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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Han Jun 07. 2020

클레이(KLAY)는 왜 필요한 것일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의 플랫폼 토큰의 존재이유와 가치

오래 시간 공들여 온 클립(Klip)이 지난 주 드디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고, 예상보다 큰 관심과 응원에 흥분됬던 한주였습니다. 클립을 기획하면서 제일 고민했던 이슈는 "과연 일반 사용자들에게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인식시킬 것이냐"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장 경계했던 것이 토큰의 시세차익만 관심을 가지고 클립 서비스보다 클레이(KLAY)가 부각되는 것이었습니다. 클립의 근본적인 목표는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발행/유통하고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클립을 통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클레이는 클립에 담기는 디지털 자산의 한 종류이지 클립의 전부가 아닙니다. 앞으로 선보일 클립의 혁신적인 시도들에 관심을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클레이는 무엇일까요? 클레이는 클립의 기반이 되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Klaytn)의 플랫폼 토큰입니다. 플랫폼 토큰은 플랫폼 운영 보상과 트랜잭션 수수료를 처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설계되었지만, 이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토큰의 가치는 플랫폼이 담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로 결정되는데 이것은 결국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사업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로 귀결될 것입니다. 저희가 집중할 일은 클레이튼 위에서 성공적인 사업들이 쏟아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거래소에서의 클레이 가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겠습니다. 딱 1년 전에 멤버들에게 보냈던 메일에 플랫폼 토큰의 존재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긴 글이지만 저의 관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CEO Letter - 2019.06.10] 

오늘은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플랫폼 토큰/코인의 역할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플랫폼 관점의 논의는 많이 했지만, 토큰(KLAY) 관점에서는 부족했던 것 같아, 저의 생각과 이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퍼블릭 블록체인의 플랫폼 토큰의 역할


클레이튼은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고, 따라서 기본적으로 플랫폼 토큰을 기저에 깔고 있습니다. (물론 퍼블릭 블록체인이라고 반드시 토큰이 있어야 하냐면 그건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우리는 일반적인 선택을 한 것이구요) KLAY가 플랫폼 토큰으로서 작동합니다.


자, 플랫폼 토큰이 왜 필요할까요? 플랫폼 토큰의 시조격이라고 할 수 있는 이더리움에서의 ETH의 역할에 대해 살펴 보도록 하죠. 1) 트랜잭션 수수료를 지불하는 수단, 2) 이더리움 네트워크가 탈중앙화 방식으로 구성될 수 있도록 이더리움 노드들이 참여할 수 있는 리워드 역할(마이닝 리워드), 3) 이더리움 개발을 위한 초기 펀딩의 수단, 4) 이더리움 기반의 Dapp 프로젝트들의 펀딩(ICO) 수단. 여기서 1,2,3번은 이더리움 플랫폼 본연의 목적이고, 4번은 어쩌다보니 파생된 역할이라고 봅니다. ETH의 저변이 넓어지면, 이더리움 플랫폼과 상관없이 금융 자산으로서의 지위를 가질 수도 있겠죠. 현재 비트코인이 그 길을 가고 있고, 어쩌면 ETH가 그 다음 주자가 되겠죠.


그럼 1,2,3번 역할은 꼭 토큰이어야 가능한 것일까요? 법정화폐로 불가능한걸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굉장히 어려워져서 그렇죠. 하나씩 법정화폐로 할 경우 어떻게 될지 볼까요?

1) 수수료를 법정화폐로 지불하려면? 은행이나 카드사와 연동해서 월 결제하도록 하면 되겠죠. 기존 결제 시스템으로는 트랜잭션 건별 결제하는건 수수료나 처리 속도 등에서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마이크로페이먼트 지원이 안되죠) 만약 저의 한달 수수료가 $10 나왔고, 월말에 결제가 되었다 칩시다. 이걸 받아가는 주체는 누구죠? 이더리움 재단이 받는게 아닙니다. 트랜잭션이 포함된 블록을 생성해낸 마이너들이 받아가야 합니다. 만약 트랜잭션이 200개였다면 다 추적해서 각 마이너들에(최대 200개 마이너) 해당하는 수수료만큼 보내야 합니다. 그런데 다시 문제는 그들이 여러 나라에 걸쳐져 있다는거죠. 외환 결제내지는 송금입니다. 답이 없습니다. 이더리움의 트랜잭션 수수료 지불은 그 자체로 이미 글로벌 스케일의 마이크로페이먼트를 구현한 것입니다. 토큰이 아니면 정말 어려운 이슈지요.


