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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l 19. 2018

17화. 에스토니아를 아시나요?

Visual Thinking 편, 2_융합적 사고

"코딩이 교육으로 잘 자리 잡은 나라가 혹시 어디인지 아세요?" 개인적인 자문을 맡고 있는 '코딩 프로그램'회사와 앞으로의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해 논의하던 중 평소 눈여겨보고 있던 '에스토니아'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바로 에스토니아입니다. 영상통화를 할 수 있는 앱으로 유명한 스카이프(Skype) 역시 에스토니아에서 만들었어요."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하고 코딩 교육을 시작하려던 사람들과 나는 그렇게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을 찾아 이야기로만 듣던 조기 코딩 교육에 대해 직접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에스토니아 정부로 부터 발급받은 전자시민증

에스토니아(Estonia)는 1991년 소비에트 연방 공화국에서 독립한 나라로 라트비아(Latvia), 리투아니아(Lithuania)와 더불어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인구 120여만 명의 작은 나라다. 그렇다 보니 인접한 핀란드와 더불어 젊은 사람들은 먹거리를 게임 개발이나 앱 개발과 같은 ICT 분야에서 찾게 되었고, 어린 나이부터 코딩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이다. 특히 에스토니아는 적은 인구수로 인해 세계 어느 곳에 살든 일정한 자격요건만 갖추면 전자 시민권을 발행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를 가지고 있는데, 이 전자 시민권만 있으면 실거주지가 어디든 인터넷 망을 통해 에스토니아에 은행계좌를 개설하고 회사 설립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자 시민권을 이용해 에스토니아에 둥지를 트는 스타트업들이 제법 생겨나고 있다.


탈린에 위치한 한 공립학교에서 게임을 이용한 코딩교육 중

그런데, 이들이 집중하고 있는 그 코딩(Coding)의 정체가 무엇일까?  코딩의 사전적 의미는 알고리즘을 컴퓨터가 알 수 있는 언어로 입력해주는 것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동굴 속에 갇혀 있던 토니 스타크가 마크 1이라는 슈트를 입으며, 같이 갇혀있던 동료 잉센에게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하도록 하는데, 이는 미리 슈트를 움직이게 하는 프로그램을 코딩해 놓고 슈트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작업이었다. 즉 코딩은 일정한 조건에 따라 움직이는 알고리즘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은 나라 에스토니아에서는 논리적 사고를 위해 어린 나이부터 알고리즘에 익숙하도록 코딩 교육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스피치를 위해 이미지화가 도움이 되나요?

시각적 사고란 어떻게 하는 걸까요?



뜬금없이 스피치를 이야기하다 코딩이란 것을 이야기한 이유는 2014년부터 조금씩 교육 속에 파고들고 있는 시각적 사고에 기반을 둔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앞서 16화를 통해, 긴 이야기를 순서에 맞춰 주요 단어 또는 메시지로 연결하자는 이야기를 한 바 있는데, 그 선상에서 이제는 이미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미지화는 어쩌면 향후 스피치 교육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생생하게 경험을 한 이야기였고, 경험은 육감을 통해 전달되는 것들의 이미지 집합체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1927년 작 <질투>

바우하우스(Bauhaus) 교수이자 미국의 뉴 바우하우스(New Bauhaus) 창립멤버이기도 한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nagy, 헝가리 1895 ~ 1946)'는 '미래의 문맹자는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이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시각화라는 큰 주제 안에서 많은 실험적 작품 활동을 했던 그가 남긴 이 말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는 인간 뇌가 가장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로 바꿀 수 있으며, 이 이미지를 통해 다시 자신의 언어로 전달하면서 새로운 창작의 영역이 열릴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의 글쓰기>로 유명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 출신 강원국 작가는 신간 <강원국의 글쓰기>라는 책에서 창의성을 글 쓰는 사람들의 핵심역량으로 꼽으며 그 방법으로 첫 번째 '융합'을 제시했다. 특히 이 '융합'을 설명하며 가져온 개념이 헝가리 철학자 아서 쾨슬러(Arthur Loestler)가 이야기 한 '이연 현상'이라는 것인데, 서로 직접 관련이 없는 두 가지 사실이나 아이디어를 하나의 아이디어로 통합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대학 4학년 시절 처음 들어갔던 직장이었던 통신회사에서 내가 처음 배운 것은 오라클사의 SQL이라고 하는 데이터베이스(Database)를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다. SQL은 데이터를 가져오는 Select  from 절과 조건을 주는 Where  and 절로 이루어져 있는데, 예를 들어 '한준호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 중 MBC에서 익힌 '스피치'의 경험과 통신회사에서 익힌 '코딩'이라는 두 개념을 섞어 스피치를 잘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을 하자.'라는 명령어를 짠다면 'Select 스피치, 코딩 from 한준호 머리  where 코딩의 알고리즘 개념을 스피치에 적용 and  스피치 잘하는 법' 정도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이게 강원국 작가의 책에 설명된 '이연 현상'을 코딩의 개념을 통해 설명한 것이 된다.

