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에서 NFT 사업에 진출하겠다면서 포토카드를 NFT로 발행하는 사례를 얘기했습니다. 그것을 봤을 때 NFT 사업에 대한 고민이 깊지 않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우리가 가진 것을 어떻게 NFT로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객은 왜 NFT를 구매해야 하느냐?”입니다.
NFT가 핫해지면서 웬만한 회사/기관들이 모두 NFT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거 같습니다. 특히 IP를 보유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 입장에선 NFT는 놓칠 수 없는 핵심 기술로 인식되고 있죠. 그래서 다들 어떻게 NFT로 만드냐, 어떤 것을 NFT로 만들면 좋으냐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NFT 만들어 내는건 어렵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것도 다 NFT로 발행할 수 있습니다. 진정 어려운 것은 고객이 NFT를 사야할 이유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라운드X는 작년에 NFT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NFT를 발행해 봤습니다. 그 중에 연예인 포토카드도 있습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의 NFT를 국내외 팬들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발행해 봤죠. 팬들은 그 어려운 크립토 지갑까지 깔아가면서 NFT를 받아가더군요. 하지만, 팬들에겐 NFT가 별 의미가 없었습니다. 포토카드의 유일성을 보장해 준다고 얘기를 해도 왜 유일해야 하는 것인지, 캡쳐해서 친구한테 보내주면 되는거 아닌지 등 일반 사용자에게 나올법한 질문들을 하더군요. 포토카드 자체를 NFT로 바꾼다고 의미가 생기는건 아니었습니다. 또한, 유일성을 보장한다고 한들 의미가 더해 지는 것도 아니었죠.
포토카드 이외에도 그라운드X는 증명서, 교환권, 쿠폰, 상품권 등 다양한 영역의 NFT를 발행해 보았습니다.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던 사업을 NFT화한 것이죠. 작년 우리의 목표는 일반 대중 대상으로 어려운 개념을 몰라도 이해할 수 있는 NFT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실생활 NFT라고 불렀죠. 크립토 유저들에게 익숙한 디지털 아트나 컬렉터블과 대비된 개념이었죠.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런 실험들이 의미가 없는건 아니었지만 시장을 흔들만한 반응을 만들어내진 못했죠. 왜 그랬을까요? NFT만 적용했을뿐 서비스가 달라진건 없었죠. 쿠폰은 역시나 쿠폰이었고, 상품권은 여전히 상품권이었습니다. NFT가 가지는 본질적인 의미를 파악하고 서비스의 화학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죠.
그러다 올해 초 디지털 아트 시장이 폭발적인 성과를 보여주면서 NFT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GX도 작년의 실험을 접어두고 클립드롭스를 런칭하며 NFT 기반의 디지털 아트 시장에 본격 진출했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디지털 아트는 작년에 시도했던 실생활 NFT와 뭐가 다른걸까요? 바로 자산의 성격을 가진다는 것입니다. 가치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이구요.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중요한 차이입니다. NFT는 가치가 변동하는 디지털 자산을 구현할때 제 역할을 합니다. 그러면 근본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왜 고객이 디지털 자산을 구매하는가? 디지털 자산은 이제 시작된 자산군이라 명확한 답을 얻으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겁니다. 자산이므로 투자 때문에 구매할 수 있겠죠. 디지털 플렉스도 중요한 목적 중 하나입니다. 트위터 프로필 사진으로 크립토펑크를 달수 있는건 엄청난 자기 과시가 되겠죠. 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를 후원하고 응원하기 위해 NFT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겠죠. 혹은 정말 작품 자체가 취향에 맞아서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NFT 시장에서는 이런 구매 동기들이 혼재되어 있고, 모든 동기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매동기들의 기저에 깔려있는 새로운 개념이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이게 크립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완전히 간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NFT 구매를 발행자와 구매자의 일방적인 상거래 행위로만 인식하는거죠. 사실은 NFT를 발행하는 사람과 구매하는 사람이 형성하는 커뮤니티라는 존재를 모르는 것입니다. 제 생각으로 현재 NFT가 작동하는 이유는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크립토펑크와 같은 프로필 사진 NFT(PFP NFT)의 경우 크립토펑크를 인정하고 서로 플렉스하는 크립토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크립토펑크의 아류작이 쏟아져 나오면서 크립토펑크는 NFT계의 비트코인과 같은 존재가 된거죠. 크립토 커뮤니티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허접한 픽셀쪼가리를 몇십억원씩 주고 산다면서 혀를 내두르는 것입니다. 디지털 아트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이미 국내 NFT 작가들은 강력한 커뮤니티로 묶여있습니다. 어떤 작가가 처음으로 NFT 작품을 발행하면 컬렉터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구매해 줍니다. 그러면서 서로 축하해 주며 환호합니다. 컬렉터도 예전의 컬렉터가 아닙니다. 서로 소통하고, 정보 교환하고, 액티브하게 작가를 홍보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작가 커뮤니티, 컬렉터 커뮤니티가 많아지고, 둘은 구분없이 하나의 커뮤니티로 섞일겁니다.
커뮤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에 플렉스도 작동하는 것이고, 후원의 농도도 짙어지는 것이고, 투자 자산으로서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자, 엔터 업계에서 NFT를 발행한다고 할 때 커뮤니티의 대상은 누가될까요? 바로 팬들입니다. 이미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죠. 하지만 팬 커뮤니티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그 나름의 문법이 작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게 현재 NFT 커뮤니티가 작동하는 방식과 다를 수 밖에 없고, 따라서 팬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NFT를 발행한다고 NFT의 효과가 발생할지 의문인 것입니다. 그러면 NFT를 준비하는 곳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죠?
NFT는 기술 표준입니다. 웹 시대의 HTML과 같은거죠. 그나마도 아직은 미성숙한 기술입니다. NFT 자체에 너무 현혹되지 말고 기저에 깔려 있는 본질을 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NFT로 인해 의미가 생기는 디지털 자산은 무엇이고,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며(왜 고객이 구매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기저에서 동작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의미있는 NFT를 창조하는 방법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