 합리화해버리면 마음이 편했다. 내 마음 편하자고 아이를 비정상 취급한 꼴이다.


글을 쓰는 중에도 아이는 또다시 세상 떠나갈 듯 울기 시작한다. 희한한 게 아까와는 달리 짜증스럽지 않다. 달라진 건 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바라보는 나뿐이다. 이맘때 아이가 많이 울고, 또 많이 먹는 게 정상이라는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쓸어내린 모양이다. 무던히도 정상에 집착하는 아빠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 것인가?

그때 누군가 아버지에게 괜찮다고, 다 그런 거라고 한마디만 해줬다면, 아버지도 나도 더 클 수 있었을까? 어쩌면 부모 마음은 원더윅스(Wonder weeks)에 그칠 것이 아니라 원더라이프(Wonder life)여도 좋지 않을까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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