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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준호 Jun 15. 2018

6화. 만나면 좋은 친구와의 첫 만남

면접 편_03, 자신에게 점수 주기

정동 사옥을 거쳐 1982년에 여의도 사옥으로 옮긴 MBC는 상암동 신사옥이 세워져 옮겨지던 2015년 초 까지 많은 내홍을 겪어왔다. 특히 내게는 MBC는 한 때 꿈이었고, 행복이었으며, 삶의 전부였다. 그리고 돌아보면 만나면 좋은 친구 MBC와의 첫 만남은 내가 뛰어난 실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간절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 그 첫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언론사의 면접에서 단순한 기술이 아닌 마음가짐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다.



언론사 면접,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면접을 잘 보는 방법이 있을까요?



“요즘 주식시장 동향이 좋지 않은데요. 각 증권사들 별로 내놓는 분석은 왜 그렇게 다른가요?” MBC 3차 시험인 (2차 카메라 테스트 겸) 심층 면접을 볼 때였다. 공채가 정기적으로 매년 열리던 시기에는 MBC 정규 공채 시험은 크게 서류(아나운서의 경우 사진 전형을 하기도 했다.), 필기, 심층면접(2차 카메라 테스트), 최종면접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중 3차인 심층면접은 여섯 사람(경우에 따라 조금씩 수가 다르다)의 심사위원과 조합원으로 구성된 갤러리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놓고 치르는 면접이다. 스튜디오 안 뉴스데스크와 비슷한 자리에 혼자 앉아 선배들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면접은 수학 문제를 풀어가듯 흐름을 내쪽으로 잡아가지 못하면 심하게 스텝이 꼬이기 마련인데, 코스닥시장에서 시황분석을 하고 있는 내게 전문분야 질문이 들어온 것이다. 


“네, 방송사의 날씨 예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개 통계라는 부분에서는 비슷하지만, 중요하게 쓰이는 요소를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 분석하는 사람마다 다른데요...” 이 질문은 거래소 홍보실에 근무하면서도 일주일이면 몇 번이고 받던 질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중요한 것은 그 질문이 나오기까지였다. 앞서 계속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의 요지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였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아나운서에 지원했는지, 왜 MBC인지, 그렇게 아나운서가 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고, 입사한다면 어떤 프로그램을 하고 싶은지' 모든 질문의 초점은 ‘나’였던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던 중 ‘어떻게 하면 나를 부각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 보았고,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며 살며시 증권과 관련한 일을 한다는 뉘앙스를 보인 것이다. 그러자 당시 아나운서국 전문위원으로 현재는 국정 방송인 KTV 원장으로 계신 성경환 선배께서 아마도 난해할 것이라 판단하고 질문을 하신 것 같았다. 주식시장에서 일은 하고 있지만, 내가 정확하게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시기 때문에 주신 질문이었겠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제 포인트를 올릴 수 있겠구나!’ (자료 : KOSDAQ 재직 시절 내일신문에 연재하던 기고문 중)


면접을 보기 전 ‘배 째라’라는 주문과 함께 나만의 면접을 보는 방식이 있는데, 스스로 점수를 주는 방법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결국 한 컷, 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좋았던 사람과의 추억도 한 장면 또는 한 컷으로 기억이 된다. 한 장면은 그 사람의 언어와 관계가 있고, 한 컷은 그 사람의 표정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스피치를 위해 쓰이는 레토릭(Rhetoric)도 결국 자신의 주장을 한 컷, 한 장면으로 남기는 작업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별도의 장에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면접을 보며 스스로에게 점수를 줘보자. 자신의 인상을 남기는 한 컷, 한 장면을 남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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