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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l 07. 2018

11화. 인생은 연기다.

프레젠테이션 편, 연설을  디자인하자

Life is a tragedy when seen in close-up, but a comedy in long-shot..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처럼 삶을 잘 표현한 말도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야유를 받던 어머니를 대신해 다섯 살의 나이에 첫 무대에 올라 지팡이와 콧수염으로 대변되는 그의 캐릭터로 <시티 라이트, City Lights>, <모던타임스, Modern Times>,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등을 통해 오랜 기간 사랑받았던 그가 멀리서 보면 희극 같은 인생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비극이라는 말을 남긴 것은 어쩌면 삶을 바라보는 주관과 객관적 시각 차이를 이야기한 것일 수도 있고, 삶의 사이클을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의 삶이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크리스마스에 끝난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프레젠테이션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요?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MBC 상암동 본사 건물과 마주 보고 있는 서울시의 한 건물에 위치한 관세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에 입찰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들어가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남대표님, 프레젠테이션 자료 준비해서 오늘 하루 저와 오전, 오후, 저녁 이렇게 세 번을 만나요. 첫 미팅에서는 전체 내용을 제게 브리핑해 주시면 되고, 두 번째 미팅에서는 발표 방법에 대해 수정을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리허설을 진행합니다." 이 방식은 내가 방송을 준비할 때 하는 방법이기도 하고, 연설문 등을 감수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하며 관세사 자격증을 따고 현업을 거쳐 일찍 개인 관세법인을 세운 남대표는 10여 명의 관세사를 포함해 20여 명의 직원을 둔 젊고 유능한 CEO이다. 사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관세사라고 하는 직업을 잘 알지 못했기에 그를 통해 듣는 관세사들의 세계 또한 흥미롭기도 했다.


그날 남대표를 비롯해 발표를 담당한 관세사와 함께 발표 준비를 하던 중 발표 내용이 너무 수평적이고 평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쟁입찰에서 남대표의 회사가 가진 큰 장점은 이 큰 스포츠 브랜드를 맡을 만큼 규모있는 회사이고, 물량이 미국 본사와 오고 가는 것을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이 세 가지를 풀어볼 때 입찰 가격은 차치하고, 규모있는 회사라는 점과 전문성을 강조하는데 더해 신뢰를 주는 것이 필요했다. 이는 내가 스피치에서 강조하는 부분 중 하나인 '첫인상'만들기로 약간의 스토리텔링이 필요했다.


발표순서

"남대표님, 프레젠테이션을 하실 때는 어디서 들어올지, 누구를 바라볼지, 지금과 같이 다음 사람에게 순서를 넘길 때는 어떻게 그 사람을 소개할지 구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표이사가 자신 있게 소개하는 사람이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해 주세요. 그래야 상대가 더 신뢰하게 됩니다. 이런 걸 일종의 연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많이 안 해보셔서 쑥스럽겠지만, 자기의 역할을 플레이(Play)한다고 생각하셔야 좋은 결과가 있습니다." 내가 그날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프레젠테이션 순서를 디자인하는 것과 발표자들의 연기였다.


얼마 전 '꽃보다 할배'와 우리 세대에게는 대발이 아버지로 유명한 탤런트 이순재 씨가 후배들에게 오디션을 선보이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 안에서 이순재 씨는 '연기자(배우)에게 분장(메이크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분장(메어크업)이란 나를 버린다는 것이다. 내 몸을 이용해 새로운 인물을 계속해 만들어가는 것이지 내가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면 단순히 배우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무대의 범위를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공간, 강단, 연단 등으로 넓혀 본다면, 그곳에 올라가는 누구나 배우가 되어야 하며, 굳이 분장을 하지 않아도 자신은 무대 뒤로 두고 그곳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역할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되어야 한다. (유튜브 링크 공유 : https://youtu.be/Mj-mNJeEIq4 )


가끔 자신의 끼로만 방송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무대 위에서 앵커, 퀴즈프로그램 진행자, 쇼프로그램 진행자,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진행자 등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이 다름에도 그에 걸맞은 준비가 없이 올라가 역할보다 자신을 앞세우다 보면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치고, 스스로에게도 큰 발전을 가져올 수 없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나는 프리랜서로 전향한 많은 후배들보다 전현무 씨의 성공을 더 응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석에서 몇 번 본 그는 술도 잘 못하고, 심지어 다소 내성적으로 보이기까지 했지만, 앵글에 잡힌 그는 늘 그 역할을 잘 준비하고 디자인한다. 그리고 그 역할에 인간 전현무를 내려놓고 최선을 다한다. 특히 그가 진행하는 '히든싱어'는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선배님 어떻게 계단을 내려오면서 카메라를 보고 멘트를 하실 수 있죠?" 평소 내가 진행하는 '닥터스'라는 프로그램을 자주 모니터 하던 후배가 날카로운 질문을 해 왔다. 당시 닥터스는 신촌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오프닝을 찍고, 클로징은 주로 병원 뒤편 높은 계단을 내려오며 진행했었다. 남들 눈에는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계단을 내려오는 동작과 10줄이 넘는 의학용어로 이루어진 대사를 자연스럽게 섞기까지 나로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많은 촬영 장비에 인근을 오가는 시선들로 인해 NG를 많이 내지 않고 끝내야 하는 부담도 분명 존재했다. 그렇다 보니 촬영 장비가 설치될 때는 권투 선수가 쉐도우 복싱을 하듯 동선을 꼼꼼하게 살피고 머릿속에서 동작 하나하나를 반복해 마음으로 의학 전문가라는 역할을 연기할 준비를 마쳤던 것이다.



자신이 발표를 하기 위해 올라가는 자리는 무대다.

무대는 잘 디자인되어야 하며, 그 무대에 올라가는 자신은 곧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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