2) 마이너들의 리워드를 법정화폐로 지불한다면? 현재 (2019년6월9일 기준) 블록당 마이닝 보상은 $539.87 USD 정도네요. 이게 15초마다 지급이 되어야 하는거니까, 기존 결제로도 할만하겠네요. 그런데, 누가 보내죠? 아시겠지만 마이닝이라는 것은 블록 생성을 성공한 노드가 스스로 Minting(발행)하는 겁니다. 어디 돈을 쌓아두고 주는게 아닌거죠. 만약 그럴 수 있다면 법정화폐로 마이닝 보상을 지불하는게 가능하겠죠. 하지만 블록체인의 개념에서는 전혀 가능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3) 초기 펀딩을 법정화폐로 한다? 이게 가장 현실적이긴 하죠. 어차피 ETH로 받은 것도 여러 현실적인 비용을 처리하기 위해 법정화폐로 바꿨을테니까요. 하지만, 법정화폐로 펀딩을 받는다고 하면 그건 말그대로 펀딩입니다. Equity Funding의 형식이 될테고, 일반적인 VC 투자와 같은 과정을 거치겠죠. 시드 투자 받았을테고, 아마 수십억원 정도 받지 않았을까 예상되네요. (이더리움 ICO 모금액은 $18M 입니다. 200억원쯤 되죠.) 그리고 지금 같은 시장 가치를 얻는건 거의 힘들었을테고, 아마도 지금 시리즈 B 정도 유치하느라 고생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이렇게 지분 투자를 받으려면 결국 법인의 형태이어서 주주라는 구성이 있고, 이더리움 제품의 소유권 개념이 생겨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더리움 재단이 분산화된 구조로 운영할 수 없습니다. 이더리움의 EXIT도 고민해야 할 것이구요. 이더리움이 추구하는 철학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거죠.


제가 이렇게 길게 굳이 법정화폐로 블록체인 플랫폼을 가정해 본 것은 그만큼 기존 시스템과는 철학이나 원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에 아직 언급하지 않은 토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토큰은 기본적으로 가치가 변동합니다. 즉, 자산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참여의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보상을 현금으로 하면 그걸로 인센티브는 끝입니다. 다음 인센티브가 없으면 더 이상 동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보상이 토큰이면, 토큰 가치의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하락도 가능하구요) 따라서 추가적인 인센티브가 없더라도 자신의 토큰 가치를 견인하기 위해 기여를 할 인센티브가 있는 것이죠. 이게 잘 작동하면 토큰 홀더들이 액티브한 참여자가 되어 플랫폼 대신 여러 가지 일을 해 주는 것이죠. 궁극적으로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휘되어 플랫폼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겁니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은 그 메커니즘이 작동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ICO는 이런 목적을 위해서 기획된 것입니다. ICO가 개념적으로는 말이 되는게, 초기 프로젝트들의 가장 큰 문제인 Cold Start, 즉 사용자가 없는 것을 토큰 세일에 참여시킴으로써 그들을 이해당사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자본도 투자하다보니 누구보다 적극적인 조력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죠. ICO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프로젝트에 관심있다기 보다는 시세 차익을 많이 낼 것 같은 프로젝트에 몰려 들어 단기 수익을 노리는 투기의 판으로 변질된 것이죠. 즉, 실제 사용자가 토큰 홀더가 되어야 하는데, 투자자들이 토큰 홀더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상장되면 시세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바로 던져 버리는거죠.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토큰은 현재 시스템에서 어떤 것과도 비슷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게 없습니다. 포인트나 마일리지도 아니고, 그렇다고 화폐도 아닙니다. 그러면 주식 같은 자산일까요? 그것도 아니거든요. 어쩌면 이런 기능들이 조금씩 다 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규제기관들이 고민하는거죠. 그러면서 앞에 얘기드린 것처럼 토큰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1) 마이크로페이먼트, 2) 국경을 초월한 송금/결제, 3) 지속적이고 유연한 인센티브, 4) 프로그램에 의한 알고리즘적인 처리, 5) 탈중앙화된 운용. 기존 금융이나 서비스에서는 꿈꾸지 못했던 강점들입니다. 이런게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을까요? 결정적인 이유는 기존 금융 시스템을 타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기존 금융의 잣대로는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충돌이 계속 되는 것이구요.