이러한 융합적 사고는 결국 비주얼 싱킹을 위한 기초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융합적 사고를 통해 이미지화시키고자 하는 정보들을 단순화시키고, 이를 한 페이지의 그림 또는 이미지로 기억을 시키는 것이다. 바로 이 이미지들이 스피치의 좋은 소재이자, 수집된 이미지를 '구상한 흐름 (레토릭)'에 따라 나열하고 설명하는 것이 스피치의 기본 틀이 되는 것이다.



(Tip. 스피치 준비하기)

스피치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치는데, 먼저 주제 설정이다. 주제 설정에 있어서는 제시되는 주제에 이끌려 다니지 않게 주제의 범위를 최대한 조율해 명확한 형태로 좁혀야 한다. 스피치는 글쓰기와 달라서, 주제가 포괄적이면 대중이나 청중의 설득이 어려워진다. 또한 제한된 시간 내 정확한 전달을 이루기 어렵게 된다. 명확한 주제가 정해지면, 자신의 경험에 토대해 객관적인 데이터 및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이때 각각의 정보를 세 가지 정도의 핵심 단어를 중심으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세 번째는 자신만의 레토릭을 설정하는 것이다. 레토릭과 관련해서는 '10화. Speech Accelerator'에서 다뤘듯이 대중에게 다가가기(재현), 메시지 전달하기(상징), 메시지 확인하기(반복)와 같이 공감을 이끌 수 있는 방식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이후 레토릭에 맞춰 준비된 이미지를 큐카드나 프레젠테이션 자료에 나열하면 여러분만의 멋진 스피치가 준비된 것이다.



우리는 경험을 이미지화하고, 경험된 이미지는 스피치의 좋은 소재로 사용된다.

그리고 이 기억된 이미지를 나열해 스피치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의 사례, 도식화]

개인적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메모를 즐겨하는데, 그중에서도 표현의 도식화를 통한 메모는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하지 않아도 내용을 하나의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그 표현 기법으로 수학에서의 순서도를 응용하고 있다. 옆의 메모는 중국의 Coocaa TV라는 회사와 MBC 자회사(SMC) 간 상호 교차 투자를 통한 지분교환과 JV(Joint Venture) 설립에 대한 논의 내용을 회의 중 도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러한 정리 방법들도 일종의 비주얼 싱킹(Visual Thinking)으로 표현방법이 익숙해지면 몇 페이지짜리 보고서보다 이해와 숙지가 빨라진다.


물론 이러한 도식화는 대학을 졸업하고 통신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알고리즘을 설계해 봤던 경험이 바탕이 되고는 있지만, 방벚이 어렵지 않아 표현의 방식으로 권해보고 싶다. 여기에는 특별한 이론이 존재하진 않지만, 개인적인 방법으로 우선 실선과 점선의 위주의 활용 방법을 제시하고 싶다. 정의내리자면, 실선영향을 주는 것으로 점선영향을 받는 것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좌우 화살표는 서로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경험들은 개인의 머릿속 DB(Database)채워주고(영향을 주고),  새로운 문제들이나 질문들에 대답을 해야 할 경우 융복합적 사고를 통해 이를 해결(영향을 주는 것)한다는 문장을 도식화해 보면 다음과 같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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