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아비일기2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이선 Jan 18. 2021

날 닮은 너의 뒤통수

[195일] 우는 놈, 웃는 놈, 자는 놈

 방금도 너는 뒤통수를 보인 채 꺼이꺼이 울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닥을 짚고 엉덩이를 들썩거릴 때만 해도 나는 네가 이번에는 성공하려나 싶었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한 치도 나아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다리만 동동 구르더니 결국 울음이 터졌다. 처음에는 으레 그 억울한 표정을 짓다가 갑자기 감정에 북받쳤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오열을 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너를 더는 볼 수 없어 강아지 들듯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 들어 올렸다. 눈가에는 눈물이 또르르 흘렀다. 뭐가 그렇게 서글픈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지, 마음대로 일이 되지 않아 제대로 뿔이 난 너의 성격 때문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축축한 너의 뒤통수를 받쳐 들고 공갈을 입에 물려 한 두 번 좌우로 흔들어주니 너는 촉촉이 젖은 눈을 감았다. 곧 다시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생글생글 웃으며 뒤집겠지. 울다가, 웃다가, 자다가 다시 울다가 웃다가 다시 자다가.

왜 그러고 자는 거니?


 책에서 보니 네 월령에는 원래 참을성이 없고 짜증이 많대서 아빠는 오히려 안심이 된다. 뒤통수마저 날 닮은 네가 혹시나 제 멋대로인 성격까지 닮아 온 생을 화만 내며 살지는 않을지 그게 내심 불안했다.


 며칠 전 대학병원  의사 말이 네가 기려는 의지가 없고 오히려 일어서려고 몸을 쓴다더라. 그러면서 발달이라는 게 꼭 순서대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발달 과정을 먼저 해버리면 그뿐이란다. 듣다 보니 지금 빠르고 느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라. 조금 느리더라도 제대로 클 수 있기만 하다면야.


 온 힘을 다해 받치고 있는 팔을 좀 굽히면 쉬울 텐데 너는 뭐가 그리 겁이 나는지 바들바들 떨면서도 팔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한참을 그러다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서럽게 우는 너를 보면 우습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다. 누가 하라고 윽박지른 것도 아니고, 시험을 보는 것도 아닌데 너는 왜 그리 열심히인 거니? 아직 실패를 모를 나이라 그런 건지, 열정이 아직 뜯지도 않은 신품이라 그런 건지. 사실 아빠는 이제 성공보다 실패가 더 익숙하고, 열정도 안테나 한 칸 남짓 있거든. 그래서 매번 네 뺨에 얼굴을 비비는 거야. 휴대폰처럼 아빠도 충전하는 거야.

앙다문 입술과 고사리같은 손


매거진의 이전글 그랜드 피아노 같은 아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