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는 이야기) 내 목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이유
2004년 3월, 긴 신입사원 연수를 마치고 드디어 아나운서국으로 발령을 받았다. TV에서만 보던 사람들이 나를 반겨주는 느낌은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으며, 내가 그 일원이 된다는 사실은 무엇보다 설렜다. 그렇게 아나운서국에서 시작된 OJT, 아나운서들은 입사해 '방'이라고 불리는 아나운서국에 배치되면 OJT기간 동안 교육프로그램을 만들고 진행해 주는 '담임선생님'이 배정된다. 우리 기수 담임은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았었던 변창립 선배셨다. "너희들 오늘부터는 녹음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매일매일 과제를 녹음해 와서 평가를 받도록 해". 변창립 선배의 목소리와 억양은 가끔 성대모사라도 내고 싶을 정도로 개성이 있었다. 그런 생각에 가끔 따라 해서인지 '닥터스' 오디션에 합격해 첫 녹음을 나가던 날, 한 시사교양 PD 선배로부터 '내레이션이 '변창립'스럽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으니 말이다.
"자기야 나는 왜 목소리가 이렇죠?" 교육을 받고 집에 오는 날이면 난 늘 풀이 죽어있었고, 매일 같이 아내에게 투정을 부리곤 했다. "자기 목소리가 어때서요. 저는 좋기만 한데" 녹음해 듣는 내 목소리를 들을 때면 '아나운서국 안에 가득한 좋은 목소리 중 왜 내 목소리만 이럴까?'라는 자괴감이 들었고, 그 목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마음에 차지 않았다. 발음, 소리, 톤 그 어느 것도.
스피치와 관련한 강연이나 강의 자리에서 개별 질문을 통해 제법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목소리를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녹화 해 듣게 되는 국회의원 등 공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로 부터는 자신의 목소리가 달라 모니터 하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되는데, 이 중 녹음 목소리의 어색함은 학술적 용어로 '음성직면 , Voice Confrontation'이라 불리기도 할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앞에서 한 번 다루었던 것처럼 목소리는 우리가 내는 소리(음파)가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방식과 뼈를 통해 전달되는 두 가지의 방식으로 들리는데, 이에 대해서는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지(The Gardian)가 내용을 다루기도 했다.
맨체스터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영국의 일간지 중 '가디언지, The Gardian'은 영국의 정론지 중에서도 가장 많이 구독되고 있는 신문 중 하나인데, 얼마 전 이 신문에 'The real reason the sound of your own voice makes you cringe(당신 목소리가 당신을 좌절하게 만드는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실려 관심 있게 보게 되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우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음파와 뼈를 통해 전달되는 음파 두 개를 같이 듣고 있으며, 녹음되는 소리는 공기를 통해 전달되는 음파만이 기록되기 때문에 두 개의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는 것이다. 방송분야 중 라디오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스튜디오 밖의 PD(Producer)가 전달하는 내용을 듣는 목적도 있지만, 자신의 목소리와 상대방의 목소리를 모니터 하는 용도로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사용한다. 이때 들리는 소리는 골전도를 통해 오는 소리보다 마이크를 타고 나오는 소리를 더 정밀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라디오 진행을 오래 한 사람들일수록 녹음 목소리에 더 빠르게 적응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소리를 내는 후두(Vocal larynx)는 인체에서 근육 대비 신경의 비율이 가장 높은 부위라 많은 조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녹음 시 헤드폰을 통해 그 소리를 듣는 것과 듣지 않는 것은 녹음 이후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선배님. 녹음 목소리가 너무 어색한데, 혹시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방송을 하던 시절, 아나운서국에서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으로 꼽히곤 했지만, 나는 아직도 녹음된 내 목소리가 어색하다. 다만 이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당시 내 질문에 답했던 선배의 말을 정답으로 꼽곤 한다. "그건 누구나 다 그래, 그래서 많이 녹음하고 들어봐야지. 방송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목소리를 몸안에서 웅웅 거리지 말고 조금 더 입 앞으로 빼내려고 노력해야 어색함이 사라져, 특히 목소리가 낮은 사람들이 그런 현상이 좀 많은가 보더라."
이런 '음성직면'현상에 대해서 '감정의 의사소통'에 대해 연구하는 캐나다 맥길 대학(McGill University)의 마크 펠은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그 목소리를 평소 우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듣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받는 느낌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느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느낌이 자신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회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녹음 목소리의 어색함은 극복을 할 문제는 아니고 친숙해져야 할 대상이다. 방송인들은 자신의 방송을 자주 모니터 하며 방송 목소리와 친숙해져 가지만, 그럴 기회가 많이 없는 일반인들은 자주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공기를 통해 듣는 소리의 비율을 높이는 것인데, 이는 소리를 입술 앞쪽으로 빼줘야 한다.(발성연습) 그래서 매일 노력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무척 어려운 작업이다. 혹시라도 이러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를 입술 앞쪽으로 빼는 연습방법을 2화에서도 가볍게 소개했지만, 다음과 같이 3단계 연습방법을 제시해보려 한다.
1단계(목 풀기) 모든 발성 연습에는 목의 긴장감을 푸는 데서 시작된다. 목을 최대한 뒤로 젖혀본 뒤 좌와 우로도 최대한 이완시켜 본다.
2단계(고양이 자세) 고양이 자세로 바닥에 엎드린다. (이 자세는 자연스레 복식호흡을 유도하기 때문에 발성연습을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그 자세에서 소리의 물리적 거리를 입에서 바닥 까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가' 발음과 '각' 발음을 바닥을 친다는 느낌이 들 때까지 반복해 본다.
3단계(낭독)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 등 (매일 다른 글을 읽을 필요는 없다. 같은 글을 반복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된다.)을 준비해 2단계의 방법으로(소리가 바닥을 친다는 느낌) 낭독한다.
이 방법을 매일 반복할 수 있다면 분명 소리는 입 앞쪽으로 빠질 것이다. 그리고 연습 기간이 길면 길수록 주변으로부터 목소리가 달라졌다거나 소리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게 될 것이다. 소리는 분명 바뀔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근육을 단련하듯 매일 10분씩이라도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녹음 목소리의 어색함은 극복을 할 문제는 아니고 친숙해져야 할 대상이다.
다만 소리(발성)에 관심이 있다면, 근육을 키우듯 꾸준한 단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