현재(2019년6월9일 기준) 이더리움의 시총은 250억 달러입니다. 27조원쯤 되는건데, 이게 왜 27조원의 가치냐는거죠. 아마도 기존 금융의 잣대에서 이게 가장 논쟁거리일 것입니다. 이더리움은 처음에 Genesis Block 생성하며 7200만개 정도 ETH를 발행했습니다. 현재(2019년6월9일 기준)는 마이닝에 의해 추가 발행되어 총 1억개를 살짝 넘었습니다. 결국 1억개의 ETH가 27조원의 가치라는 것인데, 도대체 ETH가 어떤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고 개당 $240나 하면서 27조원을 형성하느냐는 것이죠. 토큰을 상품으로 보고 본질적인 가치를 묻는다면 끝나지 않는 논쟁이 될거고 오히려 이더리움이라는 플랫폼/네트워크가 하나의 제품으로서 27조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다고 보는게 더 합리적일 것 같습니다. 그러면 현재(2019년6월9일 기준) 유니콘 중에는 SpaceX와 유사한 정도의 가치네요. 현재 이더리움이 만들어내고 있는 임팩트를 봤을 때는 영 터무니없는 시장 가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시총에 대해 버블 꼈다고 말이 많은 우버도 80조원 가량 되네요. 도대체 여긴 왜 80조원이 되어야 하는거죠? 우버가 만들어내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되는 시총입니다. 


결국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토큰을 하나하나 떼어내서 그 가치를 묻는 것은 의미없다는 것입니다. 토큰은 개별적으로는 존재 의미가 없습니다. 플랫폼과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사회경제적인 가치를 담아내는 것이 토큰이고, 결국 토큰의 가치를 논할 때는 플랫폼과 그 플랫폼이 구성한 네트워크의 가치를 얘기하는게 맞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아직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시장 가치를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 가치에 전체 토큰 개수를 곱한 값으로 통상적으로 얘기하는거죠. 그런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토큰의 시장가가 과연 플랫폼과 네트워크의 가치를 온전히 담아낼까요? 지금처럼 모든 토큰/코인이 동조화되서 가격이 형성되는 시장에서 말이죠. 우리에게 필요한건 오히려 플랫폼/네트워크가 자신의 시장 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이 있고 이걸 통해 거래소에서의 토큰 가격 기준을 제시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가능해 지면 많은 부분이 바뀌지 않을까 싶은데 참 어려운 주제네요.


결론적으로 플랫폼 토큰은 퍼블릭 블록체인의 여러 기능을 유연하게 담아내기 위해 필연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국경을 넘어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트랜잭션을 처리하기 위한 매개체의 기능이 기본이고, 플랫폼의 이해당사자들이 단일의 주체에 의한 통제없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면서 플랫폼을 발전시켜 가도록 이끄는 인센티브로서 작용합니다. 이들이 잘 작동하려면 트랜잭션 수수료 체계, 토큰 이코노미, 거버넌스가 어떻게 잘 설계되고 운영되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토큰의 가치는 플랫폼이 담고 있는 사회경제적인 가치가 얼마나 되느냐로 결정되는데 이것은 결국 플랫폼에서 어느 정도 규모의 사업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느냐로 귀결될 것입니다. 플랫폼이 아무리 훌륭한들 그 위에서 토이 프로그램들만 수두룩하게 운영된다면 사업적 가치는 제로이고 결국은 무용한 플랫폼으로서 토큰의 가치 역시 제로로 수렴하는게 맞겠지요.


이런 논리 흐름에서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이, 거래소에서의 토큰 가치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영향을 받지 않기는 어렵겠지만 너무 일희일비해서 소탐대실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결국 플랫폼이 진정한 사업적인 가치를 만들어내면 결국 토큰 가치는 올라갈 것입니다. 우리가 해 내야 할 것은 클레이튼 위에서 성공적인 사업들이 쏟아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궁극적인 플랫폼의 가치이자 토큰의 가치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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